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제대로 논의한 적 없다”며 선그어
나경원 “총선용 표 장사 정책”
정의당 “소수 정예강군을 육성하기 위한 필요성에 동의”
박지원 “모병제 찬성하며, 총선용이라 마냥 매도할 성질 것 아냐”

5일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해안에서 열린 호국 합동 상륙훈련에서 해병대원이 총을 들고 경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5일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해안에서 열린 호국 합동 상륙훈련에서 해병대원이 총을 들고 경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20대 남성층을 겨냥해 내놓은 모병제 도입 공약을 놓고 당 안팎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제대로 논의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같은 당 내에서도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는 등, 모병제 논의가 정치적 진영 논리와 상관없이 복잡하게 진행돼 가는 모양새다.  

국회에서 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의 당대표·원내대표 등은 모병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모병제 도입이 확정된 당론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의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공식 논의는 한 바 없고, 당분간 공식적으로 논의할 계획도 없다”며 “오늘도 개인적 의견들이 피력된 수준”이라면서 선을 그었다. 

문제는 최고위원의 반응이었다. 초선 의원인 김해영 최고위원은 모병제 도입을 놓고 ‘개헌 사항’이라며 섣부른 도입을 경계하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헌법 39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며 입법형성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모병제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김 의원은 “군사강대국에 둘러 쌓여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섣부른 모병제 전환은 안보에 대한 국민 불안을 야기하고 우리 군이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하는데 있어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더군다나 빈부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격차 사회에서 모병제로 전환될 경우 주로 경제적 약자 계층으로 군복무 인원이 구성돼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회통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모병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한국당 “총선용 표 장사로 던져보는 정책”…윤상현 당론에 반대의견 

한편,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모병제 도입을 놓고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며 비난했다. 민주당이 취약한 20대 남성층을 겨냥한 공약이라는 판단에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보완책과 재원 마련 대책 없이 성급히 추진하면 부작용이 엄청 클 것으로 누구나 예상하는, 총선용 표 장사로 던져보는 정책”이라며 모병제 도입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대한민국에서 공정성이 지켜지는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이 징병제다”며 “안 그래도 젊은이들이 여러 불공정과 관련해 상처를 입고 있다. 군 문제까지도 또 다른 불공정을 만드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당에서도 당론과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병제를) 공론화할 때가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문제는 보수ㆍ진보를 넘어선 초당파적 이슈”라며 민주당 싱크탱크 의견에 대한 찬성의 의사를 표명했다. 

윤 의원은 “다만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고 헌법이 징병제를 못박고 있어 완전한 모병제는 어렵다”며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핵심 전투병과 중심으로 모병제를 통한 직업군인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도부와 사실상 다른 의견을 낸 것이다. 

“모병제는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윤 의원의 언급처럼, 모병제 논의는 정치적 진영과 상관 없이 불붙는 모양새다.

정의당 “정예강군 육성의 필요성에 동의해 모병제 찬성”

한편, 정의당은 모병제에 대해 찬성 목소리를 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연구원의 모병제 추진안을 두고 “인구절벽의 시대를 앞두고 소수 정예강군을 육성하기 위한 필요성에 동의하고 환영한다”며 “이미 우리당은 김종대 의원을 중심으로 ‘한국형 모병제’에 대한 구상을 다듬어왔고, 지난 대선에서도 이를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우리당의 추진안은 현역 의무병의 복무기간을 6개월로 하고, 이중에서 지원을 받아 직업군인으로 4년을 더 복무하는 전문병사를 육성하는 방안이다”며 “구체적으로 현역 의무병 10만, 전문병사 10만, 부사관 10만, 장교 10만 등 총 40만의 군으로 우리 군을 재편하자는 취지다”며 자체적으로 군 개혁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민주평화당 “고위층 자녀 병역기피 합법화에 불과”

박지원 “총선용이라 매도할 것 아냐…진지한 국민적 논의 필요”

민주평화당의 경우 범진보개혁진영임에도 모병제에는 부정적인 스탠스를 보였다. 평화당은 7일 “정치인, 재벌,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병역기피를 합법화하는 제도에 다름 아니다. 가난한 젊은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군대로 가야 한다”며 모병제에 부정적인 논평을 냈다.

반면, 민주평화당을 탈당한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반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병제 찬성입장을 냈다. 박 의원은 “모병제는 뜬금없는 소리가 아니다”며 “김대중 정부 집권 말 제가 비서실장 재임 때 모병제를 검토했다. 인구감소로 인한 병력유지의 한계,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국고손실, 9급 공무원 10여 만 개 일자리 창출 등 임기 말이라 실현 가능성이 희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대선후보가 공약토록 하자고 결정했고 몇 년 후 손학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에게 설명했지만 무반응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라며 “총선용이라 마냥 매도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해 진지하게 국민적 토론이 필요한 주제다”고 모병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병제 도입 관련 논의가 있었던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은 정계를 은퇴한 남경필 전 경기지사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으며, 박근혜 정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도 찬성한 바 있다. 다만 국방력 악화에 대한 우려와 재원 마련 방법이 문제시됐고, 지금처럼 정치적 진영과 상관없이 찬반이 갈리면서 정책의 추진 동력을 잃었다. 결정적으로는 1973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한 미국처럼 모병제 하에서는 빈곤층만이 군대를 사실상 가게 된다는 ‘빈자의 군대’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매번 논의가 흐지부지됐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