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검찰개혁, 교육 공정성 문제 등 풀어야 할 사회 담론 제공

 

권규홍 정치부기자 
▲ 권규홍 정치부기자 

 

지난 두 달간을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두 달간 대한민국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한 사람을 놓고 온 국민이 임명 찬성과 반대에 서서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조국 장관의 찬반에 대한 국민들의 참여 열기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못지않았고, 조 장관 일가를 향한 검찰의 수사 역시 비상식적이다 싶을 정도로 국정농단 사건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정치권 역시 조국을 수호하려는 정부여당과 조국을 어떻게든 끌어내리려는 야당과의 정쟁으로 국회의 모든 이슈가 함몰되었다.

여당 의원들은 발언 기회가 있는 곳이라면 TV, 라디오, 집회 현장 등 어떤 곳이든지 가리지 않고 참여해 조 장관의 수호와 검찰 개혁을 외쳤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릴레이 삭발 투쟁과 더불어 이학재 의원의 단식 투쟁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결국 조 장관은 지난 8월 9일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지 66일 만에 법무부 장관 자진사퇴를 밝히며 다시 서울대 교정으로 돌아갔지만, 그가 한국 사회에 남긴 과제와 숙제는 무겁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부터 사퇴까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끝낸 뒤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것은 지난 8월 9일이었다.

검찰개혁을 오래전부터 외쳐 왔던 당시 조국 후보자에 대해 야당은 후보자 지명부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는 당시 조 후보자의 지명에 대해 “야당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개각”이라며 청와대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당시 야당은 조 후보자가 과거 사노맹 사건에 연루된 것을 비롯해 5촌 조카와 아내가 연루된 사모펀드 의혹, 자녀 대학 입시 특혜의혹, 웅동 학원 의혹 등을 제기하며 청문회를 보이콧했다.

조 후보자는 야당의 이 같은 공세에 장관 후보자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며 의혹을 반박했고, 여당 역시 야당이 무리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고 맞서며 의혹을 방어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논란은 정치권을 넘어 사회로 번졌다. 당장 조 후보자의 모교인 서울대에서는 학생들이 ‘조 후보자의 자녀 입시 과정에 공정성 문제가 있다’며 촛불 집회를 열었고, 이어 고려대와 조 후보자의 딸이 재학 중인 부산대 등 각 대학으로 집회가 번져갔다.

이렇듯 청문회를 해보기도 전에 논란이 커지자 조 후보자는 자진해서 “모든 의혹에 대해 밤을 새워서라도 반박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고 9월 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자간담회가 끝난 국회에선 극적으로 여야 간 합의를 통해 9월 6일 청문회 개최가 합의되었고 큰 기대를 모았던 청문회에서도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던 의혹 이상의 것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청문회가 끝나는 시점에 조 후보자의 아내 정경심 교수의 기소를 결정하고,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며 사태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조국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했고 9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은 공식적인 임기에 들어갔다. 조 장관은 임명 첫날부터 검찰개혁을 외치며 매일매일 강도 높은 검찰 개혁안을 내놓았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심재철, 박인숙, 최교일, 김석기 의원 등이 릴레이 삭발을 진행했고 같은 당의 이학재 의원은 국회 본청 앞에서 ‘조국 사퇴’를 외치며 단식까지 벌였다.

검찰은 조 장관의 아내가 재직 중인 동양대학교의 압수수색을 비롯해 자녀가 인턴으로 다녔던 서울대 환경대학원, 고려대, 단국대 등의 압수수색을 벌였고 급기야 조 장관의 자택에서 11시간이나 걸리는 압수수색을 벌여 조 장관을 압박했다.

결국 검찰의 수사는 조 장관 일가에 대한 무리한 수사라는 국민적인 비판이 제기되었고 서초동에서는 검찰의 수사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9월 16일 수백 명의 인원으로 시작된 서초동 촛불집회는 매주 참여 인원이 부쩍 늘더니, 21일 경찰 추산 5천 명의 시민들이 서초동에 모였고, 28일에는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외치는 300만 명의 인원(주최 측 추산)이 서초동 법조타운 일대를 가득 메웠다.

