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대 이은 오너리스크에 사명 변경 국민청원 운동도
JAL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 상장폐지·법정관리에서 흑자 전환 본보기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사진=연합뉴스>
▲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필수 기자] 오는 27일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여론전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너리스크와 이에 따른 전문경영인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주장이 제기된다.

조 전 부사장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및 반도건설과 손잡고 ‘3자 연합’을 구성해 조 회장을 대신해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20일 KCGI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조원태 회장의 경영 기간을 비롯해 한진그룹의 총체적 경영 실패가 있었다”며 공세에 나섰다.

또한 그룹의 경영과 관련해 “전문경영인과 소유경영인의 싸움으로 볼 수 있는데, 유럽 등 선진국은 대부분 기업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를 채택함에도 국내에서는 재벌기업 대부분이 소유경영 체제를 채택해 거부감이 많은 것 같다”며 전문경영인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현 항공업계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전문경영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진칼은 지난 4일 열린 이사회에서 “조현아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후보 보다 전문성과 독립성이 뛰어난 후보를 추천함으로써,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한진칼 이사회는 “그룹 임직원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조원태 회장을 중임함으로써 조 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전문 경영진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함과 동시에 경영 안정을 도모하고 현재 추진 중인 지배구조,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 발전 방안을 지속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노조와 전직임원들도 이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 한국공항 노조는 지난달 17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조 회장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한진그룹 전직임원회 또한 같은 달 21일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전문경영진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조 회장은 최근 우한 지역 교민들의 귀국을 위해 마련된 대한항공 전세기에 탑승을 자원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회사의 손해와 본인의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은 과거 부정편입학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으며 지난 2000년에는 차선 위반을 단속하려던 교통경찰을 치고 100m 가량을 주행해 입건됐다. 또한 지난 2005년에는 운전 중 무리한 끼어들기로 상대 차량의 탑승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노인을 밀쳐 노인 폭행 논란이 일었다. 아울러 지난 2012년 인하대 운영과 관련해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폭언한 것이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집에서 가족과 경영권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 소란을 피웠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조 회장 이외에도 한진가 가운데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땅콩 회항’에 이어 지난 2018년에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물컵 갑질’과 국내 법령상 항공사의 등기 이사를 맡을 수 없음에도 지난 2010년부터 6년간 진에어의 등기 이사를 맡아 논란이 됐다.

이러한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로 인해 지난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항공 개인회사의 “대한” , 영문명 “Korean Air” 의 명칭 사용금지 요청”이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진에어는 2018년 8월부터 현재까지 신규 항공기 및 노선취항이 제재를 받는 피해를 보고 있다.

3자 연합은 총수와 관련된 사건이나 독단적 경영이 회사에 피해를 입히는 오너리스크를 언급하며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강성부 KCGI 대표는 지난달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경영인 체제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일본항공(JAL)의 이나모리 가즈오를 사례로 언급했다. 강 대표는 “5천억 원씩 적자 나던 일본항공을 2조 원 흑자로 만든 장본인은 항공 비전문가인 이나모리 회장과 공대 출신 IT 전문가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회사의 성격과 경영 환경이 전혀 다른 두 기업을 같은 기준으로 놓고 분석한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일본항공의 회생이 이나모리 특유의 ‘아메바 경영’보다는 7300억 엔의 채무 탕감과 정부계 펀드인 기업재생지원기구의 3500억 엔 출자 등 정부의 자금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능력은 일본항공의 회생을 이끌었다. 이나모리는 지난 2010년 상장폐지에 법정관리까지 들어간 일본항공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일본항공의 부채는 2조3221억 엔(약 26조 9254억 원)에 달했다. 이나모리는 적자 노선 폐지와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조직을 소규모로 나눠 경영하는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일본항공은 8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하고 2년 만에 재상장을 달성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오너리스크와 관련해 “오너의 경우 본인의 소유지분에 맞게 권한을 행사하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오너 체제에서 오너가 지분보다 과도한 힘을 행사하면 기업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교수는 이사회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러한 위험은 이사회를 통해 견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사회에 대해 “이사회에 대주주를 견제하는 멤버가 있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산업·경제·금융·재무 등 여러 분야의 이해를 갖추도록 어느 한 편에 치중되지 않게 이사회를 다양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브랜드 가치와 70년대 이후 압축적 산업화 과정에서 국민 경제에 미친 기여,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와 항공기 운영 능력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외부와 내부 고객들의 애정은 여전하다"면서 "따라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전문경영인제 도입은 더 이상 늦출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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