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행동 대표 추대된 유승민 “탈당 포함한 모든 선택지 고민 중”
손학규, 윤리위 징계 통해 비당권파 사실상 숙청 중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이경민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퇴진을 주장하는 유승민 의원과 오신환 원내대표를 주축으로 한 비(非)당권파 의원들은 30일 비상의원회의를 소집하고 독자적인 지도부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비상행동)을 출범했다. 이는 사실상의 바른미래당의 분당 수순으로 해석된다.

바른정당계 의원 8명과 안철수계 의원 7명으로 구성된 비상행동은 이날 당의 최고위원회의와 같은 시각 열린 비상의원회의에서 유 의원을 대표로 추대했다. 의원정수가 더 많은 비당권파가 사실상 독자적인 행보를 하는 것의 정당성을 공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이날 회의 직후 모임의 대표로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향후 모임 행동방향과 보수통합론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유 의원이 공식 기자회견을 연 건 지난 4월 28일 패스트트랙 사태 당시 사‧보임 반대 기자회견을 연 이후 5개월 만이다.

유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대표직은 개인적으로 원치 않았던 일이지만, 당초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제 모든 것을 바쳐 대표직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면서 “바른미래당은 중도·보수 정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국민 앞에 드리고 출발한 정당이었는데 국민을 위한 개혁적 중도·보수 정치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였다면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인데 창당 정신을 회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데에 비상행동의 갈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안철수계 지역위원장들이 ‘오늘 그가 보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거는 등 정계 복귀설이 최근 크게 도는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서는 “오늘 이런 모임이 출범한 만큼 저도 안철수 전 의원에게 뜻을 전하고 (동참할) 뜻도 물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탈당에 대해서는 전혀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다만 이대로 갈 수는 없다는 점에는 모임을 같이하는 모든 의원들과 원외위원장들이 공감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이대로 가서는 저희가 하고 싶은 정치 그 어느 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 입당 혹은 합당설에 대해서 유 의원은 “새누리당 탈당 이후에 3년간 일관된 이야기를 해왔다. 저희가 추구하는 개혁보수의 길에 동참할 수 있다면 누구와도 합칠 수 있다”면서 “지금 한국당이 새로운 보수의 모습을 재건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늘 회의적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당과 통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건 정말 앞뒤가 안 맞는다”고 밝혔다.

유 의원이 확답하지는 않았지만, 자유한국당과의 합당 등은 부인했다는 점에서 손학규 대표가 퇴진하지 않는 이상 집단 탈당을 통한 제3당 추진 쪽으로 비당권파의 무게중심이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비당권파인 오신환 원내대표 역시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당권파 측) 호남계 의원들도 (동참 권유를 위해)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손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격렬하게 반발했다. 손 대표는 비당권파 의원들을 당 윤리위에 회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대표는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을 어렵게 만들어 놓고 비상 행동이다 뭐다, 정치적 양심이 없는 행동”이라며 “제가 여태까지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거나 한 것은 없었는데, 앞으로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당의 기강을 엄정하게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이어 유 의원이 ‘바른미래당은 실패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선 “실패를 이야기할 때는 실패를 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유 의원이 평소에) 의원총회에 제대로 나왔나. 반대할 때만 때를 잡아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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