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부동산학회장 서진형 교수
"코로나 여파 ‘로또분양’ 아파트 노리는 사람 많아져" 
"'고령화시대' '농촌문제' 부동산학은 꼭 필요"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서진형 교수. <사진= 최정호기자>
▲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서진형 교수. <사진= 최정호기자>

 

대한부동산학회장인 경인여대 서진형 교수를 만났다. 수많은 매체들이 부동산 관련 취재할 때 1순위로 섭외하는 인물이다. 그만큼 부동산 부문의 이론과 실무에 조예가 깊다. 기자가 부동산 전문가들을 취재할 때면 “강남3구 어디에 투자해야 한다” “어느 지역이 오름세”라는 판에 박힌 말들을 듣기 일쑤다. 서 교수도 처음에는 이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뭔가를 질문하면 미리 준비해 놓은 듯 술술 답변하는 모습 때문에 그랬다. 그러나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다른 부류의 전문가란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서 교수는 최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자로서 자신의 목표를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인간이 부동산에 예속되는 게 아니라 인간 중심의 부동산 개발로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부동산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학자를 양성하는 게 교육자로서 목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연일 시장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코로나 여파가 적지 않다. 서 교수는 현 부동산 시장에 대해 “IMF와 글로벌 경제 위기 때는 자금이 없었고 지금은 생활비가 없는 것”이라며 “그 결과 상업용 부동산은 크게 하락하지만 주거 부동산은 필수재이기 때문에 일정 선 이하로 떨어지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갭 투자는 시장 불확실성 때문에 감소하고, 신규 아파트에 대한 이른바 ‘로또 분양’에 사람들이 몰릴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서진형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어떠한가.

부동산 시장을 진단할 때는 국민의 실질적 소득 수준을 봐야 한다. 소득이 적을 때는 매수든 전월세든 원룸과 오피스텔이 수요가 높아진다. 과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원룸과 오피스텔이 많아졌던 것도 국민 소득의 영향이다.  현재는 1인 가구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원룸에 살다가 이제는 66㎡(20평) 규모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1인 가구가 많다. 그러나 공급이 부족해 시장 불안이 형성됐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직장과 주거가 가까운 곳에 있는 걸 선호한다. 직장은 서울인데 신도시에 1인 주거 시장을 형성하는 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을 콤팩트시티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을 평가한다면.

우리는 일정 기간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일 뿐, 부동산은 후손들에 물려주는 유산이다. 학교에서 토지가 있어야 국가가 성립된다고 배웠다. 정부는 부동산을 국가라고 생각해서 정치적으로 통제하려고 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주거 취약 계층, 기초수급대상자,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주거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부동산 시장의 90%는 민간에게 맡기는 게 적합하다고 본다.

-‘부동산학’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도시 한편은 빈민가로 변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 농촌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지 오래다. 우리나라의 이 같은 현실에 부동산학이 꼭 필요하다. 점점 사라지고 있는 농촌을 바꾸는 재생 프로젝트 같은 걸 만들고 싶다. 75세가 농촌에서는 청년회장인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를 부동산학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부동산학과의 현실은 어떠한가.

부동산을 가르치는 학과는 많은데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가르치는 ‘부동산학과’는 적다. 대학생에게 부동산학은 생소한 학문이라 경영학을 배우겠다는 학생은 많지만 부동산을 배우겠다는 학생은 적다. 부동산학을 배운다면 투기 부동산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본 사람들이 부동산을 가르친다고 하면 “돈 많이 벌었겠네요?”라고 묻는데, “가난한 학자일 뿐”이라고 대답한다. 부동산학과는 80년대에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특수대학원을 만들 목적으로 ‘부동산학 과정’이 도입된 게 시작이었다. 지금은 전국 150여 개 학교가 부동산학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을 평가하는 게 취업률이라서 부동산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게 더 힘들어졌다. 부동산 업계가 4대 보험 적용을 안 해주는 기업들이 많다보니 취업률이 낮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실정이다. 현재 건국대, 명지대, 강남대, 단국대 정도에 부동산학과가 있는 실정이다.

-교육자로서의 목표는.

요즘 학문은 이론이 아니라 실용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부동산학은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는 목적으로 부동산이 필요한 것으로 가르쳐야 한다. 투기나, 투자가 아닌 지속가능한 부동산으로 만들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학자를 만드는 게 꿈이다.

-끝으로 대한부동산학회는 어떤 단체인가.

우리나라 최초 사단법인 학회로 올해 40주년을 맞이했다. 부동산학자들의 모임으로서 우리나라 기라성 같은 학자들이 대거 모여 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대안을 제시하며 선도적 역할을 학회가 담당했어야 하는데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올해가 학회 창립 40주년인만큼 문제 해결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더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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