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윤청신 기자]

방송에서 고로쇠 수액을 소개해 네티즌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의 식물이다. 여느 단풍의 잎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는 잎을 지니고 있으며 가을이면 노랑 또는 밝은 갈색으로 물든다.

고로실나무, 오각풍 등으로 불린다. 떠도는 말에 의하면 예부터 ‘뼈에 좋은 나무’라 하여 骨利樹(골리수)라 불리다가 이 말이 고로쇠가 되었다 한다. 하지만 애초 우리말인 고로쇠가 있었고 이를 그 음가가 비슷한 한자로 骨利樹라 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을 하며 특히 해발 800미터 이상 되는 고지에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습하고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 계곡을 따라 군락을 이룬다.

지역에 따라 고로쇠가 조금씩 다른데, 지리산의 고로쇠는 잎이 대개 7개로 갈라지는 왕고로쇠이다. 그 외 우산고로쇠, 산고로쇠, 집게고로쇠, 붉은고로쇠 등이 있는데 이 고로쇠에 따라 그 수액의 맛은 다르다고 한다.

이 물을 마시면 몸에 병이 생기지 않으며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고 뼈가 아픈 데 약이 되며 속병에 아주 좋아 무병장수한다고 한다. 이 물은 대개 경칩을 전후해서 약 10일 동안 나온다.

보통 3일 동안 한 말 정도 마셔야 일정한 효험을 볼 수 있다고 하며,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한다. 고로쇠 수액은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거나 하여 일기(日氣)가 불순하면 좋은 물이 나오지 않으므로 이때 나온 물은 약효가 없다.

전남 구례와 전북 순창, 완주, 임실에서도 경칩을 전후하여 고로쇠 수액을 마시러 간다. 특히 경칩 무렵에 나오는 고로쇠 수액은 ‘여자물’이라 하여 남자들에게 더 좋고, 자작나무 수액인 거자수는 ‘남자물’이라 하여 여자들에게 더 애용되고 있다.

나무는 겨울이면 그 몸에서 수분을 다 빼버린다. 얼어 죽지 않기 위한 전략이다. 봄이 오면 나무는 그 몸에 물을 다시 채우는데, 단풍나무과 식물의 경우 그 물을 올리는 양이 많아 구멍을 뚫으면 수액이 밖으로 흘러내린다.

이 수액은 달아 그냥 마셔도 맛있다. 단풍나무과 식물의 이 수액을 받아 졸이면 달콤한 시럽이 되며, 이를 영어로 maple syrup(메이플 시럽)이라 한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이 말을 한자로 번역하여 楓糖(풍당)이라 쓴다.

최초로 단풍나무과 식물의 수액을 채취하여 시럽으로 제조한 사람들은 북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이었다. 이 지역에는 단풍나무들이 많아 수액의 채취가 쉬웠고, 그것으로 단맛의 음식재료를 만들었던 것이다.

1500년대 이후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유럽인들이 이 메이플 시럽의 제조를 따라 하였다. 단풍나무가 많은 캐나다에서는 이 메이플 시럽 제조가 큰 산업으로 발전했다. 1960년대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서 이 메이플 시럽을 제조하여 수입품인 설탕을 대체해보자는 연구가 있었다.

우리 땅에도 고로쇠 등 단풍나무들이 많으니 캐나다에서처럼 메이플 시럽 제조 산업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고로쇠 수액 음용이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극히 일부 지역에서의 일이었고 1990년대 초에 와서야 전국으로 번져나갔다.

지리산에는 고로쇠나무가 많다. 특히 뱀사골의 800미터 이상 고지대에는 왕고로쇠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지리산의 뱀사골에서 고로쇠 수액을 본격적으로 채취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의 일이다.

처음에는 나무에 구멍을 뚫고 봉지를 매달아 수액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 채취 방법이 바뀌었다. 높은 곳에서 집 가까이로 파이프를 길게 늘어뜨리고 그 파이프를 원선으로 하여 조금 가는 지선의 파이프를 고로쇠나무에 박는다. 지선을 따라 원선으로 모인 고로쇠 수액은 계곡 아래로 흘러내리게 되고, 이를 큰 통에 받는 것이다.

나무에 파이프를 연결하는 작업은 1월경에 하며 3월 말에 날씨가 풀려 수액이 멈추면 나무에 박힌 파이프는 일일이 제거를 한다. 파이프는 한 번 설치하면 5년간 쓸 수 있다고 한다. 기존의 ‘봉지 채취법’은 고로쇠 수액이 봉지 안에서 며칠 방치되는 데 비해 이 파이프 채취법은 매일 신선한 고로쇠 수액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 블로그 농산물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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