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명단 수정안, 선거인단 투표서 부결
황교안 “빠른 시일 내 문제 바로잡겠다”
원유철·정갑윤 이적으로 한국당 장악력 강화
공병호 “통합당 추천 인사 더 뽑겠다”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미래한국당의 한선교발(發) ‘공천 쿠데타’가 차근차근 진압되는 모양새다. 선거인단 다수의 반대로 재조정된 비례대표 명단이 부결되면서 한 대표 및 한국당 지도부 전체가 사퇴했고, 유력한 차기 지도부로 거론되는 5선의 정갑윤·원유철 의원이 통합당을 탈당 후 한국당에 입당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황 대표의 영향력 행사였다고 해석된다.

미래한국당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통합당 추천 인사 4명 정도가 당선권에 포함된 비례대표 명단 수정안을 선거인단 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총 61명이 참석한 이날 선거인단 투표 결과 찬성 13표, 반대 47표, 무효 1표가 나왔다. 반대표를 던진 선거인단 대다수는 전면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황 대표와 통합당 측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인단 투표가 부결되자, 한 대표는 즉시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한 대표는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에 의해 내 정치인생 16년 마지막을, 정말 당과 국가에 봉사하고 좋은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내 생각은 막혀버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후 조훈현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 지도부 총 사퇴를 선언했다.

한 대표는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첫 명부에 대해) 통합당에서 불만을 표출했고, 그러한 불만은 내게 커다란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통합당 지도부가 여러 경로로 압력을 가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황 대표는 비례대표 의원 선출용 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 관련해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대충 넘어갈 수 없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19일 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사실상의 영향력 행사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구태 정치, 나쁜 정치와 단절하겠다”면서 “빠른 시일 내 문제를 바로 잡아 승리의 길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5선인 원유철·정갑윤 의원의 한국당으로의 이적은 한국당에 대한 통합당 지도부의 영향력을 더 강화하고, 새 지도부를 꾸리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국당은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 두 의원의 한국당 입당 절차는 곧 마무리될 예정이다.

인재영입을 담당했던 염동열 의원과 장석춘 의원도 한국당에 입당한다.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추가 이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의 한국당에 대한 영향력을 확실히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나를 공관위원장으로 인선하지 말았어야 한다”이라는 발언으로 타협적이지 않은 공병호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의 태도도 변화했다. 공 위원장은 19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통합당의) 요구 조건이 4~5명밖에 안 되는 줄 알았다. 오늘 깨끗하게 마무리될 줄 알았다”면서 “(통합당 인사를) 5명 더 뽑아달라면 더 뽑아주면 된다. 그런데 얘기를 안 해주니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중요한 우선순위”이라며 “원칙을 지키지만 원칙에 수정이 필요하면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 위원장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소위 ‘윗선의 압박’ 이외에도 보수 지지층의 강력한 반발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공 위원장이 유튜브 채널인 공병호TV의 경우, 공천 파동 이후 52.5만명에 달하던 구독자 수가 불과 이틀만에 48.9만명까지 떨어졌다. 공 위원장의 동영상에는 수천 개의 비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공 위원장이 통합당이 원하는 비례대표 순번을 모두 받아주겠다고 공표한 이상 더 이상의 ‘공천 파동’은 없을 전망이다. 다음 주 초쯤에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이 확정될 공산이 크다. 4·15 총선 후보자 등록일은 오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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