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구의 총선진단을 시작합니다. 앞으로 선거 결과의 분석까지 21대 총선과 관련한 각종 이슈와 국민들이 특히 주목하는 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오늘이 총선까지 D-85일이고, 후보등록일인 3월26일까지는 D-65일입니다. 제 정치세력이 총선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국민들에게 준비된 내용을 전달하고 후보공천을 하기까지 실질적으로 남은 기간이 두 달임을 뜻합니다. 패스트트랙 과제들이 정리되면서 총선을 향한 각 정당의 행보가 바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현 시점의 여론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시점 여론은, 여당과 통합 보수야당이 경합하는 수준

지난 주 1월 17일 갤럽조사에 의하면 대통령 국정에 대한 긍정평가가 45%, 부정 46%로 조사되었습니다. 최근 소폭 하락했지만 대통령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45%와 50% 사이에서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정당별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9%, 자유한국당 22%, 정의당 5%, 새보수당 3%, 무당층 27% 로 나타났습니다. 1월 20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결과는, 대통령지지도가 45.3%, 부정이 50.9%입니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38.4%, 한국당 32.7%, 새보수 4.7%입니다. 

대통령지지도는 같은 수준이지만 정당지지도 측면에서는 조사결과에 편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화면접 방식인 갤럽에 비해, ARS 방식에 의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야당세력에 대한 지지도가 다소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리얼미터의 결과는 이른바 숨은 보수라고 하는 샤이보수 층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고, 그 결과에 근거해서 여당과 보수통합 추진세력을 비교하면 38.4% 대 37.4%, 경합의 상황입니다. 결국 현 시점에서 보면, 한 때 20% 이상 벌어졌던 격차가 비슷한 수준까지 좁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21대 총선은 정치의 새로운 질서와 기준을 세우는 定礎선거

다가온 21대 총선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게 될 것인가 생각해보겠습니다. 저는 이번 총선이 정초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정초란 새로운 질서와 기준을 세운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한 정권의 향배보다는, 결과에 의해 형성된 정치 지형과 판세가 새로운 정치사회적 질서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는 경우, 우리는 정초선거라고 표현합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세 번의 정초선거를 겪었습니다. 첫번째는 1978년 10대 국회의원 선거입니다. 박정희 유신세력에 억눌려 왔던 야당이 오히려 지역구 선거에서 1.2%를 앞서게 됩니다. 그 결과는 박정희 정권의 무리수를 촉발하고 부마항쟁과 10.26으로 이어졌습니다. 전두환 독재체제에서 치러진 1985년 2.12총선도 정초선거라 할 수 있습니다. 관제야당인 민한당을 와해시키고 신민당이 108석을 확보하여 강력한 선명야당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 결과는 6월항쟁과 함께 1987년 헌법개정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또 한번 1988년 13대 총선이 정초선거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정치 지형으로서 3김 지역주의를 각인시키고 뿌리를 내리게 만든 선거였습니다.

이념과 지역주의에 기댄 진영 대결 구조가 우리 정치의 역사이자 현 주소

올해 21대 총선 앞에 놓여진 정치질서는 진영 대결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집권한 쪽과 뺏긴 쪽이 정권 기간 내내 전쟁을 벌이는 양상입니다. 자기 진영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싸움이 점점 더 심해지고, 이제 한 나라에 두 국민이 존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치권이 이를 무마하기 보다는 앞장서서 부추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진영 대결은 지역주의와 이념의 결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분단과 종전상태라는 환경이 이념의 과잉을 가져왔고, 그 결과는 상대방을 빨갱이와 수구꼴통이라 규정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정강정책을 기준으로 한 일반적인 분류에 따르면 민주당도 진보로 칭하기 어렵다는 것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진영논리의 필요에 의해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구분은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역주의가 편승하면서 국민통합은 요원한 과제가 되어 있습니다. 평화와 통일의 새 역사를 써야 할 우리 미래에, 진영대결의 구조는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21대 총선은 진영대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정초선거의 동력을 품고 있음

이번 총선을 통해 이와 같은 진영대결을 끝장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그런 의미에서 저는 21대 총선을 정초선거라고 규정하고자 합니다.

그 첫번째 가능성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입니다.

