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거대 양당 세력 폐해 절감...합의제 민주주의로 발전해야 대한민국 미래 있다”
“정부여당에 실망, 전형적인 혐오마케팅...민주당 조용했던 것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
“교육개혁 너무나 즉흥적...국민 토론 거쳐 방향 규정하되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북미관계, 文정부가 주도성 발휘하고 포괄적 해결책 제시하는 노력 필요하다”
 

천정배 대안신당(가칭) 의원은 12일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 천정배 대안신당(가칭) 의원은 12일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천정배 대안신당(가칭) 의원은 12일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에 대해 “결국 개혁의 주체도, 개혁의 프로그램도 없었다는 진부하고 고전적인 비판이 생각난다”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이날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가진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도 절반 지난 시점에서 보니까 개혁의 주체는 청와대에 있는 몇 사람에 불과한 것 같다”며 “교육 문제나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도 그렇고 모든 개혁들을 초기에 만들어서 갔더라면 지금쯤 다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외교·통일 문제에 있어서 청와대가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고 주도권을 발휘하기 때문에 오히려 내각이나 행정부가 소외된 것 아닌가하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천 의원은 ‘조국 사태’에 대해 “우리 정치가 큰일났다는 생각을 했다”며 “ 도덕성과 자질 문제는 공통의 합리적인 표준에 의해 판단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결국은 그렇게 진행되지 못하고 나라전체를 둘러싼 싸움처럼 양 진영이 적대적으로 갈려서 정파싸움을 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거대 양당 세력의 적대적 공존, 적대적 싸움판 정치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절감했다”며 “3당 이상의 다당제 체제에서 상생과 타협, 합의의 정치인 합의제 민주주의로 발전해가야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는 제 신념을 좀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극히 실망했다”며 “문제의 본질을 떠나 과도하게 정치화해서 국민을 분열시키기도 했고, 상대세력을 공격하는 것으로 자기 공격을 벗어나려고 하는 전형적인 혐오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내부 불만의 목소리를 최소화 한 것이 ‘열린우리당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천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시끄러웠을지는 몰라도 힘이 분산돼서 일을 못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청와대를 중심으로 당과 청와대간의 소통이 안 되고 갈등이 많았다고 이해하고 있지 열린우리당 안이 시끄러웠기 때문이라고 기억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마디로 말해서 민주당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라며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민주당이라는 거버넌스, 그 권력 체계 안에서 말을 못한 것이다. 말을 하게 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못 받지 않을까 혹은 민주당의 강경한 세력에게 타깃이 되서 비난 받게 되면 그것으로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침묵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천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최근 교육 개혁 움직임에 대해 “지난 2년 반 동안 전혀 이뤄지지 않다가 조국 사태 계기로 느닷없이 교육 개혁이 나왔다”며 “선의까지는 의심하지 않지만, 일을 차분하게 충분한 논의나 준비를 거쳐서 하는 게 아니고 즉흥적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포퓰리즘적으로 아젠다를 제시하고 끌고 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한다”고 우려했다.

교육학사 출신의 천 의원은 “국민적 토론을 거쳐서 교육 정책의 방향을 좀 더 분명히 규정하되 다만 추진은 점진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금수저가 아닌 흙수저에게도 동일한 기회를 주는 것 ▲4차 산업 혁명에 접어들고 있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불확실한 미래를 잘 감당해 갈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것을 큰 방향으로 제시했다.

천 의원은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좀 더 주도적인 입장을 가져야 했는데 제가 보기엔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궁극적인 해결책, 포괄적인 해결책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좀 더 투명하게 국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해서 명확히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더 주도성을 발휘하고 명확한 북미관계의 포괄적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양쪽을 이끌어가고 설득해가는 노력, 그러한 자세를 가져야만 앞으로 길이 있을 것 같다”고 주문했다.

천정배 의원은 15~20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6선 의원이다.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처음으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며 그의 당선에 공헌했다. 2003년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으로 민주당의 분당과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주도했으며 2004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2016년 국민회의를 창당하고 이후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합당해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맡았다. 현재 민주평화당을 탈당하고 대안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은 천정배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66일간 조국정국 속에서, 국민들이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요구했던 ‘공정’이라는 아젠다에 대해 현 정부여당에 많은 실망을 했다는 목소리가 있다. 

사실은 제 상상을 넘어서는 일이 일어났다. 저도 깜짝 놀랐다. 저도 꽤 정치도 오래하고 여러 경험이 있었는데 이번 조국 사태를 둘러싼 사태의 진전은 제 상상을 넘어서는, 생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들이 일어났다고 솔직히 말씀드린다. 

