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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환희와 좌절, 그리고 도전으로 버무려진 임종석

’탁월한 정무감각‘.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다. 20대 초반부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라는 거대 운동권 학생조직의 리더로서 활동했고, 남들은 기업에서 대리나 과장을 할 나이인 만 34세에 무려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니 충분히 붙을 만한 호칭이다. 그의 표현대로 ’환희와 좌절, 그리고 도전으로 버무려진 시간‘만 20년인 그가 18일 전격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뛰어난 정치력에 더해 세련된 매너와 유머감각도 갖췄다는 평이 많을 정도로 진보진영 내에서는 호평 일색이던 임 실장의 전격 불출마 선언의 배경은 사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 출마설에 대한 미지근한 당과 대중들의 반응에 있었다고 추측된다. 현직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는 예외적으로 UAE 외교특보직으로서 급파돼 UAE와의 마찰을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등 청와대 비서실장 당시 엄청나게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것에 비해, 종로 출마설이 나돌자 실제 밑바닥 민심에서 체감되는 주목도가 낮았던 것이다. 임 실장이 종로로 이사까지 했음에도 정세균 전 의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등, 민주당 내에서 임 실장을 돕지 않는 분위기였던 것도 한몫했다.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원 시절 지역구로 유명한 종로는 정치적 체급을 불리고 싶은 유명 정치인들이 거쳐가는 지역구로 알려져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커리어가 화려하지만 팬덤 및 조직이 약한 임 실장과에게 딱 적합한 지역구였던 셈이다. 문제는, 언급한 대로 결국 ’반응‘과 ’가능성‘이었고, 국민들은 임 실장이 원했던 것만큼 호응해 주지 않았다.

왜 임 실장에게 국민들이 호응하지 않았을까. 86세대의 대표주자 격으로서, 청년층과 노년층이 갖는 86세대에 대한 반감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본다. 청년층들은 그들을 한국사회의 권력을 오랜 기간 독점한 기득권 집단이면서, 학창 시절에 공부하지 않고 데모만 한 무능력한 사람들로 본다. 임 실장을 비판하는 청년들의 댓글 중 “임종석 학점은 몇일까요?”와 같은 반응이 넘쳐나는 것은 이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실제 임 실장은 대학생이던 당시 전과목 F학점 처리된 적이 있다). 임 실장은 자신의 캐치프레이즈로 ’통일‘을 외치지만 막상 청년들은 통일에 반대하는 여론이 다수다. 임 실장이 청년들이 공감할 만한 아젠다를 제시하는 정치인은 아닌 셈이다. 자타공인 정무 감각이 탁월할지라도, 청년들이 미래를 맡길 만한 지도자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노년세대의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다. 평양축전과 관련된 사안으로 북한의 이찬영 당시 위원장과 통화하는 영상이 상징적이다.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상당수의 노년층 유권자들에게 임 실장은 ’빨갱이‘ 그 자체다. 종로는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 해당한다.

임 실장은 결국 정치적 비전과 통치자로서의 유능함을 청년 세대에게 보여주지 못했고, 노년층이 보내는 의심의 눈초리를 해결할만한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정치권에서 삼고초려하면 또 돌아올 수 있는 인재이기에 정치권에서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큰 일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지만, 대중의 지지가 받쳐주지 않는 정치인의 운신의 폭은 매우 적다. 만 34세에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만큼, 국회의원직 그 이상을 바라보는 임 실장에게 지금 상태에서의 총선 출마가 크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님은 자명한 셈이다.

결국 임 실장은 ’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본인이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는 민간의 ‘통일’영역으로 뛰어들어 거기서 성과를 내는 길을 택했다. 그 스스로의 묘사에서 ‘제 인생 최고의 기쁨이고 보람’이었던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활약으로 단숨에 유력 정치인으로 뛰어올랐던 것처럼, 정치가 아닌 민간 영역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통일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인재임을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성과가 없다’, ‘비전이 없다’, ‘정치만 잘 하지 능력이 없다’ 등 86세대 정치인들에 대한 편견이자 유효한 공격에 정면 승부를 건 것이다. 물론 그가 다시 중앙정치에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다만 50이 넘은 나이에, 요령껏 관성대로 하던 정치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임 실장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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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기자

정치부 이경민 기자입니다. 급박한 여의도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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