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권법’ 서명한 트럼프, 어려워지는 미중관계
한국서도 홍콩 민주화 지지 두고 대학생-中 유학생 갈등 잇따라

홍콩 시위에 참여한 군중 <사진=연합뉴스>
▲ 홍콩 시위에 참여한 군중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지난 6월 시작된 홍콩 민주화 시위가 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홍콩 정부가 올해 2월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을 개정하면서, 홍콩 행정장관이 용의자 송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한 지역에 중국 본토가 포함되자 홍콩인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 내의 인권운동가 등에게 중국이 ‘반불열국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홍콩 정부에 송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었다. 

중국은 지난 1997년 7월 영국으로부터 홍콩 주권을 반환받으며 2049년까지 홍콩에 고도의 자치를 약속했다. 민주화에 익숙해진 홍콩의 젊은 층은 홍콩이 중국에 완전히 흡수될 2049년 이후를 우려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그 불안감이 폭발한 것이다. 

친중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홍콩 입법회는 5월 해당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시켰다. 홍콩 시민들은 분노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6월 9일 열린 첫 번째 시위에 100만명이 운집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송환법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으나 16일에는 200만명이 모였다. 홍콩 인구는 745만 여명이다.

홍콩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며 진압에 나서자 시위의 양상이 바뀌었다. 홍콩 반환 기념일인 7월 1일, 시민들은 입법회를 공격했으며 21일에는 홍콩의 중앙정부 연락판공실을 공격해 중국 오성기 휘장을 훼손했다. 이후에도 시민들은 총파업, 공항점거, 중국계 프랜차이즈 공격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송환법 철회 ▲경찰 강경진압에 대한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없는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대 요구사항을 내놓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위 주도자에게 ‘망치 테러’가 가해지고 경찰의 고무탄 발사로 인한 실명, 시위 참가 여대생에 대한 경찰의 성폭행 주장 등이 나오면서 시위의 불길은 꺼질 줄을 몰랐다. 10월에는 시위 참가자가 경찰의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캐리 람 장관은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시행했으나 시위대는 여러 가면을 쓰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시위대는 11월 13일부터 ‘최후의 보루’ 홍콩이공대에 집결해 화염병, 투석기 등으로 일주일 넘게 경찰과 맞섰다. 그러나 경찰의 강경 진압 작전에 1100여명이 체포되거나 투항했다. 

24일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홍콩의 범민주진영은 전체 452석 가운데 무려 388석(전체 의헉 85.8%)를 가져가며 압승했다. 투표율은 사상 최고인 71.2%였으며, 진보 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임했다. ‘망치 테러’를 받은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 등도 당선이 확정됐다. 

다만 시위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캐리 람 장관은 시위대의 5대 요구 중 송환법 철회를 제외한 나머지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으며, 시위대는 연일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시위대는 중국 신장자치구의 위구르족 지지 집회 등을 열며 민주화에 대한 요구를 확대하고 있으며,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과 크리스마스에도 도심 곳곳의 쇼핑몰에서 격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맞섰다. 

시위대는 오는 1월 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며,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시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밝혔다.


세계에 영향 미친 홍콩 시위, 얼어붙은 미중관계

중국은 홍콩의 시위에 쏟아지는 국제적인 관심에 ‘내정간섭 하지말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지난 달 28일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을 통과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서명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와중 내려진 이 결정에 미중 관계는 더욱 얼어붙었으며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무역협상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홍콩인권법을 추진한 미국 국회의원과 인권단체에 제재를 시행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9일 홍콩반환협정 체결 35주년을 맞아 중국에 “영국과 중국 간 맺어진 협정은 50년 동안 홍콩의 자치권과 인권, 자유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협정준수 및 시위대와의 대화를 촉구했다.

내년 1월 11일 대선을 앞두고 있는 대만은 홍콩 시위의 여파로 ‘반중’ 노선의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지난 24일 대만 빈과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대만지표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진당의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46.8%로, 국민당의 한궈위 가오슝 시장(14.4%)를 무려 32.4% 앞서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들은 캠퍼스 내에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현수막을 설치하거나 ‘레논 벽’에 지지 목소리를 게시하는 방식으로 홍콩과 함께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설치물을 훼손하거나 대학생들에게 욕설·협박을 가하는 등 대치하면서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이 대두되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현수막 훼손 등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으며, 지난 18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현수막을 훼손한 중국인 유학색 8명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는 등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외에도 5.18 기념재단과 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등이 홍콩 시위 지지의 뜻을 밝혔으며,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이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집회를 여는 등 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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