저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을 봤다. 하나는 우리 정치가 큰일났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면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과 자질 검증 문제 아니었나. 사실 굉장히 좁은 문제였다. 물론 도덕성과 자질문제도 각 정파적 입장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다른 문제보다는 그래도 정파적 입장에서 벗어나 합의할 수 있는 여지가 큰 문제였다고 봤다. 도덕성과 자질 문제는 공통의 합리적인 표준에 의해 판단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결국은 그렇게 진행되지 못하고 나라전체를 둘러싼 싸움처럼 양 진영이 적대적으로 갈려서 정파싸움을 했다. 거대 양당 세력의 적대적 공존이랄까 적대적 싸움판 정치의 폐해가 얼마나 큰 지를 절감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제야말로 정치개혁이 필요하구나 생각했다. 선거법 제도를 고치고 3당 이상의 다당제 체제에서 상생과 타협, 합의의 정치인 합의제 민주주의로 발전해가야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는 제 신념을 좀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두 번째, 이번에 사실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극히 실망했다. 이 문제를 본질을 떠나 과도하게 정치화해서 국민을 분열시키기도 했고, 상대세력을 공격하는 것으로 자기 공격을 벗어나려고 하는 전형적인 혐오마케팅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는 조국 전 장관이 과거에 사노맹 사건으로 수사재판받을 때 변호인을 했다. 그래서 조국 장관 개인에 대해서는 평소에 잘되기를 바라는 입장이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공적으로 말한다면, 조 전 장관 주위에 제기된 여러 의혹은 야당·적대적 언론·검찰이 조작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러면 그 의혹은 의혹대로 정부여당에서 스스로 진상 규명을 해야 했다. 또 그 문제에 대해서 정권의 도덕성·정치의 도덕성을 위해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기준에 따른 여러 적절한 결정과 행동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것을 넘어서는  상상 못한 일들을 많이 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민주화 운동 세력에 대해 저 자신이 큰 부채의식도 갖고 있고 엄청난 존경심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를 지나면서 ‘그게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분들도 국가의 앞날이나 가치, 명분 이전에 자기의 권력·패권 등을 더 우선시하는 분들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좀 가지게 됐다. 솔직히 말씀드린다.

열린우리당 당시 천정배 의원 <사진=연합뉴스>
▲ 열린우리당 당시 천정배 의원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정국 속에서 옛날 ‘열린우리당 트라우마’ 때문에 내부 불만을 잠재웠다는 말이 있다. 이런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남의 당 얘기는 잘 모르겠다. 다만 제가 보기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민주당이 굉장히 화석화되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국회의원만 본다면 당 지도부를 일사불란하게 따라가자는 사람도 있지만 아마 상당히 다른 의견이 절반은 될 텐데 이건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사람이 절반은 되지 않나 체감하고 있다. 그 절반이 목소리를 줄이고 간 것인데,  솔직하게 말하면 그 사람들이 민주당이라는 거버넌스, 그 권력 체계 안에서 말을 못한 것이다. 말을 하게 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못 받지 않을까 혹은 민주당의 강경한 세력에게 타겟이 되서 비난 받게 되면 그것으로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침묵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솔직히 갖고 있다. 이견을 제시했다가 상당히 당하고 있는 사람의 실례가 있지 않은가. 한마디로 말해서 민주당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라고 본다. 

열린우리당이 시끄러웠을지는 몰라도 힘이 분산돼서 일을 못했던 것은 아니다. 제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할 때를 돌이켜보면 많은 분들이 저를 공격하는 일이 많았다. 의원총회를 한 번 열면 너덧시간 동안 의원들이 나서서 원내대표를 공격하고, 공격받은 일도 많지만 제가 기억하는 한 한 번도 원내대표인 저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은 일은 없었다. 신랄하게 토론은 했지만 결국은 원내대표라는 지도자가 결정하고 협상해온 것을 한 번도 뒤엎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당이 문제가 아니라 당정 분리가 나쁜 쪽으로 작용했다. 오히려 청와대를 중심으로 당과 청와대간의 소통이 안 되고 갈등이 많았다고 이해하고 있지 우리당 안이 시끄러웠기 때문이라고 기억하지는 않는다. 청와대와 당 사이에 소통이 많이 부족했고 워낙 불신도 많이 쌓였고 표면화됐다. 사실 정당, 특히 집권정당의 바람직한 방향은 당과 정부에 있는 분들과도 활발히 소통하고 당은 당내대로 소통하면서 여러 이견 등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그것을 하나로 모아갈 수 있는 게 건강한 정당 또 여당의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최근 자사고와 특목고를 일반고로 일괄전환한다는 정책을 내놨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교육개혁부터 시작할 줄 알았다. 그런 기운도 있었고, 당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굉장히 그런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였던 분 아닌가. 굉장히 기대가 있었는데, 지난 2년 반 동안 전혀 이뤄지지 않다가 조국 사태 계기로 느닷없이 교육 개혁이 나왔다. 그 선의까지는 의심하지 않지만, 일을 차분하게 충분한 논의나 준비를 거쳐서 하는 게 아니고 즉흥적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포퓰리즘적으로 아젠다를 제시하고 끌고 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한다. 

