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 걸어 방송 개입 혐의
대법, 방송 편성에 관한 간섭 혐의 인정…방송법 32년만 첫 유죄
이정현 “사법부의 최종 결정에 조건 없이 승복한다”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국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세월호 보도 방송 편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무소속 의원에 대한 1000만 원 벌금형이 확정됐다. 방송법이 제정된 이래 32년만의 첫 유죄 확정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벌금형의 확정으로 그의 의원직은 박탈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확정받거나, 선거법 위반 외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데 이 조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21일과 30일, KBS가 정부와 해경의 대처를 비판하는 뉴스를 잇달아 다르자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는 등 방송 편집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 의원에게 적용된 법률조항은 방송법 4조와 105조다. 방송법 4조는 방송편성에 관해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게 하고, 방송법 105조는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검찰은 2017년 12월 이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박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이 의원의 발언을 ‘방송의 내용에 변화를 주려는 간섭 행위’로 봤다.

이 의원은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에 정상적 공보활동의 일환으로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이라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이 의원 행위는 단순 항의 차원이나 의견 제시를 넘어 방송편성에 대한 직접적 간섭”이라며 유죄로 인정해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아직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방송법 위반 처벌조항 적용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관행이란 이름으로 별 경각심 없이 행사돼왔던 정치권력의 언론 간섭이 더 이상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2심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이 의원 측이 방송법상 ‘간섭’의 뜻이 불분명하고 단순 의견제시까지 처벌하는 건 기본권 침해라며 낸 위헌심판제청신청은 기각했다. 다만 2심은 이 의원이 이런 행위를 “관행이나 공보활동 범위 안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형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은 받아들여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방송법상 ‘방송편성에 관한 간섭’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의원은 선고 직후 “사법부의 최종 결정에 조건 없이 승복한다”면서 “세월호 유족들에게 위로가 되기는커녕 상처가 됐을 것을 생각하면 송구하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편성 독립 침해 혐의로 처음 처벌받는 사건이라는 사실은 그만큼 관련 법조항에 모호성과 다툼 여지가 있었고, 보완점도 적잖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회에서 관련법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같은 날 글을 올려 “재판이나 정치 무대에서 일절 개인적인 입장을 개진하지 않은 이유는 혹시나 법질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거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해 불필요한 정쟁을 초래할까 우려해서였다”며 “제 경우가 참고돼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더 견고하게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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