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발(發) 공천 쿠데타 등 위성정당 난맥상
더불어시민당에서 배제된 녹색당, 내홍 겪어
의원 꿔주기·자체 공모로 비례대표 급조
통합당 일각·학계 일각에서 폐지론 일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5일 서울시 선관위가 국회 앞에 내건 총선 안내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5일 서울시 선관위가 국회 앞에 내건 총선 안내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위성정당의 난립, 공천 갈등, 서로 간의 분열상, 후보 검증 미비. 전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연비제)의 본회의 통과 이후 발생한 난맥상들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마저 “현재 전개가 몹시 민망하다”라고 밝혔을 정도로, 연비제가 보여주는 여러 ‘폐단’은 유권자들을 눈살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에 도입된 지 불과 석달 된 제도임에도 일부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제도를 폐지하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준)연비제는 19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으로, 의석수를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라는 현행 그대로 유지하되,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연동형 캡‘을 적용해 연동률 50%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비제를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은 물리력까지 행사해가며 극렬히 저항했으며, 이때 벌어진 국회 몸싸움 사태에서 무려 24명의 통합당 의원들이 검찰에 기소당했다. 이를 ’패스스트랙 사태‘라 부른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갈등, 연비제 때문에 일어나

통합당은 결국 연비제를 우회하기 위한 ’꼼수‘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문제는 '황심'을 거역한 ’높은 자율성‘ 이었다. 황교안 대표가 영입한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한선교 전 한국당 대표의 승인 하에 공병호 공관위원장을 통해 비례대표 명단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한 전 대표와 공 전 위원장의 이른바 ‘공천 쿠데타’는 '친황'의 전령사인 원유철 의원의 대표 취임으로 19일 ‘진압’됐다.  원 의원은 통합당을 탈당해 당대표를 전제로 미래한국당에 입당한 것이다. 한선교, 공병호는 이른바 '황심'을 배신한 '배신자' 낙인이 찍힌채 당을 떠났고, 공 위원장의 유튜브 구독자수가 수만 명이 떨어져나가는 등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거센 반발이 크게 작용했다. 이는 본당인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에 대한 통제력 문제로 일어난 해프닝이기에 연비제 도입이 없었으면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공천 갈등이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어느 정당도 타 정당 공천에 개입할 수 없다는 정당의 기본 원칙을 위배해도 된다는 것이 연비제로 나타난 위성정당의 괴이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정의당은 황교안 대표를 타 정당의 공천에 개입했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민주당, 위성정당 창당 과정에서 소수정당과 갈등

민주당은 통합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꼼수정당, 쓰레기정당'이라고 비난했지만 결국 자신들도 고육지책으로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서 플랫폼 정당을 자처했던 ‘시민을위하여’가 민주당에게 선택되면서 정치개혁연합, 녹색당 및 미래당의 배제 및 반발도 연비제가 불러온 난맥상이었다.

소위 ‘비례민주정당’에서 배제된 정개련은 "양정철과 개국본(개싸움국민운동본부) 등 소수가 준동하고 있다"며 "민주당에 대한 일체의 기대를 접는다"고 최후 통첩의 결별선언을 했고, 녹색당은 18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논의는 민주당에서 주도하는 허울뿐인 선거연합이라 판단하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마저 무색하게 하는 행위”라고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크게 선전해 녹색당을 알린 신지예 젠더폴리틱스 연구소장은 18일 탈당을 선언하며 “대한민국 정치사에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위성정당 참여 명단에 녹색당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보며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녹색당의 ‘대표 간판’이 당을 떠나갈 정도로, 소수정당인 녹색당이 입은 내상이 크다.

더불어시민당이 발표한 34명의 비례대표 명단 가운데 소수정당 몫으론 단 2명만이 배정됐다. 대신 다른 소수정당들이 밀려난 자리는 더불어시민당이 자체 공모로 급조한 인사들 12명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 등 민주당이 선정한 비례후보 20명도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34명 명단에 포함됐다. 소수정당의 원내진입을 돕기보다는 민주당의 충실한 위성정당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의원 빌려 주기’도 문제된다. 정당법엔 ‘누구든지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는 승낙 없이 정당 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민주당은 이런 법 조항을 근거로 지난 2월 통합당이 한국당에 의원을 ‘파견한’ 것은 법 위반이라고 검찰에 고발했다. 문제는 그런 민주당도 ‘의원 꿔주기’ 행태를 벌이고 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연비제 폐지 목소리 일어… 21대 국회에서 폐지돼야

이러한 현상을 두고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24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정환경당을 배신하는 행태 등, 민주당이 이익을 챙기기 위해 명분없는 일에 소수정당들을 끌어와 이용한 것이 연비제 사태의 본질”이라며 “강한 대통령에는 강한 야당이 필요한데 구조적으로 특정 정당이 과반을 점할 수 없는 연동형 비례제는 대한민국 정치현실에 맞지 않다. 드러난 여러 문제점들도 있고 다음 총선에서 아마 폐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정유섭 통합당 의원은 23일 연비제를 폐기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연비제 선거법이 온갖 세력이 야합해 기형적인 정당들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며 “22대 총선부터는 이 같은 폐해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공직선거법’부터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태경 의원과의 경선에서 탈락한 석동현 전 예비후보도 연비제 폐지를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학계에서도 폐지 여론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역시 23일 한 방송에 출연해 “(연비제는) 유권자들을 하나의 투표에 동원하는 것 밖에 안 된다”며 “이 제도는 이걸로 그만해야 한다”며 폐지를 지지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모임(정교모) 또한 19일 성명문을 내고 “직선 대통령 중심제에서의 연동형 비례제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적 대원리에 반할 뿐만 아니라 여권 심판 기능의 무력화, 집권당과 군소 정당 사이의 더러운 거래를 통한 사익 추구, 입법권 장악의 부작용만 크므로 21대 국회에서 바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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