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지혜 기자]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 ‘검찰개혁’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반발이 거세지만 정부 주도 검찰개혁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두 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각각 지난해 12월 30일, 이번달 13일 국회를 통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 21일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 될 수 있다”며 두 법안의 시행을 철저히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진통 끝에 이번 달 2일 임명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법무부는 고강도 검찰인사와 직제개편안을 밀어붙였다. 1월 8일과 23일 단행된 검찰 인사는 대규모 인사폭풍을 통해 ‘윤석열 사단’을 해체했다. 이어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28일부터 시행된 직제개편안은 검찰의 직접수사부서를 대폭 축소했다.
다만 보수야권 및 법조계는 이러한 검찰개혁안들이 ‘수사 방해’이자 ‘검찰 대학살’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이 ‘검찰개혁’을 내세워 정권 연장을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인사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추 장관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범여권·진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우선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법에 기권표를 던졌다. 찬성표를 던진 조응천 의원은 “찬성한 것은 당론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찬성한 법안의 내용이 제 생각과 달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개혁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참여했던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은 검찰인사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진보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 장관을 향해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 한 건 당신들이다. 바로 당신들이 도둑”이라며 “윤석열 총장은 절대 물러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검찰과의 충돌도 이어졌다. 검찰은 법무부의 인사 및 직제개편안이 적절치 않으며, 현재 청와대와 여권을 겨눈 수사를 흔들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두 차례의 인사를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비리 의혹·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던 지휘라인이 교체됐으며, 차장검사가 전원 교체되기도 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인사와 직제개편이 검찰개혁 취지에 부합하며, 검찰이 오히려 ‘항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 인사의 경우,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제청권은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고 강조하며 적법성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 역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추미애 장관은 검찰에 고강도 압박을 이어갈 방침이다. 추 장관은 25일 조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만들어준 혐의를 받는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불구속 기소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승인 없이 송경호 3차장검사 전결로 결정된 것에 대해서도 ‘날치기 기소’라며 “감찰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의혹 수사 등이 ‘과잉 수사’이자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움직임이라고 판단하는 청와대·여권과 ‘감찰 카드’를 꺼낸 추 장관, 다음달 3일 이전에 이뤄질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기소 등으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의 골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고강도 1차 인사...‘윤석열 사단 해체’
지난 8일 이뤄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첫 검찰 고위급 인사는 검사장급 32명을 전면 교체하면서 고강도로 몰아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비리·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했던 지휘라인이 모두 교체되면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해체가 이뤄졌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또한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동문이자 검찰 내 대표적인 친문(親文)인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등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요직에 취임하면서 수사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한편 법무부가 윤 총장의 의견 청취 없이 인사를 단행하면서 ‘패싱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인사 명단조차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의견을 낼 수 없었으며, 법무부가 윤 총장을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30분 전에 만나자고 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의 의견청취 절차가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추 장관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 이러한 지적에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무려 6시간을 기다렸다”며 “윤 총장을 배려했는데 오히려 제 명을 거역했다”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또한 “이번 검찰 인사는 가장 형평성 있고 균형있는 인사”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보수야권 등은 ‘검찰대학살’이라며 법무부와 여당 등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에 대해 보복성 인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의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주장이 명백한 인사권 남용이며 반민주적이라고도 비난했다. 자유한국당은 추 장관을 공무집행 방해·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중간간부 인사...“비정상의 정상화” VS “2차 대학살”
23일 단행된 중간간부급 인사는 1차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청와대와 여권을 겨냥한 수사를 이끌어온 차장검사가 전원 교체되면서 다시 한 번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인사를 앞두고 ‘대검 과장급 중간간부들을 유임해달라’고 밝힌 윤 총장의 의견을 법무부가 사실상 묵살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이 인사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가 평택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의혹을 수사했던 송경호 3차장검사는 여주지청장,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했던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천안지청장으로 전보됐다.
우리들병원 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한석리 4차장은 각각 부산동부지청장, 대구서부지청장으로 전보됐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를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자평하며 “현안 사건 수사팀을 축소·교체해 수사를 방해하려고 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검찰개혁 법령 제·개정에 따라 직접수사부서 축소조정과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형사부 및 공판부의 확대를 추진한 것”이라며 “현안사건 수사팀 존속 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실제 현안사건 수사팀은 대부분 유임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안사건 수사팀의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 등은 대부분 유임시켜 기존의 수사 및 공판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도록 했다”며 “다만 지휘계통에 있는 차장 검사는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것이 아닌 점, 특정 부서 출신에 편중된 인사, 기수와 경력에 맞지 않는 인사를 해소할 필요가 있는 점 등 지난번 인사를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인사를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2차 검찰 대학살”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등 야권은 “정의와 공정, 상식과 기본이 완전히 짓밟힌 인사”라며 추 장관의 즉각해임을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직제개편, 검찰 직접수사 대폭 축소
법무부는 28일 반부패수사부를 현재 4곳에서 2곳으로 축소시키고, 13개의 직접수사 부서를 폐지하고 형사부·공판부로 전환하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공포·시행했다. 이번 직제 개편안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4곳 중 2곳이 각각 형사부와 공판부로 전환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제3부는 대규모 경제범죄를 전담하는 경제범죄형사부로 변경됐으며, 반부패수사4부는 직접관여사건 위주의 특별공판부로 운영된다.
또한 당초 11개청 13개부로 편성됐던 공공수사부를 7개청 8개부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3부·서울남부지검·의정부지검·울산지검·창원지검의 공공수사부는 형사부로 전환됐다.
대검은 직제개편에 앞서 16일 “형사·공판부를 강화하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전문성을 요구하는 전담부서의 경우 신속하고 효율적인 범죄 대응을 위해 존치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은 모두 반대 의견을 올리면서, 16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주재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직접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송경호 3차장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난해 7월 취임사 일부(‘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된다’)를 인용해 읽었으며,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검사 등 역시 “(직접수사) 부서들이 중요하다. 이 지검장님이 지켜주시리라 믿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전해졌다.
부글대는 검찰 내부
검찰은 ‘검란(檢亂)’으로 비춰질만한 대규모 사표제출이나 항명사태 등은 보이지 않으며 자제했으나,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비판 글을 올리거나 각자 사표를 제출, 반대의견서를 내는 등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양석조 반부패강력부선임연구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혐의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직속상관 심재철 신임 반부패강력부장에게 “당신이 검사냐”고 반말을 섞어 공개 항의한 ‘상갓집 항명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검사내전’의 저자로 유명한 김웅 부장검사는 24일 ‘이프로스’에 “검경수사권조정 법안은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비난하면서 항의성 사표를 제출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며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국민을 속이는 오만함과 후안무치에는 경탄하는 바”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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