제도적으로 많은 면에서 미흡하고, 현행 권력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민 민심과 국회 의석수를 가능한 한 일치시키고자 하는 제도적 장치는, 사표를 줄이는 기능을 통해 선거결과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동서로 갈려 각 진영의 기본 의석을 만들어냈던 지역주의는 진영대결을 재생산하는 한 축입니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거대양당의 기득권으로 인식되어 온 영호남 지역주의가 완화 또는 해소될 수 있는 계기를 연동형 비례제가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도 상 한계는 있지만, 국민적인 선택은 충분히 다르게 나타날 것이고, 그 선택은 다당제 등 전체 선거결과를 바꾸게 될 것입니다.

두번째는 보수야당의 실질적인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현재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 면면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들과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사람들간의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촛불과 적폐의 2차 대결로 선거국면의 기본구도가 짜여지면 보수 야당의 필패는 자명합니다. 지지세력과 정치권 모두가 공감하는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현재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논의로 이어지고 있고, 많은 난관도 예상되지만 통합은 필연적인 결과로 나타나리라 생각합니다. 

통합 보수정당은 ‘적폐로 인정될 수 있는 모습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현 정권 들어 보수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해왔고, ‘문재인과 민주당의 가장 큰 우군이 자유한국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제1야당으로서 새로운 비전의 제시는 물론 국정에 대한 비판과 견제도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입니다. 통합에 혁신이 전제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보수의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담은 정책을 제시해야 함은 물론,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인물의 혁신입니다. 과감한 인적 교체를 통해 신뢰와 지지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은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는 배제되어야 하고, 경륜과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인물들은 이른 바 험지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TK와 PK 등 기반 지역에서는 50%를 넘어 70~80% 정도의 인적 쇄신이 필요합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임명되면서 그 지역의 물갈이를 자신의 최우선 임무라고 언급한 것은 그만큼 절실하고 생존을 위한 선택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그동안 이념과 지역주의에 기대어 정치적 지분을 유지해 온 세력이 전면에서 물러남을 의미하고, 결과적으로 진영 대결에서 벗어난 정책 경쟁, 미래를 향한 비전 경쟁으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세번째, 보다 높은 가치를 지향하는 여당의 변화혁신도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21대 총선 준비에 민주당은 가장 앞서 있습니다. 이미 1년전에 공천룰을 확정했고, 공천관리위원회를 먼저 출범시키고 어제부터 후보 공모를 시작했으며, 이후 공천까지 원활한 스케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10호까지 진행된 인재영입에 있어서도 분야별 전문성과 참신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의 회복과 함께 대체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편으로 보수통합의 이슈가 부각되면서 최근 여론과 경쟁 지형이 변화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민주당도 위기의식을 가지고 변화와 혁신의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변화하지 않는 정치세력에 대해서는 언제나 철퇴를 가해왔습니다.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협치 부재에 대한 반성과 함께, 촛불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는 진영 대결 이상의 가치, 특히 불평등과 불공정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향과 국가적 비전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에 근거해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보다 촘촘한 정책을 제시해야 하고, 이에 부합하는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인물들을 선거전의 전면에 세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지난 촛불을 통해 엄청난 정치교육을 받았습니다. 한 표를 통해 나라도 바뀌지만 자신의 삶도 바뀐다는 신념이 자리잡았습니다. 따라서 올해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의 인식과 요구가 정확하게 반영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위에 제시한 세가지 요인들이 국민의 현명한 선택으로 이어질 때, 우리 정치와 사회를 옥죄고 있는 진영 대결의 구조가 그 수명을 다하는, 21대 총선이라는 정초선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2월말, 3월초면 실질적인 판세가 결정될 수 있음

경험적으로 볼 때 선거 3, 4개월 전에 형성된 여론은 크게 뒤바뀌는 경우가 많지만, 각 정당의 후보가 확정되는 단계에 확인되는 여론 지형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단기적으로 설 민심 잡기에도 노력해야겠지만, 각 정치세력은 2월말이나 3월초면 끝난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책과 인물 혁신에 전념해야 합니다. 

최근까지의 판세를 분석해보면 6대4 정도의 범여권 우세 구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보수통합 신당을 가정한 예측은 범여권과 범보수가 170석 대 130석 수준으로 변화된 모습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앞으로 한 달, 가장 가까이 2월말 쯤이면 결과의 윤곽이 보여질 것입니다.

오늘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한국갤럽> 조사는 1월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조사(집전화 15% 포함)를 통해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5%. 
• <리얼미터> 조사는 1월 13~17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10명을 대상으로 무선(80%), 유선(20%) RDD 전화면접, ARS 혼용방식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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