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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총선 한복판에 드리운 위선의 그늘

‘촛불’을 말하며 사익을 추구하는 이중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역사학자 폴 존슨은 『지식인의 두 얼굴』이라는 저서에서 공적인 성취와 개인적 삶이 모순된 지식인들의 이중성을 고발했다. 대중의 귀를 사로잡은 ‘세속적 지식인’들의 삶에서 나타난 이중성을 비판하면서 그는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 “지식인들은 그들의 삶을 어떻게 살았는가? 가족과 친구, 동료에게 얼마나 정직하게 행동했는가? 그들은 성적, 금전적 문제에서 올바르게 행동했는가? 그들은 진실한 말을 하고, 진실한 글을 썼는가? 그들의 주장은 시간과 실천의 시험을 어떻게 견뎌냈는가?”

지난 해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진보적 지식인들의 이중성을 비판하는 ‘위선’이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에 등장했다. 세상의 수많은 일들에 대해 시시콜콜 정의로운 심판자 목소리를 내왔던 지식인이 정작 자신의 삶에서는 그와 배치되는 행동을 해왔던데 대한 반감이 크게 일었고, 급기야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진보의 위선을 비판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당시 여론을 자극했던 것은 법적인 유.무죄 이전에 위선에 속았다는 배신감 같은 것이었다.

물론 위선은 진보 쪽에서만 나타나는 일은 아니다. 보수 지식인이나 정치인들에게도 위선은 있다. 아니,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간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외면에 나타나는 이타적 언행과 내면에 품고 있는 이기적 욕망 사이의 괴리를 겪고 있을 것이다. 다만 평소에 특별히 정의의 사도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굳이 위선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원래부터 큰 기대나 신망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선에 대한 논란이 보수 쪽을 피해가고 진보 쪽에 집중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동안 진보 진영은 선하고 좋은 화두들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정의, 공정, 소통 같은 가치들은 진보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진보가 보수를 비판할 때 등장했던 그 말들이 언제부터인가 부메랑이 되어 진보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21대 총선 한복판에서도 마찬가지 광경이 목격되고 있다. 여야 원내 1, 2당이 벌이는 비례 위성정당 소동은 이기기 위해서는 옳고 그름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게 된 가치 전도의 현실을 말해준다. 미래통합당의 ‘표 도둑질’을 비난했던 더불어민주당도 어느 사이 똑 같은 도둑이 되어버렸다.

어디 그 일 뿐이던가.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이 사라진 이번 총선의 그늘을 더욱 짙게 드리우는 것은 진보임을 자처해온 인사들의 위선적 정치행태들이다.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나선 열린민주당에는 유난히도 문제적 인물들이 많다. 창당을 주도했던 정봉주 최고위원은 성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기는 했지만, 거짓 해명 논란은 살아있고 재판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총선 전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공천을 주지 않은 경우이다. 함께 창당을 주도한 손혜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으로 민주당을 떠나야 했던 정치인이다. 비례대표 2번을 받은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떼준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비례대표 4번을 받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재직중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인해 사직하고 민주당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역시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다들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지키려는 것은 자신의 욕망과 집착임이 읽혀지는 경우들이다. 범여권의 확장성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요, 기존 민주당 지지층을 나누는 게임을 굳이 벌이는 이유가 사익 추구에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적폐청산이요 촛불정신이다. 위선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얼마전까지 공영방송 KBS 부사장을 지내며 적폐청산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정필모 전 부사장은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도 갑자기 사직을 하자 마자 같은 당 비례대표 후보가 되었다. 그동안 정치권과 방송의 유착을 그렇게 비판해왔던 인사들이 공영방송의 신뢰를 추락시키면서까지 후보 대열에 뛰어들었다. 역시 이제까지 해왔던 말들을 뒤집는 이기적 욕망의 행동들이다.

앞에서 인용한 폴 존슨의 책 가운데는 장 자크 루소의 위선적 이중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루소는 『에밀』에서 아이들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정작 자기의 다섯 아이들은 고아원에 보낸 사실이 알려져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존슨은 루소의 이중성을 지적하며 이런 말을 한다.

 “자기 연민의 배후에는 엄청난 이기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이 겪는 고통 면에서나 자신의 우수성 면에서나 자신은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이다.”

남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그토록 신랄하게 비판해 왔으면서, 정작 자신의 비슷한 잘못에 대해서는 언론 탓을 하고 음모로 돌려버리며 저토록 당당히 나서는 모습들 또한 그러하다. 이같은 위선의 정치행태들이 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적 승인을 얻게 된다면, 어느 정당이 이기고 지든 우리 정치는 더욱 혼돈 속에 갇히게 될 것이다. 여러 물의를 빚은 사람들이 기회를 잘 포착한 덕분에 잘 나가는 세상이 된다면, 거기는 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 곳은 되지 못한다.

‘촛불’이라는 말은 그렇게 소비하라고 우리 마음 속에 간직되어 있는 것은 아닐 게다.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에서 수도사 윌리엄의 입을 통해 “진리를 위해 죽는 자를 경계하라”고 했다. 진리를 과신하여 교회에 불을 질러 다른 사람들까지 죽게 만든 호르헤는 '가짜 그리스도'였다. 총선을 앞둔 지금, 유난히도 촛불과 대통령을 위해 죽겠다고 하는 자들을 경계할 일이다. 그가 우리를 속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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