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으로서 4·3이 화해·상생·평화인권의 인류보편 가치로 만개하도록 최선 다할 것”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위령제단에 헌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위령제단에 헌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제주도를 방문해 “4·3의 해결은 결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며 “대통령으로서 제주 4·3이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 4.3평화공원 추념광장서 열린 제72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4·3 해결은) 이웃의 아픔과 공감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태도의 문제다. 국제적으로 확립된 보편적 기준에 따라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치유해 나가는 ‘정의와 화해’의 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진실은 용서와 화해의 토대다. 진실은 이념의 적대가 낳은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라며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발간을 통해 진상조사가 이뤄진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4·3에 대한 기술이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임을 명시된 점도 짚었다. 

이어 “제주는 이제 외롭지 않다. 4·3의 진실과 슬픔, 화해와 상생의 노력은 새로운 세대에게 전해져 잊히지 않을 것이며, 4·3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가는 미래 세대에게 인권과 생명, 평화와 통합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며 “진실의 바탕 위에서 4‧3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보듬고 삶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부당하게 희생당한 국민에 대한 구제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본질적 문제”라며 “4·3의 완전한 해결의 기반이 되는 배상과 보상 문제를 포함한 ‘4‧3특별법 개정’이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 법에 의한 배·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딘 발걸음에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조속한 4·3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이어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생존해 있을 때 기본적 정의로서의 실질적인 배상과 보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며 “정치권과 국회에도 ‘4·3 특별법 개정’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고 거듭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4·3은 과거이면서 우리의 미래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은 4·3 그날부터 시작됐다. 지난날 제주가 꾸었던 꿈이 지금 우리의 꿈”이라며 “동백꽃 지듯 슬픔은 계속되었지만 슬픔을 견뎠기에 오늘이 있다. 아직은 슬픔을 잊자고 말하지 않겠다. 슬픔 속에서 제주가 꿈꾸었던 내일을 함께 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제주도민과 유가족, 국민과 함께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겠다”며 “4·3에서 시작된 진실과 정의, 화해의 이야기는 우리 후손들에게 슬픔 속에서 희망을 건져낸 감동의 역사로 남겨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우리가 지금도 평화와 통일을 꿈꾸고, 화해하고 통합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제주의 슬픔에 동참해야 한다”며 “그렇게 우리의 현대사를 다시 시작할 때 제주의 아픔은 진정으로 치유되고, 지난 72년, 우리를 괴롭혀왔던 반목과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제70주년 추념식 이후 2년 만에 4.3평화공원을 다시 찾았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두 차례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추념식은 ‘코로나 19’ 사태로 예년 참석자 규모에 비해 1/100 수준인 150여 명(유족 6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봉행됐다. 추념식엔 4.3유족, 주요 정당 대표, 제주지역 주요 기관장, 4.3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추념식은 오전 10시 제주도 전역에 울린 묵념 사이렌으로 시작됐고 경찰 의장대가 헌화 분향 행사를 지원했다. 경찰은 2013년 4.3유족회와 경우회의 화해, 2019년 경찰청장의 광화문 분향소 방문 및 사과에 이어 2020년 경찰 의장대의 추념식 참석으로 4.3 희생자에 대한 화해와 상생의 계기를 마련했다.

애국가는 선창을 생략하고 4절 영상에 행방불명인 표석, 너븐숭이 4.3 기념관, 주정공장 옛터,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 등을 편집하여 TV를 시청하는 전 국민에게 제주 4.3유적지를 알리고, 제주도민과 유족에게 유대감을 안겨주었다.

추념식의 유족 사연은 고 양지홍 희생자의 딸 양춘자 여사의 손자 김대호 군(15세)이 낭독했다. 김대호 군은 ‘증조할아버지께 드리는 편지글’ 형식으로 할머니가 겪은 고된 삶과 미래세대로서 4.3에 대한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이어 가수 김진호가 4.3 희생자 및 유족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은 <가족사진>(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띄우는 사랑 고백의 노래)을 부르며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위로했다.

제주 4.3을 상징하는 노래로 해마다 추념식 마지막을 장식한 <잠들지 않는 남도>는 코로나 사태 등을 고려해 영상으로 제작됐다. 제주도민과 유족들은 4.3유적지(주정공장 옛터, 너븐숭이 4.3기념관, 성산읍 해안가 터진목,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를 배경으로 4.3의 주제곡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불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