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윤청신 기자]

비옥한 평원을 품고 있는 전라북도 익산시의 한 과수원.

이곳에는 온갖 풍파에도 쓰러지지 않고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부부가 산다.

두 다리 성한 사내가 서도 닫지 못할 키가 큰 나무들 사이를 전동휠체어로 종횡무진 다니는 남편 정학재 씨(66) 씨와 남편의 손발이 되고자 온갖 굳은 일을 도맡는 아내 홍인숙(61) 씨가 그 주인공.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숙 씨는 학창시절 빼어난 외모는 물론, 공부도 잘해 주변 사람들의 시기를 한 몸에 받는 수재였다.

중장비 사업을 하던 청년 사업가였던 학재 씨는 자주 다니던 식당의 맏딸 인숙 씨에게 첫눈에 반했고, 그날부터 예비 장모님을 향해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쳤다는데~

학재 씨의 서글서글한 인품과 남자다움에 마음이 끌린 인숙 씨 어머니의 중매로 학재 씨와 인숙 씨는 인연을 맺게 되었고 짧지만 뜨거운 연애 끝에 부부가 됐다.

서로가 처음이었던 인숙 씨와 학재 씨는 서툴지만 뜨겁게 사랑했고 사업도 제법 잘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결혼 6년 만에 찾아온 첫 번째 불행. 일을 해 주고 받은 어음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학재 씨의 사업이 기울게 됐다.

가족 앞에 남은 선택지는 학재 씨 부모님이 운영하던 과수원이 전부였다.

농사를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학재 씨와 인숙 씨는 단란했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농사에 전념했다.

시간이 흘러 농사일이 겨우 익숙해질 때 즈음, 이들 부부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학재 씨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것.

절망에 빠진 학재 씨를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인숙 씨는 두 팔 걷고 학재 씨가 했던 모든 일을 혼자서 해내기 시작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던 학재 씨는 다시 한 번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그 희망을 시작으로 학재 씨는 죽기 살기로 재활에 매달렸고 어떻게든 아내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해 자신만의 맞춤 중장비를 만들어 하루에도 수백 개의 과일을 따내는 기적을 보인다. 그 기적이 있은 후, 비록 몸은 불편해도 학재 씨는 앉아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박사’ 소리를 들을 만큼 과일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이론가가 되었고, 빨래는 물론 설거지까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어떠한 것도 마다하지 않는 열혈 로맨티스트가 됐다.

남편의 일을 온전히 대신하면서도 한 번도 힘든 내색하지 않았던 인숙 씨와

그런 아내가 평생의 ‘행운’이라 여기는 학재 씨의 사랑이 오늘도 조용히 익어간다.

# '내가 이 집 남자 할게!' 억척 아내 인숙 씨

부부는 35년간의 갖은 고생 끝에 3000평으로 시작한 과수원의 규모를 조금씩 넓혀 8500평으로 확장시킨 베테랑 농부가 됐다.

연간 5000여 명의 체험객이 다녀갈 정도로 지역에서 사과 맛있기로 소문난 과수원으로 자리 잡은 것.

수입도 안정적으로 생기고, 과수원 체험도 성황을 맞으니 조금은 느슨해질 만도 하건만 이들 부부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이른 아침에 일어나 밭으로 나가는 것은 물론, 수확에서 판매까지 모든 일을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실한 부부다.

절망과 실의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 준이 과수원이 자식만큼 소중하다는데...

지금의 과수원이 있기까지 인숙 씨의 희생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터. 인숙 씨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과일을 돌보는 것은 기본, 직접 고소작업차에 올라 잔가지 톱질, 무거운 사과 박스를 번쩍번쩍 들어 올리는 이 집의 ‘해결사’다.

게다가 체험을 진행하며 체험객들의 웃음까지 챙기는 인숙 씨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하루를 매일같이 보낸다.

그렇게 가냘픈 몸으로 가족들과 인부들이 먹을 밥을 하루 세 번씩 차려내고, 방전 난 자동차 수리에, 예초 작업까지...웬만한 장정도 해내기 힘든 일을 척척 해내고 있는 것.

이와 동시에 손자 정현수(9) 군도 맡고 있으니 인숙 씨는 고단할 법도 한데, 손자의 재롱을 보고 있으면 피로가 싹 달아난단다.

부모 밑에서 사랑받으며 자라지 못한 현수가 딱할 때도 있지만, 나중에 커서 할머니를 치료해주겠다며 의사를 하겠다고 하거나, 과수원을 물려받겠다는 현수의 사랑 섞인 말을 들을 때면 흥이 절로 나는 것.

현수 군 역시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의 곁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한창 호기심이 많을 나이인 현수 군은 늘 조부모를 따라다니며 질문 공세를 쏟아내기 일쑤지만, 늘 성심성의껏 답해주고 사랑을 듬뿍 주는 할머니, 할아버지 곁에 머무르는 것이 행복하다.

# 두려울 것 없는 부부의 단 하나의 걱정거리

죽기 살기로 일군 농장을 아들에게 물려줄 꿈에 부풀었던 부부.

하지만 평생을 고생하며 힘들게 사시는 부모님을 보며 자란 아들 정득환(39) 씨는 조금은 여유롭게 사는 삶을 원했다.

그래도 보고 배운 것이 농사인 아들은 자연스레 부모님의 일을 돕기 시작했지만 학재 씨의 눈에는 그런 아들의 모습이 그저 슬렁슬렁하는 일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혼 후 손자까지 아버지의 집에 맡기게 된 후, 학재 씨와 아들 사이의 갈등은 더욱 깊어져 갔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재 씨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이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다른 일을 찾아가라고 말해 버린다.

아들 역시 그저 밀어붙이기만 하는 아버지를 견딜 수 없다며 과수원을 떠나고 인근 시내로 나가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아들이 과수원을 박차고 나간 지 1년. 어색하게 지내는 부자를 마냥 지켜볼 수 없었던 인숙 씨는 부자의 소식을 서로에게 전하며 마음 길을 다져보지만 자존심이 센 것만큼은 똑 닮은 부자는 누구 하나 먼저 손을 내밀 생각을 않는다.

그렇게 1년 중 가장 바쁜 가을이 찾아왔고, 아버지 학재 씨는 아들에게 돌아오라고 하고 싶지만, 여전히 그 말이 입가에 맴돌기만 하는데...

*1부 줄거리(11월 11일 방송)

익산시의 볕 좋은 야트막한 산자락에 기대어 있는 과수원.

이곳에는 오로지 정성으로 사과의 맛을 빚어내고 있는 부부가 산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쓰지 못하는 남편 정학재(66) 씨와 남편의 손발을 자처한 아내 홍인숙(61) 씨가 그 주인공.

바쁜 과수원의 생활 속에서 완벽하게 서로의 손발이 된 이들 부부의  따뜻한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2부 줄거리(11월 12일 방송)

수확철을 맞아, 정신 없이  바쁜 과수원.

학재 씨는 까치 쫓기에 바쁜 35년차 농부이고, 그의 아내 인숙 씨는 못 하는 일 없는 과수원의 여장부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다리가 불편해진 남편을 대신해  인숙 씨는 오늘도 종횡무진하는데...

한편, 과수원 일을 하다 지난해 분가한 아들이 찾아온 날, 부자 사이에는 여전히 냉기류가 흐른다.

연출 :  손석범

글 :  박종윤

촬영:  민병일

조연출 :  김수빈

취재작가 :  조성원

방송일 : 2019년 11월 11일(월) ~ 11월 15일(금) / 오전 7:50~8:25
방송 매체 : KBS1-TV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