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비례 유민봉 불출마 선언…다른 의원 불출마 뒤따를까
영남, 강남, 다선이라는 용퇴 기준 불분명하다는 비난 폭발
홍준표. ''진박 감별사'였던 '황박 십상시'들의 정치쇼'
황교안 “인적 쇄신 필요하다는 데 동의”…구체적 쇄신안은 아직
[폴리뉴스=이경민 기자] 영남권과 강남3구의 3선 이상 국회의원의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 등을 지난 4일 주장한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재선, 충남 보령‧서천)발(發) 용퇴‧쇄신 운동의 파장이 거세다. 대상으로 지목된 중진 의원과 지도자급 정치인들의 반발이 큰 가운데, 한국당 비례대표 초선인 유민봉 의원이 6일 총선 불출마를 재차 선언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주장이 다수 의원들의 용퇴로 이어질지가 큰 관심사다.
7일 국회에서 한국당 초선의원들의 모임이 예정된 가운데, 김태흠발 용퇴‧쇄신 운동의 당사자에 속하는 정치인 중 최초로 입장문을 내놓은 사람은 부산 남구을 지역구의 김정훈 4선 의원이다. 김 의원은 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성명서를 통해 “감정 생기게 누가 ‘나가라 말라’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김태흠 의원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김정훈 의원은 “(김태흠 의원의 기자회견은) 기준 없이 특정 지역만 거론한 것도 문제고 게다가 3선 이상 중진들은 정치를 10년 이상 한 사람들인데 누가 나가라고 해서 나가고,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올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정치 역정에 비춰 불출마할 사람은 불출마하고 험지로 갈 사람은 험지로 가고, 그래도 안 되면 공천 절차에 따라 교체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흠 의원이 제시한 용퇴의 기준이 다소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정훈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직후 “적절한 시기에 책임있는 정치적 입장을 밝히겠다”는 자신의 과거 입장에 대해서는 “저는 이번 정기국회가 끝난 후 적절한 시기에 신중히 검토해 책임 있는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밝히겠다”고 밝혔다. 조건부 용퇴를 선언한 셈이다.
김태흠 주장 놓고 “합리적 기준이 없다” 반발 …“김 의원부터 솔선수범해야“ 의견도
전반적인 용퇴‧쇄신론에 대해선 찬성하면서도, 용퇴‧쇄신 대상이 되는 현역의원의 지역으로 ‘영남권’과 ‘강남3구’를 언급한 김태흠 의원의 주장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없다’는 김정훈 의원의 지적에 동의하는 시각이 많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영남권이어도 당선이 쉽지 않은 곳들이 있고, 비(非)영남‧강남 지역이라도 한국당이 수월하게 선거를 치러온 지역들도 분명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김정훈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정우택 의원(4선, 충북 청주상당) 역시 지난 23일 ‘폴리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신인으로 공천하더라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으로 해야 한다”면서 “현역 의원을 교체할 때에는 의원이 하자가 있다든지 경쟁력이 떨어진다든지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구의 당세나 다선 여부가 ‘물갈이’의 절대적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용퇴‧쇄신 대상으로 지적된 유기준 의원(4선, 부산 서구동구)은 이날 열린 자유한국당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기본적인 방향성이라든지 개혁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재선 의원인 김태흠) 본인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말이 없다”며 김 의원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실제로 30%이상의 현역의원 물갈이를 예고한 민주당은 초선인 이철희, 표창원, 제윤경 의원 등도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자진 용퇴가 다선 여부와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당도 이에 걸 맞는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준표, 과거 김태흠 겨냥 "진박 감별사' 에서 말 갈아탄 '황박 십상시' 정치쇼 "
즉 자진해서 불출마 할 사람은 불출마하되, ‘영남’, ‘다선’ 등의 키워드로 처음부터 공천 물갈이 대상을 정해 놓기 보다는 지역구 경쟁력, 당에 대한 헌신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천이 당 내외에서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영남 지역구 출마를 주장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과거 자신의 험지 출마 이력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태흠 의원의 영남 중진 퇴진론은 홍 전 대표를 겨냥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위 ‘비황’의 대표격인 홍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이러한 정치적 공격을 두고 “친박이 친황으로 갈아탄 무뇌정치, 레밍정치”라고 황 대표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해 왔다.
홍 전 대표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내년 4월 총선은 '황박 십상시'들의 정치쇼가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의원 등 친황 재선 4인방을 직접 겨냥해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는 십상시 정치"라며 "당내 분란의 중심이 된 소위 친위대 재선 4인방의 횡포에 의원들이 할 말도 못하고 그들이 막말과 고성으로 당을 장악해 나갔다"고 김 의원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김무성 대표는 허수아비 대표로 전락했고, 당의 기강은 무너져 내렸다"며 "내년 4월 총선에서도 '친박'에서 '황박'으로 말을 갈아탄 그들이 개혁을 포장해서 벌이는 정치쇼를 국민 여러분은 또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험지 출마만 정치해왔다'며 '인생 마지막 정치인 이번엔 의미있는 지역에서 출마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 지역구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용퇴론’ 반기는 한국당 지도부…신상진 “50%까지도 최대 가능”
이렇게 홍 전 대표를 포함한 영남 지역 중진들이 발끈하는 가운데, 당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도부는 ‘용퇴‧쇄신론’을 반기는 분위기다. 황교안 대표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 당내에서 제기된 중진 용퇴‧쇄신론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방향은 검토해 봐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공천 물갈이 기준’에 대한 고려로 보인다. 김태흠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인적쇄신 발언은) 당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의 공천 룰을 관리하는 신정치혁신특위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4선, 성남 중원)은 ‘물갈이’가 최대 50%까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20% 물갈이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저희는 사실 20%는 적다. 지난 총선을 역대로 보면 어느 총선에서든 초선 의원들이 한 40%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20%는 많다고 전혀 볼 수 없고, 저희 한국당은 공천룰에 입각해서 하면 한 50% 정도까지도 최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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