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지역구 표심에 따라 흔들려
이익은 없고 적자만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복합쇼핑몰 입점상인들의 피해도 고려해야!

박영선 중소기업 벤처부장관이 전통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영선 중소기업 벤처부장관이 전통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해권 기자] 올해 내 시행을 목표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이전부터 강조한 내용으로 국회의 파행을 이유로 지난 1년 동안 발의만 된 채 시행이 미뤄지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고려하면 국회가 열려 논의되는 대로 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정안에서 핵심사항은 현재의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복합쇼핑몰과 면세점의 월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 전통시장의 상권을 지켜준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스타필드 하남 등 복합쇼핑몰에 의무휴업일을 적용할 경우 지역 주민들과 입점 상인들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어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또한, 개정안 적용대상이 되는 유통업체들 역시 올해 2분기에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일각에서는 이쯤 되면 ‘대기업 죽이기’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정치권을 비롯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분의 유통산업발전법은 2012년 3월부터 시행해 할인점의 월 2회 휴업을 의무화했지만, 이 법안은 애초의 의도한 결과를 내지는 못한 채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한 대형유통업체가 타격을 받았다는 지적만 받고 있다. 이른바 ‘골목상권’ 보호 명분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출점 규제 등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가 지난 2분기 29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이마트가 1993년 창사 이후 처음이며, 경쟁사인 롯데마트 역시 지난 2분기 339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 지난해 보다(270억 원)보다 적자 폭이 늘어났다. 또한 실적 산출의 기간이 달라 올해 2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홈플러스도 지난해(2018년 2월~2019년 2월 기준) 영업이익 1090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형유통업체가 이커머스 시장의 확장에 따라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를 추진하면서 이에 따른 비용 지출은 계속 늘어날 것이기에 수익성은 한동안 계속 나빠질 것이며,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소상공인의 생계유지라는 명목에 매달려 대형유통업체의 적자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사진=폴리뉴스>
▲ <사진=폴리뉴스>

 

게다가 법안의 통과로 인해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전통시장 점포 수는 20만9884개로, 2013년(21만433개)보다 0.3% 줄었다. 2013~2017년 전통시장 매출은 13.6% 늘었지만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12.1%)을 고려하면 해당 법안은 아무런 효과 없이 유통업체의 적자만 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자체 조사를 살펴봐도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된 첫해인 2012년 전통시장의 하루평균 매출액은 4755만 원을 기록했고 이는 3년 뒤인 2015년 4812만 원으로 소폭 상승한 데 그치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는 인근 전통시장 매출 역시 줄어든다는 조사도 적지 않아 이른바 낙수효과조차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3년 동안 대형할인점들은 최대 수십억 원대에 이르는 수익의 감소를 떠안고 있는데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려야 하는 전통시장 평균 소비는 100만 원도 채 늘지 않았고 오히려 전통시장의 수는 줄고 있는 상황으로 여기에 또다시 유통업체들의 운영 규제를 더 한다고 하니 업체들 처지에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안이냐는 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유통업체와 소상공인 모두가 볼멘소리를 하는 상황에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발의돼 계류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법안은 총 39건이며 대부분이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출점·영업시간·영업일 규제를 복합쇼핑몰 등에도 적용하자는 것들로 법안의 실효성은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인기 위주의 법안 만들기에 매달린 나머지 복합쇼핑몰 입점 상인들의 피해와 유통업체의 대규모 적자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의 일관성 없는 행정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3년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일대에 대형 쇼핑몰의 건립을 위해 면적 약 2만600㎡에 이르는 부지를 1972억 원에 서울시로부터 매입했고, 롯데와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이 부지에는 2017년에 영업면적 10만㎡의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야 했으나,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공터로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상압동 롯데쇼핑몰 예상부지 <사진 폴리뉴스>
▲ 상압동 롯데쇼핑몰 예상부지 <사진 폴리뉴스>


서울시는 용지를 매각했음에도, 지역 상인들이 반대를 이유로 쇼핑몰 건축의 인허가를 계속 미뤘다. 그러자 롯데쇼핑은 지난 4월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쇼핑몰 건립 인허가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모든 계획을 철회할 테니 토지매매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요구를 했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답변은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니 계획도면과 제안서를 다시 담당 구청에 제출하라”고 답변을 보내 롯데쇼핑은 시의 요구사항을 제출했지만, 상황은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변한 것은 없이 그대로인 상태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을지로 개발과 광화문광장의 재개발계획을 여론에 못 이겨 무기한 연기한 것과 같은 이유로 볼 수 있어 서울시의 눈치 행정에 애꿎은 롯데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소상공인업계는 국회 파행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1년 넘게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만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준수해야 하지만 복합쇼핑몰과 아울렛은 빠져 있어 강제 의무휴업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게 소상공인업계 입장이다.
 

국회 산업자원 위원회 <사진 연합뉴스>
▲ 국회 산업자원 위원회 <사진 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연내 법안 통과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 참석해 "유통산업발전법은 반드시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의 이러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소상공인업계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 인근 주민들의 표심 역시 중요하다고 보고 정치권이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국감을 통해 유통산업지원법이 쟁점 사항으로 떠오를 전망이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이인영 대표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의원들이 지역 주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어 법안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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