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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임미리 칼럼을 고발한 더불어민주당

고발과 철회의 파동이 남긴 것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4년 6월 어느 날, 경찰의 출석 요구서가 우편으로 왔다. MBC TV <긴급 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여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무슨 보수단체 회원에 의해 고발했으니 경찰에 나와 조사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 방송활동을 했지만, 방송에서 한 얘기를 갖고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TV 토론에 출연해서 한 발언 때문에 조사를 받아야 하는 당시의 현실을 개탄했었다. 경찰에 출석해서 조사받으면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항의했다. 당연히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광경 자체가 독재정권 아래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민주화가 되었어도 교묘한 방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이명박이나 박근혜 정권 같은 보수정권들로만 알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는 거센 비판을 초래한 적이 있었다. 두 보수정권 9년의 시간동안 방송에 출연하여 정권의 잘못을 비판하는 행위는 생존과 관련된 불이익을 각오해야만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놀랍게도 더불어민주당이다.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쓴 임미리 교수와 편집 담당자를 민주당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민주당은 임 교수가 칼럼에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 명백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허위사실 여부를 다투는 보도기사가 아니라, 칼럼을 문제삼아 필자와 언론사를 고발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도 좀처럼 없던 일이라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민주당은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얘기가 공직선거법 58조의2(투표참여 권유활동)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 조항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닐 때 투표참여 권유를 빙자한 선거운동으로 선거질서를 혼탁하게 만드는 행위를 금지·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다. 정치인도 아닌, 한  진보적 학자의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고작 선거운동 행위로 해석하며 법의 잣대부터 들이대는 저급함과 난폭함에 놀라게 된다. 이것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표현의 자유를 요구했던, 촛불정신을 입에 달고 살던 그 민주당이 맞는가.

이명박 정부 시절 논객 미네르바를 스타로 부상시킨 것은 그를 구속시켰던 이명박 정부였다. 그가 아고라에 썼던 경제평론들은 그냥 토론의 시장에 맡겨두면 자연스럽게 평가받고 걸러질 수준의 것이었음에도 정권의 탄압이 그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증폭시켰다. 임미리 교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썼던 칼럼을 읽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알고 함께 읽게 되었다. 읽었지만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민주당의 행동에는 분개하고 있다.

지식인들의 주장은 그것이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 한, 공론의 장에서 평가받도록 하는 것이 옳다. 문제가 있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론의 장에서의 비판과 토론을 통해 대응하면 된다. 그것이 다양한 의견의 공존을 받아들일 줄 아는 민주주의자들의 방식이다. 미셀 푸코는 1978년 강연 <비판이란 무엇인가>에서 비판적 태도란 ‘통치받지 않으려는 결연한 의지”라 말하며 '비판'이라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권위가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적어도 권위가 그것을 진실이라 말했다는 이유만으로는 그것을 진실이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 그것이 진실하다고 받아들이는 이유들이 자기에게 타당하다고 간주될 때에만 수용하겠다는 태도입니다.”

그렇게 ‘통치받지 않으려는’ 지식인들이 권위를 비판하며 자기가 생각하는 진실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다.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 집권여당이 이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한 것은 오만이라는 말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그 자체가 결코 옳지않은 행위이지만, 정치공학적으로 따져도 표를 잃는 행위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강욱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공수처의 수사를 통해 저들(검찰)의 범죄 행위가 낱낱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는 상식 밖의 발언을 해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권 관련 수사를 막기 위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해도, 급기야 집권여당이 학자의 칼럼을 상대로 싸우는 기막힌 결정을 해도 내부에서 누구 하나 막거나 질책하는 사람이 없다. 그것이 더 큰 문제다. 이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에서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직전 총리였던 이낙연 예비후보가 그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민주당에 고발 취소를 요청했다는 소식이 있었고, 여론의 거센 반발 앞에서 민주당은 고발을 철회하며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이었던가를 교훈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러한 사태를 낳은 근본 원인은 그대로 남을 것이다.

볼테르는 『관용론』에서 자신의 책이 인도주의의 이름으로 권력 앞에 겸허히 제출하는 청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들 모두가 같은 의견이고 단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이라면 여러분은 그 사람을 용서해야 하오. 왜냐하면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여러분 각자가 책임이 있기 때문이오.”

스스로 성찰할 줄 아는 정당이라면 그것도 하필이면 검찰에 고발하기에 앞서 자신의 책임이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었을까. 민주당의 이번 행위는 표현의 자유, 그리고 반대자에 대한 관용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참, 볼테르는 이런 말도 했었다.

"네가 타인에게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너 역시 타인에게 하지 마라."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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