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개혁세력으로 존재감 키워
호남에서 민주당과 경쟁체제 구축
일부 호남 후보자, 민주당·이낙연 마케팅 지지세 활용
대선은 ‘이낙연 호남대통령’ 전략

[폴리뉴스 송희 기자]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호남에 기반을 둔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 3당이 합당해 민생당이 출범했다. 이번 4·15 총선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면서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에만, 국민의당은 비례대표에만 후보자 공천을 한다는 전략이지만, 민생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양쪽에 후보자를 모두 공천한다는 방침이다. 

민생당은 출범 당시 청년 및 미래 세력과 소상공인 세력과의 통합을 주장하며 ‘호남 정당’ 이미지를 벗고 중도개혁의 전국정당으로서의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각 계파 간 정당의 정체성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총선이 3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내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바른미래당계는 호남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이대로 호남에 안주해서는 지역주의 정당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계는 민생당이 호남의 개혁 가치를 지역 정당으로 폄훼하지 말고 반호남주의와 반개혁주의를 시정하라는 입장이다. 또한 지도부는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앞세우며 범진보 비례대표 연합정당(비례연합정당)에 불참한다고 밝혔지만, 지역에서 뛰고 있는 후보자들은 민주당의 유명 인사를 내세워 선거운동을 하는 등 입장이 배치되고 있다.

12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 민주묘지에서 민생당 광주 지역구 의원, 21대 총선 예비후보, 임한솔·노승일 영입 인재등이 참배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동철·김종배·최경환 민생당 광주시당 공동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12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 민주묘지에서 민생당 광주 지역구 의원, 21대 총선 예비후보, 임한솔·노승일 영입 인재등이 참배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동철·김종배·최경환 민생당 광주시당 공동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최순실·전두환 저격수 앞세워 호남 공략

민생당은 지난 3월 12일 ‘최순실·전두환 저격수’로 알려진 노승일·임한솔 씨를 인재영입하면서 광주 텃밭·호남 민심을 공략했다. 민생당 광주시당은 창당 이후 첫 일정으로 이날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여기엔 광주 현역 의원인 박주선(동남을)·장병완(동남갑)·천정배(서구을)의원과 김명진(서구갑)·김성환(동남을) 예비후보들이 참석했다. 민생당이 ‘개혁적 이미지’가 강한 노 씨와 임 씨를 영입함으로써 ‘민주개혁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초 민생당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대표와 함께 박지원·천정배·정동영·박주선 등 지난 총선에서 호남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국민의당 주축 세력들이 다시 모여 호남에서 민주당과 경쟁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도로 ‘호남당’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정면 돌파한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도로 호남당이 뭐가 나쁘냐”면서 “박근혜 국정 농단을 정당화하는 도로 ‘TK당’은 있으면서 도로 ‘호남당’을 나쁘다고 하는 건 자꾸 호남을 차별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민주당에 추진했던 범진보 비례대표 연합정당 참여를 두고도, 잠시 당내 계파 간 갈등을 빚었지만, 최종적으로 불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 16일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는 최고위에서 “집권 여당의 ‘정치 야욕’으로 탄생한 친문연합정당 역시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경고한다”며 “민생당이 동료 시민을 대신해 그 야욕을 반드시 분쇄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현 공동대표 또한 20일 “참여를 결정했던 연합정당이 초심을 잃었다”며 민주당과의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렇게 갈등이 봉합되면서 총선 체제에 본격 돌입하는 듯했지만,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반발하는 후보자가 탈당하는 등 또다시 잡음이 일었다. 호남에서 민주당과 경쟁체제를 구축한다는 당초 입장과 다르게 일부 후보자들은 민주당과 민주당의 유명 인사의 지지세를 자신들의 선거활동에 활용했다.  

광주 광산갑 민생당 김동철 후보가 선거사무소에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한 사진이 있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김동철 후보 선거 캠프 제공>
▲ 광주 광산갑 민생당 김동철 후보가 선거사무소에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한 사진이 있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김동철 후보 선거 캠프 제공>

민주당·이낙연 활용한 선거 마케팅

호남 지역의 일부 예비 후보자들은 너도나도 이낙연 전 총리를 전면에 내세운 선거 전략을 택했다. 호남에서 ‘차기 호남대통령’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이 전 총리와의 인연에 편승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동철 후보(광주 광산갑)은 지난 21일 선거사무실 외벽에 “뉴DJ시대 개막! 50년 막역지기 김동철·이낙연”라는 쓰인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총선도 총선이지만 2년 후 대선에 대비해, 민주개혁세력이 하나로 뭉쳐야 진보진영의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뉴DJ’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차기 대선주자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의미한다. 천정배 의원은 손 전 대표의 서울 종로 출마를 만류했다. 종로에 출마한 이 전 총리의 표가 분산되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대안신당계 유성엽 공동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호남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김대중 대통령 이후 호남 대통령이 다시 나올 수 있겠느냐는 것이 관심사”라며 “현재 이 전 총리가 다행히 대선주자 1위로 부각돼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면, 저도 호남 출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전 총리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면 좋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비민주당 후보들의 ‘민주당·이낙연 마케팅’은 호남 정치 상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인 만큼 민생당 후보들은 정부·여당과 ‘한 뿌리’임을 내세워 여권 표심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 총리가 문 대통령과 한 배를 탄 사람이라는 게 너무 분명한 데다 민생당은 향후 존립 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하다”며 “정치적 학습 능력이 탁월한 호남 유권자들이 민생당의 ‘이낙연 마케팅’에 동의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민생당은 호남 14곳 등 총 38개 지역구에 대한 4·15 총선 후보 단수공천을 확정했다. 우선 지역구 현역 의원 전원이 있는 호남 지역 12곳에 대해 단수 공천이 확정됐다. 광주의 경우 ▲북구을 최경환 의원 ▲동구남구갑 장병완 의원 ▲서구을 천정배 의원 ▲광산구갑 김동철 의원 ▲서구갑 김명진 전 김대중정부 청와대 행정관 등이 공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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