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국내 입찰로 전환 가능성 엿보여
탄소인증제·인증서 관리 양수겸장도 가능
일괄수주(턴키) 방식 지양 자재구입-EPC 분리도 가능
업계 “분산전원 확충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해야”

LG CNS가 골프장을 이용해 만든 일본 야마구치현 소재 미네 태양광발전소 <사진=LG CNS 제공>
▲ LG CNS가 골프장을 이용해 만든 일본 야마구치현 소재 미네 태양광발전소 <사진=LG CNS 제공>

[폴리뉴스 안희민 기자]국내 시장에서 태양광 모듈의 비중이 확대될 조짐이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비상이 걸렸다. 산업부는 태양광 부문에서 중국의 거센 파고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태양전지와 모듈은 내수 시장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고 자랑해왔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진코 솔라에서 생산한 태양광 모듈을 절반 가량 사용한 남부발전의 전남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가 언론의 뭇매를 맞자 산업부와 공기업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산업부는 내수 시장에서 태양전지와 태양광 모듈의 선전을 하나의 ‘치적’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부는 7일 발간한 보도설명자료에서 “국내 태양광 시장은 에너지전환 정책을 통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우리 태양광 업계가 주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태양광 모듈 국산제품 사용비중을 2016년 72%에서 2019년 78.7%로 확대됐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한국에서 국산 태양광 모듈의 비중이 큰 이유는 한화솔루션이 진천과 음성에 대규모 태양광 모듈과 태양전지 공장을 가동하며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진출을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이 국내에서 생산한 태양광 모듈이 국내 시장의 절반 가량을 석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이엔지의 이완근 회장은 '태양광 제조한국'을 있게한 장본인이다. 학습조직으로 기업을 발전시키고 기업경영을 통해 사회공헌을 하겠다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태양전지, 태양광 모듈 기술력을 인정받게한 일등공신이다.  신성이엔지는 2019년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시나브로 중국산 태양전지와 태양광 모듈이 국내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납품한 기업 중 하나인 한솔테크닉스의 경우 태양광 모듈에 사용된 태양전지 일부를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한솔테크닉스가 국내에서 요구된 성능에 맞는 태양전지를 국내에서 제대로 수급하기 어려워 수입산을 썼다.

글로벌 1위를 기록하는 론지 솔라의 경우 국내에 지사나 총판은 없지만 공식 대리점이 3개가 있다. 과거엔 론지 일본 지사가 국내 시장까지 관리하는 모양새였지만 납품한 태양광 모듈에 대한 A/S가 의무화되자 취한 조치였다.

론지 솔라는 새만금 지역에 설치될 태양광발전소에도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만 되면 새만금 지역에 납품 가능한 물량이 수백 MW기 때문에 관심을 아니 가질 수 없다. 일각에선 론지가 새만금 지역을 겨냥해 또다른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와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론지 솔라는 일단 이러한 풍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산업부와 유관 공기업은 현재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이번 남부발전의 전남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가 뭇매를 맞은 이유를 중국 진코 솔라의 태양광 모듈이 절반 가량 사용했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향후 자재 확보시 국내 입찰로 돌리는 것이 대책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모 공기업 관계자는 “국제 입찰이 의무 사항이 아니다”라며 “중국이 WTO 당사자국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입찰로 전환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탄소인증제와 태양광 모듈 인증서 관리를 통해 국산 태양광 모듈의 사용을 늘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탄소인증제는 태양전지와 태양광 모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이 적은 모델에 가점을 주는 제도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국내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한 제도는 아니지만 중국의 에너지믹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하는 석탄발전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내수 시장 방어용’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여기에 태양광 모듈 인증서 관리를 강화해 인증서엔 국산 태양전지를 사용한다고 기재하고 실제론 중국산 저가 태양전지를 사용하는 일각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방지한다면 태양광 모듈 국내 시장을 방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행정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에 선호되지는 않지만 현재 턴키 방식의 수주 대신에 태양광 모듈 등 자재 납품과 공사를 분리해 입찰에 붙이는 방법도 한가지 방법이다. 조달청에서 태양광 모듈을 구매하고 태양광 설계구매건설(EPC) 기업이 공사를 담당한다면 전남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사례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근본적인 대안으로 산업부가 암암리에 행하고 있는 분산발전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도 한전 계통에 의무적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이러한 법제도를 혁파하거나 서울시처럼 면적당 태양광 설치 의무 비중을 설정해 상용 자가발전의 비중을 늘리는 방안이 개진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단위 면적당 태양광 발전을 통해 공급하는 전력을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매전보다 자가사용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정권 초기부터 추진해 왔다. 기후변화대응이라는 명분 외에도 수출과 고용창출에 잇점이 있다고 홍보해왔다. 산업부가 태양광 모듈의 내수 비중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한화솔루션, 신성이엔지, LG전자, 현대그린에너지 등 국내에 대규모 태양광 모듈 생산설비를 갖춘 기업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제조 한국’의 자존심으로까지 떠오른 국내 태양광 모듈 산업이 국내 시장을 수성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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