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장승벌’, 새만금 갯벌을 지키자는 염원으로 세운 50여개의 장승 ‘장관’

해창 갯벌에 위치한 장승들, 갯벌 생태를 지키자는 환경운동가들이 설치한 장승 50여개가 서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장승벌'이라고 부른다.  <사진=이만수 사진작가 제공>
▲ 해창 갯벌에 위치한 장승들, 갯벌 생태를 지키자는 환경운동가들이 설치한 장승 50여개가 서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장승벌'이라고 부른다.  <사진=이만수 사진작가 제공>

[폴리뉴스 안희민 기자]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차례 더 연장되며 다시 ‘집콕’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자니 너무 봄볕이 따스하다. 중국의 조업 중단과 북쪽에서 온 찬 바람은 미세먼지조차 날려 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행하면서도 숨통을 트일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전북 부안군의 새만금 해창 갯벌을 소개한다.

전북 부안군 하서면 백련리 일대 ‘새만금 해창 갯벌’은 ‘장승벌’이라고도 불린다. 전국의 시민과 환경단체들이 갯벌을 지키자는 염원을 담아 세운 수많은 장승들이 서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년 새로운 장승들이 세워져 지금도 50여 개의 장승이 서 있으며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장승들은 세월을 못 이기고 쓰러져 누워 있다.

그 중엔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전통적인 문양으로 직접 깎아서 세운 대형 조각물도 포함되어 있다. 마오리족은 도요새를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도요새들이 뉴질랜드를 떠나 한국의 새만금까지 날아간다는 것을 알고 새만금 갯벌 파괴를 막아달라는 의미에서 전통 조각물을 새만금 해창 갯벌에 세운 것이다.

장승벌엔 지금도 새로 세울 장승 제작이 한창이다. <사진=정희정 박사 제공>
▲ 장승벌엔 지금도 새로 세울 장승 제작이 한창이다. <사진=정희정 박사 제공>

장승들 옆으로는 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에서 컨테이너로 지은 기도공간(법당, 성당, 교회, 교당)이 지난 2003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곳은 지난 2003년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4대 종단 성직자들이 진행한 삼보일배의 시작점이었다.

유서 깊은 장승벌이지만 철거 위기를 맞고 있다. 2023년에 열리는 세계 잼버리대회에 사용될 진입로에 편입될 전망이다. '해창 장승벌 보전을 염원하는 전국의 종교시민사회단체(이하 '장승벌 보존 시민단체')'에 따르면 당초의 새만금 잼버리 조감도에는 장승벌이 매립부지에서 빠져 있었고, 잼버리부지의 주 진입로와 보조 진입로도 다른 곳이었다.

2023년에 개최될 잼버리 야외 조감도와 장승벌의 위치 <그림='해창 장승벌 보전 염원 종교시민사회단체 제공>
▲ 2023년에 개최될 잼버리 야외 조감도와 장승벌의 위치 <그림='해창 장승벌 보전 염원 종교시민사회단체 제공>

그런데, 계획이 바뀌어 잼버리 진입도로가 새만금 남북도로(신설)와 국도30호선 소광교차로(장승벌 인접)를 활용하는 것으로 변경됐고, 새만금 남북도로가 2023년 완공 예정이어서, 2021년 프레잼버리 대회를 위하여 장승벌과 인접한 소광교차로가 진입도로로 사용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반대하고 나섰다. 장승벌 보존 시민단체들은 “야영지는 굳이 매립을 하지 않고 현재 상태 그대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며 진입로는 기존의 주차장과 가까운 곳에 설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장승벌에 세워질 장승 <사진=유재흠 작가 제공>
▲ 장승벌에 세워질 장승 <사진=유재흠 작가 제공>

전북스카우트연맹 관계자도 “해창 장승이 잼버리 참가자들에게 환경보전의 정신과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갈등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민주주의의 교육현장”이라며, “보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시민단체들은 장승벌이 새만금 내에서 갯벌로 복원될 수 있기 때문에 갯벌을 활용한 생태관광용지로 활용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장승벌 보존 시민단체 관계자는 “올해 해수유통으로 새만금의 물관리계획이 결정된다면, 현 부지는 갯벌로 복원될 수 있는 새만금 내 거의 유일한 장소이며, 갯벌을 활용한 생태관광용지가 될 수 있다”며 “서남해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연계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벌의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동시에 봄바람도 쐴 겸 한번 즈음 ‘장승벌’에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장승벌을 보며 국토의 허파라고 불리는 갯벌의 소중함과 이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장승을 통해 목도한다면 뿌듯한 주말 나들이가 될 것이다.

장승벌의 현재의 모습. 물이 빠져 2000년대 초반만해도 물이 차 있던 장승벌이 이젠 나대지가 돼 있다. <사진=이만수 사진 작가>
▲ 장승벌의 현재의 모습. 물이 빠져 2000년대 초반만해도 물이 차 있던 장승벌이 이젠 나대지가 돼 있다. <사진=이만수 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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