이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정치권은 광화문 일대에서 맞불집회를 열어 ‘조국 사퇴’를 외치며 조 장관을 둘러싼 정국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조 장관은 10월 14일 검찰 개혁안을 집적 발표하고 난 뒤 집적 사의 표명을 담은 입장문을 뒤로 법무부 청사를 떠났다.

이날 조 장관의 깜짝 사퇴는 청와대에서도 고위 인사 몇 명만 알고 있을 정도로 극비로 진행되어 여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의 검찰개혁 드라이브

여야가 극한대립으로 정쟁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조 장관은 ‘검찰 개혁 추진위원단’을 시작으로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추진했다.

조 장관은 제2기 법무·검찰 위원회의 구성,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의 확대를 담은 권고안 발표,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권 강화 등의 방안도 내놓았다.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주창한 조 장관은 국회의 동의 없이 할 수 없는 공수처(고위공직자수사처) 설립 등과 관련된 사안 외에 대통령령과 법무부령 등으로 할 수 있는 제도의 변화와 개정에 주력했다.

결국 조 장관의 지시대로 검찰 특수부는 서울, 광주, 대구 3곳만 남기고 45년 만에 폐지되어 ‘반부패수사부’로 이름을 바꿔 달았고, 심야 조사 금지, 법무부 감찰권 강화, 집적수사 축소 등이 담긴 검찰 개혁안은 15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정식으로 공표되었다.

서초동에 검찰개혁을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이 가득하다. <사진=연합뉴스>
▲ 서초동에 검찰개혁을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이 가득하다. <사진=연합뉴스>

피 묻은 셔츠는 이제 그만 넣어두자

1880년 미국 남북전쟁의 후유증이 남아 적대적인 정치가 계속되던 당시 미국 정가에서 제임스 블레인 상원의원은 공화당의 동료 의원들에게 “피 묻은 셔츠는 이제 그만 넣어 두자”며 남북전쟁으로 인한 정쟁을 중단해주길 요청했다.

지난 14일 JTBC의 손석희 앵커는 이 같은 일화를 소개하며 여야가 이제는 조국을 둘러싼 정쟁을 멈추길 간접적으로 시사했으며,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설명했다.

조국 사태가 남북전쟁까지 비화할 것까지 있겠냐 싶겠지만, 조국 한 사람을 두고 그간 우리 사회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수많은 과제를 남겼다.

큰 담론은 바로 공정성으로 풀이될 수 있다. 조국 장관 스스로 금수저였음을, 자녀들이 별 어려움 없이 수준 높은 교육을 받으며 대학에 진학했음을 고백했고 청년들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교육 공정성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학 입시 과정에서의 공정성 문제를 언급하며 교육부의 대입제도 개편을 지시했고, 사모펀드 투자 논란은 고위 공직자의 많은 재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어 검찰은 조국 장관이 들어서자 자체 개혁안을 하나,둘 내놓으며 법무부의 개혁 의지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서초동에 모인 수많은 촛불 민심에 이제는 어떻게 스스로 변모할지 답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돌입했다.

또한 검찰의 피의사실공표 관행이 지적되며 이를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의 공정한 보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이 과정에서 최근 KBS의 보도를 놓고 KBS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간의 진실공방도 펼쳐지며 언론 개혁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결국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를 자임했던 조 전 장관은 본의 아니게 검찰개혁 이외에도 우리 사회에 공정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담론을 제공한 ‘불쏘시개’가 되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조국이 남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번 사태 역시 그저 그렇게 흐지부지 넘긴다면, 이 66일간의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과연 우린 무얼 위해 싸웠냐'는 허탈감만 제공한 역대급 해프닝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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