진로 '이즈백' 빈병 규격 차이, 재사용 안 돼 롯데칠성 공장에 230만병 적치
일부 언론, 두 회사 갈등만 부각한 채 원인과 대안 모색 노력 안 해
정부, 업계 자율협약 한계 보완할 강제조항 신설 등 정책 개선 시급

[편집자 주] 지금 '서민의 술' 소주를 담는 빈병을 놓고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갈등은 급기야 국회에 까지 불통이 튈 만큼 악화를 거듭하고 있다. 다음달 2일 시작되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갈등의 계기가 된 국내 1위 소주회사의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될 뻔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문제를 들여다보면 이번 빈 소주병 갈등에는 환경당국의 허술한 정책 운용이 초래한 국내 빈용기 재활용 정책의 허점이 압축적으로 비춰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본지는 2회에 걸쳐 이번 갈등의 실태와 문제점을 점검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上) 트로이 목마가 된 '이형병'

(下) 정부의 실효적 정책전환이 해답  

롯데주류의 강원도 강릉공장 야적장에 이른바 '이형 병'인 경쟁회사 하이트진로의 '이즈백' 빈병이 재사용되지 못한 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폴리뉴스 사진>
▲ 롯데주류의 강원도 강릉공장 야적장에 이른바 '이형 병'인 경쟁회사 하이트진로의 '이즈백' 빈병이 재사용되지 못한 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폴리뉴스 사진>

 

이즈백' 빈병 재사용 갈등 실태 

'이형병'(異形甁)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국내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레트로 트렌드'로 기획한 '이즈백'이 지난 4월 출시되면서 비롯됐다.

25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현재 판매 2000만병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제품의 10%를 넘는 빈병 230만여병이 경쟁사인 롯데주류의 강원도 강릉공장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롯데주류에 따르면 전체 야적장과 투기장 면적 900여평 중 250여평을 이즈백의 빈병이 차지하고 있다. 이 공장의 전체 직원 320여명 중 빈병을 분류 선별하는 직원 수가 기존의 3명에서 최근 10명이 매달리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하다.

이 회사 박주균 노조지부장은 "선별 작업에 배치된 노조원들의 노동 강도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위원장으로서 감당하기에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즈백 빈병 처리를 위해 물류비, 보관료, 인건비로 7억여원을 투입했다. 강릉공장의 야적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경우 충북 청주의 소주 공장에 이어 맥주공장의 순서로 이즈백 빈병을 보낼 계획이다. 

지난 1985년부터 시행 중인 빈용기 보증금 제도에 따라 소주 생산회사들은 표준화된 규격의 빈병을 생산해 다른 회사의 것이 반입되면 세척을 거쳐 자 회사 라벨을 다시 부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진로 측이 규격이 다른 제품을 출시하자 빈병을 재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힌 것이다.

이로 인해 부족한 빈병을 구입하기 위해 지난 8월초까지 2억여원을 추가 부담하기도 했다. 그야 말로 경쟁사의 빈병이 '트로이 목마'로 돌변한 형국이나 다름 없다. 

'치킨게임' 조장하는 여론몰이                                                                                                     

이번 갈등을 보도하는 일부 매체들의 관심은 주로 양대 회사의 주장과 공방만 부각시키면서 사태의 근본 원인과 해결 방안을 찾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 매체는 심지어 롯데주류가 이형병을 돌려주지 않는데 대해 진로 측이 '내로남불'이라며 비하하자 그대로 기사에 여과 없이 반영하기도 했다. 또 다른 매체도 판에 박힌 듯 '내로남불'을 인용하며 기사 제목에 '옥신각신' 을 넣어 갈등 상황만 부각시켰다. 

문제는 이 같은 보도 행태가 특정 회사의 입장을 더 부각시키면서 형평성 시비는 물론 업계 갈등을 해소하고 재발을 막는 사회적 대안 모색을 더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는 언론이 시급하게 다룰 쟁점으로 지적된다. 환경부가 추진한 '소주 공병 공용화' 자율 협약이 강제 규정을 수립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만큼 명확한 정비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맥주병 재사용 혼란은 더 심각                                                                                                    

국내 빈 술병 재사용 실태를 보면 소주는 맥주에 비해 그나마 사정은 훨씬 나은 편이다. 맥주는 아예 콜라병처럼 회사 마다 병의 규격이 대부분 달라 공동 재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오비맥주의 카스(410g), 롯데주류의 클라우드와 피츠(435g),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엑스트라 콜드(430g), 테라(435g) 등은 무게와 규격이 모두 달라 빈용기의 선별, 운반 등의 과정에서 비용은 물론 사회적, 환경적 비용도 유발하고 있다. 

환경재단 최열 이사장은 "현대 인류의 최대 과제인 쓰레기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능한한 자원재활용을 해야 하므로 빈용기의 규격은 통일돼야 한다"면서 "이 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으면 환경과 소비자단체가 나서 정부와 업계에 문제의 개선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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