제가 교육학사다. 국민적 토론을 거쳐서 교육 정책의 방향을 좀 더 분명히 규정하되 다만 추진은 점진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다. 우리 교육의 방향을 바로 가게 하는데 상당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입시제도라는 것도 우리가 부인할 수 없다. 교육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현재 중요한 것은 하나는 금수저가 아닌 흙수저에게도 동일한 기회를 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말씀에 따르면 ‘기회는 평등하다’ 는 것이다. 그것이 교육정책·대학입시의 한 목표이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는, 4차 산업 혁명에 접어들고 있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불확실한 미래를 잘 감당해 갈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것이다. 과거에도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지만, 앞으로도 교육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굉장히 큰 분야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바람직한 인재를 ‘4C’ 라고 하더라.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력 (creativity), 소통능력 ( communication) 협동 능력 (corporation)이다. 근데 한국 교육은 전혀 그렇지 않다. 4지선다형·5지선다형·주입식교육 이런 것들은 말이 안 되는 교육이다. 이건 19세기형 교육이지 21세기 교육 혹은 4차산업혁명 시대 인재를 기를 교육은 안 되는거다. 이런 인재를 기를 수 있는 교육과 입시제도가 만들어져야한다. 

첫번째, 흙수저에게도 평등한 기회를 주려면 수도권에 있는 주요 대학, 이른바 일류대학이 전면적으로 지역별 쿼터제를 시행하면 된다. 한 교육전문가가 지역별·계층별 쿼터를 주요대학 정원의 50%까지 뽑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 방안을 발전시켜 보면, 어느 대학이 3000명의 신입생을 뽑는다고 할 때 그 50%인 1500명은 전국 시도별로 배분을 하는 거다. 고등학교 졸업생 비율로 비례배분해서 전라남도에 50명이 할당된다고 하면, 그 50명을 전남지역 내의 또 대도시, 중규모도시, 농어촌 지역으로 나눠서 또 비례배분한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전국 각지에 대도시·중도시·농어촌지역으로 구분해서가면 강남에서 고등학교 나온 학생과 신안군 섬에서 고등학교 나온 학생과 그 대학에 갈 확률이 똑같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흙수저에게도 완전히 평등한 기회를 줄 수 있다. 국민들이 원하면 극단적으로 3000명을 다 그렇게 뽑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기초생활 수급자나 장애인 등 특수한 영역에 속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고른기회선발 전형을 확대하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시험 제도를 논술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4지선다형·5지선다형 시험을 완전히 폐지하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폐지해야 한다. 학종은 너무나 이상적인 제도다. 너무나 불투명하고, 그 누구도 어떤 기준으로 뽑는지 모르고 있다. 또 수능을 전면적으로 논술화 하는 것이다. 예컨대 논술 70%, 수능 30% 등 논술을 주로 하는 입시로 가는 것이 좋겠다. 이런 것들이 사실 교육개혁의 방향이어야 한다. 다만 이런 것들을 성급하게 하지 말고 10~15년을 두고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민주평화연구원의 학생부종합전형 관련 토론회에 참여한 천정배 의원 <사진=천정배 의원실 제공>
▲ 지난해 12월 민주평화연구원의 학생부종합전형 관련 토론회에 참여한 천정배 의원 <사진=천정배 의원실 제공>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고착상태에 빠져 있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촉진자’로서 상당히 열심히 해왔지만 한계에 부딪힌 것 같은데 어떻게 뚫고 나가야 한다고 보시나.

