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통진당 해산 이후 지지율 최저치 기록
연비제, 거대정당의 위성정당 출현 조장 비판
당초 예상과 달리 연비제가 정의당에 이득 없어
조국 임명 찬성 반성했지만, 이미 실기(失期)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정의당의 총선전략은 첫째도, 둘째도, 선거제도 개혁"

정의당의 전국동시당직선거를 맞아 충남도당 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던 장진 현 충남도당위원장의 과거 발언이다. 그만큼 정의당의 총선전략은 명료했다. 표의 비례성을 증진해 소수정당에게 유리하다고 평가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연비제)를 도입하는 것이 정의당의 핵심 전략이었다.

그러나, 정의당의 기대와 달리 연비제의 도입은 정의당에게 철저한 새드엔딩(sad ending)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당초 원내교섭단체를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6석을 얻었던 20대 총선보다 더 우울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리얼미터>
▲ <사진=리얼미터>

지난 2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의당의 지지율은 3.7%였다. 이는 같은 기관 조사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나타난 정의당 지지율로는 최저치이다. 정당투표에서 득표율이 3% 아래면 봉쇄조항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1석도 얻지 못한다.

물론 정의당의 기본 지지층이 있기에 그 아래로 떨어질 확률은 희박하지만, 비례대표에서 총 4석을 얻었던 20대 총선보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당초 20석을 기대했던 것과는 크게 상황이 암울하게 바뀐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먼저 연비제가 갖는 현실 정치적 함의를 정의당이 다소 ‘나이브하게’ 접근한 것이 문제다. 연비제는 그 자체로는 소수정당의 출현과 성장을 촉진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고 정의당은 그 점에 기대를 걸었다.

다만 연비제는 과거 알바니아나 레소토의 사례처럼 거대 정당이 자신들의 득표를 극대화하기 위한 위성 정당의 출현을 조장하는 특성 또한 갖는다. 그 위성정당들이 소수정당이 가져갈 표를 잠식해 소수정당의 설 자리를 외려 없애 버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정의당은 과소평가한 것이다.

실제로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2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의당 자신들에게 결코 유리할 리가 없는 제도인 연비제를 너무 나이브하게 정의당이 꿈에 취해 바라봤다”며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선거제도이고, 가장 결정적으로 민주당의 공천 탈락자들이 만드는 위성 정당의 등장을 민주당이 전혀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리 경고신호가 울렸음에도 정의당이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주당의 ‘공식’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비공식’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의 창당으로 인해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뽑고, 지역구에서는 정의당에 투표하는 교차투표자들의 표심이 이번 총선에서는 달라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례대표 투표에서 정의당 대신 민주당의 ‘비공식’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등에 투표할 확률이 좀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연비제 부작용 예상 못한 정의당, 조국 임명 찬성해

사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본격 도입되기 이전, 정의당은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비제는 전체 비례대표 득표율에 의석수를 ‘연동’한다는 점에서 그 특성상 복잡한 수식을 필요로 하는데, 심상정 대표는 추후 해명하긴 했지만 분명 “국민은 (계산법) 몰라도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연비제 통과를 당 내부적이나 외부적으로 ‘절대선’화 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탈당 등을 불러온 ‘조국 임명 찬성’도, 선거제 변경을 위해 정의당이 둔 악수였다. 당시 정의당은 조 전 장관의 임명 적격 여부 판정을 인사청문회 뒤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적격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는 엄청난 여론의 역풍을 입었다.

이에 4·15 총선에 출마하는 정의당 청년 후보들이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 당시 정의당이 찬성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심상정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과 같은 민주당계 위성정당들이 생겨나면서 ‘유일한 전략’이었던 연비제의 도입은 사실상 정의당에게 ‘재앙’에 가까운 결과가 되고 말았다.

지역구 완주하며 비례득표 극대화하는 전략

물론 정석적인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의당은 전체 지역구의 과반 정도 되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분발해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지역구 민심을 정의당 쪽으로 옮겨와 정당득표마저 끌어올리는 전략을 쓸 수 있다. 심상정 대표는 18일 “범민주진영 지지층이 50% 정도 되는데 민주당에 20%, 정의당에 30% 정도 전략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심 대표는 지역구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일축했는데, 표면적 명분으로 든 ‘유권자들의 전략 투표에 의한 사실상의 단일화 현상’ 이외에도 지역구 완주가 비례대표 득표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겨냥했다고 보여진다.

아울러 심 대표는 범여권의 비례대표용 선거연합정당 참여에 대해선 “국민의 표를 도둑질하는 꼼수정치에 정의당이 몸담을 수 없다”며 거듭 거부 입장을 밝혔다. 심 대표는 “거대양당의 참담한 대결 양상은 주권자인 국민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의석수만 생각했다면 민주당과 정의당이 비례연합당을 만드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분석에 대해선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달콤한 유혹이지만 그것이 꼼수이고 반칙이기 때문에 합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민주당과 철저히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연비제에 대한 대안으로 ‘위성정당’을 선택한 거대 양당을 비판하고 정의당만의 독자성을 어필해서 비례대표 득표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리얼미터는 3월 16일(월)부터 20일(금)까지 닷새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43,347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2,507명이 응답을 완료, 5.8%의 응답률(응답률 제고 목적 표집틀 확정 후 미수신 조사대상에 2회 콜백)을 나타냈고,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20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림가중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