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업계 상호 비방 자제 요청…이후에도 논쟁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
정재훈 한수원 사장 "서로 공부하고 인정하면 공존의 길 얼마든지 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10일 열린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10일 열린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폴리뉴스 안희민 기자]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에너지 공존’을 내세우며 원자력계와 재생에너지계 간 해묵은 논쟁에 중재 역할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원자력계와 재생에너지계는 이후에도 설전을 이어갔다.

정 사장은 10일 개최된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업계가 상호 간에 왜곡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을 넘어서 ‘에너지공존’을 위해서는 서로 인정하고 소통을 통해 공존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산업경제실장과 에너지자원실장을 역임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 출신이다. 이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을 거쳐 한수원 사장으로 2018년부터 재직 중이다.

정 사장이 중재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엔 그가 한수원을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발돋움시키려는 혁신 플랜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출신 인사를 한수원 재생에너지 담당자로 천거하고 연료전지발전, 새만금 수상태양광사업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해왔다. 한수원의 근본에도 충실해 사우디, 체코 등에 한국형 원전인 APR-1400 수출을 추진했고 APR-1400의 미국 NRC의 설계인증 획득이라는 치적을 남겼다.

그가 에너지 공존을 이야기한 것은 원자력계 신년인사회가 처음이 아니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공적, 사생활을 기록하는 정 사장은 페이스북에서 그의 정책을 반대하는 원자력계와 논쟁하기도 하고 원자력계의 단점을 지적하는 재생에너지 인사에게 ‘사랑’과 ‘감싸않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그를 두고 원자력계와 재생에너지계는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고 있지만 지난해 5월 일어난 한빛원전 1호기 과열 가동 등 위기를 극복해왔다.

정 사장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전과 재생에너지계는 논쟁 중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두산중공업의 경영악화가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 때문이라고 탓을 돌린 모 언론사를 비판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환경운동에 뜻이 있는 일군의 학계와 시민운동가가 모여 만든 비영리단체다.

모 매체는 꾸준히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비판해왔는데 최근 두산중공업이 에너지전환 정책에 직격탄을 맞아 임원 20%를 해임통보하고 자유한국당에 인재영입된 인사의 인터뷰를 게재하며 에너지전환 정책에 날을 세웠다.

이에 에너지전환포럼은 두산중공업을 ‘원전과 석탄발전 주기기 공급과 발전소 건설로 주요 실적을 내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두산중공업이 원전과 석탄발전 투자액을 줄이는 세계적인 추세에 적응하지 못해 경영난에 봉착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원자력계는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정부에 요구하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부각해왔다. 변동성 재생에너지(VER)이라고 불리는 태양광, 풍력은 일조량과 바람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심한데 이 점이 원자력계의 좋은 비판의 표적이 돼왔다. 산업계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지만 원자력계는 원전이 설비이용율이 80% 넘는 점을 들어 15%에 불과한 재생에너지를 폄하해왔다.

반면 재생에너지계는 원전이 10만년 이상 인간세와 격리해야하는 방사능 폐기물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며 재생에너지가 무한한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친환경 에너지임을 강조하였다. 한국뿐만 아니라 원전을 보유한 세계 각국이 고준위·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에 대한 고민에 빠진 현실을 방패로 삼아 원전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이런 상황은 국론 분열이라는 비판까지 낳게 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보인 원자력계와 재생에너지계의 치열한 대립은 3년이 지난 현재도 수그러지지 않고 있으며 급기야 원전과 재생에너지 양자 모두를 사업화하고 있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중재에 나서게 했다. 정 사장은 본지와 통화한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근거없는 기사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서로 공부하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해서 이야기를 하면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고 초지일관으로 말하고 있다”며 “보다 정확한 팩트에 근거한 논쟁이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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