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검사의 영장청구권 없이는 반쪽짜리 수사권
누리꾼, 경찰 권력 비대해지면 우리나라도 필리핀처럼
문 대통령, “검찰 개혁과 경찰 개혁은 세트”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사진=연합뉴스>
▲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송희 기자]무소불위처럼 여겨졌던 검찰의 권력이 축소됐다. 

오늘 법무부는 오전 국무회의에서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조정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옛 특별수사부)가 4곳에서 2곳으로, 공공수사부(옛 공안부)가 3곳에서 2곳으로 축소됐고, 전문 분야 수사가 강조된 전담범죄 수사부서는 6개 검찰청 11곳에서 5개 검찰청 7곳으로 축소되는 등 직제개편에 따라 부서 13곳이 폐지된다. 

검찰 개혁은 문 정부의 주요 공약이었고, 여기엔 국민도 검찰도 호응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도 검찰의 옛 과오를 적극 인정하고 검찰 권한을 분산하는 개혁에 동의했다. 

검찰 개혁의 주요 내용이었던 검·경 수사권 조정의 방향성에 대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감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부패한다는 것은 이미 지난 역사를 통해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처럼 검찰에 기소권을 주되 수사권 일부는 경찰과 나눠 검찰의 지나친 권력을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이 다음 과제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찰, 검찰의 영장청구권 없으면 반쪽짜리 수사?

지난 16일 경찰에 따르면, 민갑룡 청장과 전국 경찰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현행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문제 삼았다.

경찰은 헌법 12조 3항에 명시된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검찰의 영장청구권 지위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영장청구권 없인 경찰의 수사가 반쪽짜리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영장청구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수사를 지휘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그런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검찰의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에 따른 후속 조치 관련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민갑룡 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에 따른 후속 조치 관련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 개혁도 함께 이루어져야

이에 대해 국민은 경찰 비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경찰 개혁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 검찰의 지난 잘못을 인정하지만, 경찰 비리가 더욱더 두려운 이유는 경찰의 부실수사, 지역 권력과의 유착 등이 국민의 피부에 더 와닿고, 민생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00년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이춘재 화성연쇄살인사건, 버닝썬 김상교 씨 폭행사건, 고유정 살인사건 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경찰의 권력이 비대해지면 우리나라도 필리핀을 능가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경찰 수사권을 비판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지난 2018년 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은 180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부패지수 99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한 때 파출소에 아는 사람 한 사람 있으면 편했는데, 또다시 그 시절로 회귀하는 건가”라며 비꼬았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기고를 통해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권 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치경찰제 도입이 시급하다”며 “수사권 조정의 성공은 경찰 개혁에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 2월 국회 본회의에서 경찰 개혁 관련 법안 처리

오늘(21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검찰 개혁에 이어 이번엔 경찰과 국정원 개혁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과 함께 통과했어야 할 법안이 통합 경찰법이다.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자치 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설치는 한 묶음”이라며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에 따라 커지는 경찰 권한도 민주적으로 분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경찰청법 전부개정안’에는 ▲정보 보안 수사를 맡는 국가 경찰과 지역 민생 치안을 담당하는 자치 경찰 분리 ▲사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정보 경찰의 업무 범위 축소 ▲경찰 외부인사가 본부장을 맡는 국가수사본부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검찰개혁 입법이 마무리됐는데 2월 국회에서 경찰 개혁 관련 입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찰 개혁에 대한 한국당의 동참을 촉구한다. 한국당은 경찰 권력 비대화를 일관되게 우려했다”고 말했다. 

여당은 20대 국회 안에 경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찰 개혁을 이루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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