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의 OPEC 본부 <사진=연합뉴스> 
▲ 오스트리아 빈의 OPEC 본부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OPEC+(석유수출국기구인 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가 9일(이하 현지시간) 긴급 화상 회의에서 하루 1000만 배럴 규모의 감산안을 논의했지만 유가의 하락세는 지속됐다. 회의 막판 멕시코가 감산안 수용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감산 합의의 이행에 대한 우려도 더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원유 수요가 급감한 상황을 상쇄하기 힘든 1000만 배럴이라는 합의 규모와 함께, 합의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더해지면서 당분간 유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9.3%(2.33달러) 내린 22.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4.1%(1.36달러) 하락해 배럴당 31.48달러에 거래됐다. 산유국들이 대규모 감산에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장중 10%대 치솟던 유가는 감산 규모가 1000만 배럴에 그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신종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원유 수요가 당분간 지속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라, 1000만 배럴 감산은 공급 과잉에 따른 부담을 씻어내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장이 마감된 이후 멕시코가 동참을 거부하며 회의에서 합의안이 불발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멕시코가 자국이 부담해야 할 40만 배럴의 감산 규모에 반대하고 10만 배럴만 감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산유국들은 10일에도 G20 에너지 장관회의를 통해 감산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OPEC+는 이날 회의 후 낸 성명에서 “합의안 타결은 멕시코의 동의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석유기업 대표들과 화상회의하는 푸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주요 석유기업 대표들과 화상회의하는 푸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산유국들이 합의한 1000만 배럴 규모라는 감산양 자체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데다가 이미 원유 순요가 상당 부문 붕괴한 수준이라 당분간 저유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재 거래 업체인 트라피구라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사드 라힘은 1000만 배럴의 감산은 일부 문제를 완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너무 규모가 작고 이미 원유 수요가 붕괴된 상황에서 시기도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동시에 매우 이례적인 타격을 받으면서 원유 수요 감소량은 하루 3000만배럴 이상이 되리라는 추정이 나오는 상황에서 1000만배럴 감산량으로는 감축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지난 2일 블룸버그는 라이언 시튼 텍사스 철도위원회 위원장은 원유시장 수급 균형을 위해선 글로벌 산유량이 일평균 2000만-2500만 배럴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도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석유 수요의 감소분이 3000만 배럴 가량 된다는 데 주목하면서 산유국들의 합의 감산 양이 ”턱없이 부족한 감산규모”라고 지적했다. 이어 손 연구원은 “연초 60달러에서 떨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든, 고점인 110달러에서 떨어진 것을 생각하든 저유가 국면일 뿐 20달러에 형성되든 28달러에 형성되든 이머징 기업들에겐 이미 디폴트 위험 레벨에 처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유가의 향방은 미국의 감산 여부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미국 셰일업체의 인위적인 감산이 동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셰일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WTI의 가격상승이 필수적이다. 미국 셰일산업의 인위적인 원유감산 여부에 따라 유가 반등이 결정될 것”이라며 진통은 있겠지만 국제유가 상승을 위해 미국 또한 일정 규모의 인위적 감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국제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크게 추락할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유가의 향반은 코로나19 리스크 진정 시기와 미국 원유 생산량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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