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미디어 홈페이지 화면 캡쳐
▲  KBS 미디어 홈페이지 화면 캡쳐

 

현역 국회의원도 아닌데 우리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그들이다. 두 사람은 정치성향 면에서 극과 극인 것 같지만, 둘만의 조합을 이루어 미디어 곳곳을 누비고 있다. JTBC의 단골 토론 상대이기도 한 두 사람은 유튜브 토론으로 언론의 관심을 모으더니 10월에는 MBC <100분 토론> 20주년 특별편에 출연해 함께 토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KBS의 <정치합시다> 프로그램에 고정출연 하기로 해 화제가 되었다가 홍 전 대표의 하차 선언으로 중단하게 된 상태이다.

두 사람의 조합이 미디어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흥행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워낙 입담이 좋고 토론에 능한 두 사람이기에 시청률은 기본 이상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보수의 시각에서 진보의 약점을 공박하는데 능한 편이다. 팩트 여부를 따진다면 사실 말이 안되는 내용이 많지만 사안을 부풀려 듣는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유 이사장이야 타고난 순발력으로 그때그때 살아있는 비유를 통해 사안의 핵심에 접근해 가는데 능하다. 떄로는 의도가 앞서 억지스러운 방어를 할 때도 있지만, 그런 억지도 진실인 것처럼 들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아마도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홍준표가 거짓을 말하는 것으로, 홍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시민이 거짓을 말하는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토톤이 끝나면 늘상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이 이겼다는 주장이 교차하는 이유이다.

홍과 유 가운데 특별히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보아도 재미는 있다. 말의 성찬과도 같은 시간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미디어에 등장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를 지켜보는 마음이 공허해지고 새로운 우려가 생겨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홍준표와 유시민이 이 시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양대 진영의 대변자일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 의문 때문이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여러 정치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인 것은 지금의 홍과 유 모두 정파적 사고를 우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홍준표는 포스트 황교안을 노리고 있는 정치인이다. 당연히 보수층 내에서 지지를 모을 기회를 계속 노리고 있기에 문재인 정부를 ‘좌파 정부’로 몰아가며 보수의 인기를 모을 발언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논객으로서 합리성 같은 덕목은 그 다음의 문제일 뿐이다. 유시민 또한 형식적으로는 정치인이 아니라고 하지만 정치인 이상의 정치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스스로가 ‘어용 지식인’이 될 것이라고 자처했듯이 문재인 정부를 지키는데 올인하고 있다. 조국 사태의 와중에서 지켜보았듯이 그에게 정파적 목적은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한다. 한 사람은 문재인 정부를 시종일관 폄하하여 흔드는데, 다른 한 사람은 문재인 정부를 방어하는데 모든 관심이 가 있다. 그러니 시시비비를 가리는 합리적 태도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두 사람에게 주문할 역할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두 사람의 의견에 공감할 수 없는, 그들의 지지자 보다 훨씬 많은 시청자들의 불만과 소외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극과 극의 주장들에 밀려, 진정으로 주류가 되어야 할 합리적 층이 배제되고 있는 상황을 우리는 맞고 있다.

홍준표-유시민의 조합이 미디어를 누비고 있는 것은 진영논리의 강화를 미디어들이 부추기고 있음에 다름아니다. 그래도 시청률이 나온다는 흥행논리는 진영논리를 파트너로 삼아 상식의 사고를 가진 많은 시청자들을 배제하고 있다. 대통령을 무조건 흔들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 대통령을 무조건 지켜줘야 한다고 믿는 사람, 극과 극의 두 사람이 벌이는 말싸움은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거기서 우리가 가야할 큰 길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말이다. KBS <정치합시다> 홍보 포스터에는 ‘당신의 삶을 바꾸는 토크쇼’라고 써 있었다. 홍준표와 유시민이 내 삶을 바꾼다고? 설마하니 그 말을 믿으라는건 아니겠지.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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