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공모사업 부실 심사 논란, 주무부서의 정직한 오류? 의도된 실수?

부산시청 전경. 민원이 많아 시청, 시의회 입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사진=정하룡 기자>
▲ 부산시청 전경. 민원이 많아 시청, 시의회 입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사진=정하룡 기자>

[폴리뉴스 정하룡 기자] 부산광역시가 문화예술 정책사업의 일환으로 발주한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조성 1단계 사업(이하 박물관조성사업)'을 둘러싸고 '입찰평가시스템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박물관조성사업'의 전자입찰에 참가한 C사는 올해 2월5일자로 시의 입찰평가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내고, 이의신청에 대한 심사가 마치지 전까지는 사업진행을 말아달라는 '우선협상적격대상자 지위보전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내 법적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 시의 공모사업의 투명성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박물관조성사업은 부산시가 2015년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부산시 문화재자료 제70호·연면적 6506㎡)와 기존의 '부산근대역사관'(연면적 2196㎡)을 매입해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건립 지원사업' 사전평가를 통과해 국비를 확보한 사업이다.

물론 몇가지 이유로 보류, 지연되기도 했지만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은 근현대사 자료 보존과 전시 공간으로, 부산근대역사관은 근현대 역사와 인문학을 가르치는 교육관으로 쓰는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조성 계획을 새로 수립해, 결국 우여곡절 끝에 정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은 것이다.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조성사업 전체 사업비의 40%까지 국비를 받게 돼 오는 2020년 11월 초, 1단계 사업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시행해왔다.

시가 1963년 건립한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이 노후해 리모델링 과정에서 추가 비용 발생분을 예상하고, 근현대역사박물관을 제대로 만들기 위한 콘텐츠 발굴과 운영 준비도 하고, 또 지역 예술계가 이곳을 단순한 역사박물관이 아닌 근현대 문화예술을 아우르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길 희망해 이런 여론도 수렴해 추정가격 17억7천 만원의 공사규모로 1월28일자로 입찰공고를 낸 것이다.

이에 업체 C사가 입찰참가자격을 갖춰 부산시의 물품계약 입찰공고에 참가했다가 '2순위 협상적격자'로 통지받은 것이다.  여기서 '2순위 협상적격자'란 쉽게 말해 '탈락'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시의 박물관조성사업 입찰 서류(제안요청서)상의 하자나 평가 항목 등 중대한 결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기술인력 보유현황'에 오류가 있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탈락된 것이다.

11일 부산지역 한 동종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시가 발주하는 '박물관 조성 1단계사업'과 같은 입찰평가결과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에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라 "거짓말을 할 수 없는데... 그래도 인간이 하는 일이라 오류도 가끔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위원회가 평가한 '정성적 평가' 점수표
▲ 평가위원회가 평가한 '정성적 평가' 점수표

 

지자체가 입찰공고를 내면, 그 공고에 따라 업체들이 '제안요청서'를 제출하면 지자체가 이를 바탕으로 심사해, 발주하는 공모절차를 밟는게 일반이다.

여기 기업체가 응모하는 '제안요청서'를 보면, 입찰방식, 낙찰자결정방식, 참가자격을 정하고 있는데, 제안서 평가방법은 1)최종 기술능력평가 90점, 입찰가격평가 10점의 배점을 합산 평가하고 2)이 중에 a)정량적 평가는 제안사의 제출서류를 근거로 발주처에서 평가하고 b)정성적 평가는 세부 평가기준에 따라 제안서평가위원회의 평가위원들이 평가한다. a)정량적 평가항목에는 1사업수행실적(6점) 2경영상태(5점) 3기술인력 보유현황(6점) 4신인도(3점)으로 구성되고 b)정성적 평가항목은 1사업이해와 기획능력(20점) 2공간구성계획(20점) 3전시연출계획(20점) 4 관리 및 유지보수(10점)으로 구성돼 있다.

폴리뉴스가 C사의 제안요청서를 확인한 결과, C사가 사업제안서를 작성해 부산시에 제출하였고, 시는 2월5일 최종 기술능력평가 90점 중 77점, 입찰가격평가 10점 중 9.2583점으로 평가해 C사에 2순위 협상적격대상자라고 통지했다는 것.

공개된 위 평가 점수표에 의하면 C사의 '정성적 평가 점수'는 경쟁 참가업체 A사보다 월등히 뛰어난 점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정도의 점수차(63.1-58.96=4.14)라면 C사에게 낙찰되는 것이 통상관례다"고 말했다.

위 표는 부산시홈페이지에 공개된 것인데, 위원명 순서와 위원별 결과 순서는 관련이 없다. 평가위원의 명단은 점수가 최종 결정되기 전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정성적 평가는 최고점수와 최저점수를 준 위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위원이 평가점수를 합산하여 산술평균한 점수로 선정된다(다만 최고, 최저점수가 2개 이상일 경우 1개씩만 제외)

다른 항목을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시가 정량적 평가항목의 '기술인력보유현황(6점)'에서 C사의 초급기술자 1명만을 기술자로 보유하고 있다고 착오한 점이 발견됐다.  그래서 기술인력보유현황 항목의 점수를 0.4점이라는 치명적 점수를 부여한 것이다.

확인 결과, 발주처인 부산시 모 담당관이 초급 기술인력 1명만 보유한 것으로 0.4점만 잘못(?) 입력했을 수도 있지만, C사가 실제 기술인력 보유현황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보면 총 6점 중 5.4점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일을 하다보면 전화번호 입력할 때, 숫자를 기입할 때 제일 조심해야 한다. 숫자 11을 1로 착각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 모 의원은 "점 하나에 남이 되고, 님이 된다는 노랫말처럼 예산을 다루다보면 특히 숫자에 민감해야 한다. 만약 간단한 실수가 아니라면 응찰업체의 입찰 내용을 전면적으로 바꾸기 위한 고의 조작이라는 의구심을 들게 만드는 항목이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에 C사는 '정량적 평가 영역에서 기술인력 보유현황'이 잘못 산정되었음이 명백하다고 부산시를 상대로 '이의신청'을 했다. C사는 지난 3월6일 법원에 '우선협상적격대상자 지위보전 등 가처분신청'을 내고 부산시가 계약체결한 A사와의 사업 진행을 잠정 중단할 것과 재심사를 요청하고 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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