저도 기대가 컸는데 걱정이 된다. 어쨌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현재로서는 상당한 어려움에 빠진 것 같다. 물론 연말까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북한과 미국 간의 상당한 입장차이가 있고 또 상호간의 신뢰도 충분치 않은 듯하다.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 편이다. 제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이라 상임위에서도 늘 얘기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노력해오긴 했지만 우리 정부가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했어야 하고 또 지금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문재인 정부를 보면 미국을 만날 때는 미국을 배려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칭찬도 많이 해주고 잘한 일 있으면 그 공으로 돌려주고 겸손하게 행동했다. 또 김정은 북한 위원장을 만나고 북한을 만날 땐 그대로 잘해줬다. 그러한 태도가 바람직한 면이 있긴 하고, 그것이 황희 정승 같을지는 몰라도 명확하게 북미 간의 입장이 멀어진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짜 해결 방법 같은 것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비공개 차원에서 그런 것을 어느 정도 제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반도 문제의 제1당사자가 우리다’, ‘우리가 주인이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태도를 확고히 하고 북미간의 어려운 과제를 이렇게 하면 잘 해결할 수 있다는(물론 북한·미국과 잘 소통하고 그 입장을 잘 알아본 상태에서 해야겠지만) 우리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해결책을 명확하게 만들어서 제시하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과 다르더라도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에게도 우리 입장에서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쓴소리도 하고, 저쪽에서 엉뚱한 소리를 하면 비판도 하는 좀 더 주도적인 입장을 가져야 했는데 제가 보기엔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궁극적인 해결책, 포괄적인 해결책이 뭔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국민에게 드러난 것은 없는 것 같다. 그 해결책에 대해 세부적인 협상의 디테일까지 밝힐 수는 없겠지만, 큰 틀에서 북미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좀 더 투명하게 국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해서 명확히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더 주도성을 발휘하고 명확한 북미관계의 포괄적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양쪽을 이끌어가고 설득해가는 노력, 그러한 자세를 가져야만 앞으로 길이 있을 것 같다. 

 

청와대와 정부의 외교·통일라인을 교체하라는 비판도 있다.

일각의 ‘청와대 정부’란 말이 유행했지 않나. 외교·통일 문제에 있어서 청와대가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고 주도권을 발휘하기 때문에 오히려 내각이나 행정부가 소외된 것 아닌가하는 느낌을 갖고 있다. 국방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북한에서 온 주민을 돌려보내는 과정에서도 드러났지 않나. 결국 그런 점을 개선하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그것이 인사와도 관련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같은 청와대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누구를 장관으로 임명해놔도 그렇게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초기에는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경험을 토대로 삼아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그 이후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졸속으로, 정치적 사안을 진영대결로 만든 부분이 많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있다.

비서실장 경험 뿐 아니라 살아온 삶 전체가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 아니겠나. 그분이 갖고 있는 여러 뜻이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제가 봐도 초기에 비해서는 아쉽다. 초기에는 문 대통령이 ‘소통의 달인’으로 평가를 받아왔는데 지금은 그 점에 관해 상당한 우려가 있는 것 같다. 방금 언급한 ‘청와대 정부’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수의 사람들이 어떻게 내부적으로 소통하고 의견을 모아서 통일의 대업을 이루면서 어떤 일을 힘껏 추진하느냐가 일을 잘하는 것의 기본 아니겠나. 회사로 따진다면 상사가 있고 부하가 있을텐데, 상사의 목표나 비전이 어떻게 실제 일하는 부하들에게 전달되는 것, 부하들이 전체 조직의 목표를 위해서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동기가 부여되는 것, 이런 것들이 잘 이뤄져서 조직이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개혁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후에 지나보면 개혁의 주체도 형성되지 않았고. 개혁의 프로그램도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도 절반 지난 시점에서 보니까 개혁의 주체는 청와대에 있는 몇 사람에 불과한 것 같다. 개혁 프로그램은 갑자기 집권했으니 아예 처음엔 없을 수 있는데, 그렇다고 이제 프로그램을 만든 것 같지 않다. 교육 문제나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도 그렇고 모든 개혁들을 초기에 만들어서 갔더라면 지금쯤 다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와서 패스트트랙도 불가능하고, 국회가 더 할 일이 없지 않나. 이런 상황까지 밀려오도록 뻔히 예상되는 일이었는데 아무런 대비도 없었다. 결국 개혁의 주체도, 개혁의 프로그램도 없었다는 진부하고 고전적인 비판이 생각난다. 앞으로 남은기간 동안 잘 좀 보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국민여러분께 희망의 메시지.

우리 옆에는 참으로 많은 어려운 과제들이 놓여있다. 경제도 어렵고 민생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외교나 남북관계도 큰 문제들이 있다. 또 다가오는 불확실한 4차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우리가 과연 잘 대처할지도 걱정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난 1세기여 동안 세계 사상 유래가 없는 성취를 이룬 위대한 나라다. 외통위 위원으로 최근 외국에 나갈 때마다 전 세계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의 로망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느낀다. 모든 사람들이 대한민국처럼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 성공을 거둬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여러 어려움도, 그러한 성취의 역사가 있고 빼어난 국민의 역량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이겨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정치·사회가 상당부분 분열돼서 서로 사활을 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을 넘어서는 정치를 만들고 그야말로 서로 화합하고,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상대방을 인정하고, 토론하고 타협해 갈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 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모든 일에 국민여러분들께서도 앞장서주시고, 저도 힘껏 그런 방향으로 더 노력하겠다는 말씀드린다. 앞으로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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