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곤 후보 지난 20대 총선 45.2% 지지율 얻어, 간발의 차로 낙마
태구민 후보 이번 조사에서 52.3% 지지율로 강남갑 '보수 아성' 증명
"강남 경제 살려야" 지역 현안엔 후보 모두 한 목소리

[폴리뉴스 송희 기자] 서울의 대표적 ‘부자 동네’, 보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갑 지역을 찾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미래통합당 태구민(태영호) 후보가 52.3% 지지율로 오차범위 밖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36.8%)를 앞서고 있다. 아직까진 보수 정당 출신 후보가 건재하다.

그러나 지역의 속내를 들어보니 강남갑을 마냥 ‘보수 텃밭’이라고 할 수 없어 보인다.

호남지역인 여수에서 4선을 내리 하고 강남갑으로 지역구를 옮긴 김 후보(45.2%)는 지난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이종구 후보(54.8%)에게 9.6%p, 7,856표 차로 밀렸다. 강남갑이 ‘보수 텃밭’으로 평가된 것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격차라고 할 수 있다.  역대 강남갑 선거구의 개표결과 진보정당은 김 후보가 얻은 20대 총선(45.2%) 지지율 외에 15대 총선 때 새천년민주당의 정성철 후보가 얻은 36.3%를 넘기지 못했다. 

민생당으로 출마한 김동희 후보는 이번 조사에서 1.9% 지지를 기록했다. 이들 모두 강남 지역의 선결 과제로 경제를 꼽았다. 

10일 강남갑 지역의 유세 현장을 따라다니면서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자세히 들어봤다. 이날 인터뷰에 답한 주민들은 사전 만남 없이 무작위로 만났다. 강남갑은 신사동, 논현1동, 논현2동, 압구정동, 청담동, 역삼1동, 역삼2동을 선거구로 한다. 

서울 강남갑 후보자들의 선거 포스터. <사진=송희 기자>
▲ 서울 강남갑 후보자들의 선거 포스터. <사진=송희 기자>

강남구갑 민심 엿보기

“강남이 예전 같지 않아요. 타지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도 많고, 젊은 층도 많이 유입됐고요. (논현2동 남, 75세)

“이번에 첫 투표인데 어디로 정할지 잘 모르겠어요. 많이 찍으시는 데 찍을 것 같아요.” (논현1동 남, 19세)

“이번에도 지난 총선 때와 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저는 이번 정부 맘에 안 들어요. 그때 새누리당 찍었어요. 정당은 안철수, 국민의당 찍었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정당도 미래한국당 찍을 거예요. 힘이 분산되면 안 되니까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 같아요. (신사동 남, 53세)

“지난 총선 때는 민주당을 찍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정의당을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지역후보로 정의당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민주당 후보를 찍을 테지만, 비례정당은 정의당 찍어볼래요.” (압구정동 여, 76세)

“당연히 민주당이죠. 지난 총선 때도 김성곤 후보 찍었는데 안타깝게 떨어졌어요. 저는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는 무조건 1번입니다. 비례정당은 5번, 더불어시민당!” (논현2동 여, 55세)

“보수가 따로 없어요. 집권여당을 지지하는 것이 보수입니다. 옛날에는 보수 정권이 집권당이었기 때문에 이곳이 보수세가 강하다고 하는 겁니다. 현재 권력을 잡은 집권당은 민주당이니까 민주당을 지지해야죠. (논현1동 남, 61세)

“마음속으로 정해놨지만 참 고민과 걱정이 많아요. 보수, 진보를 떠나서 나의 잇속을 챙겨줄 사람을 뽑는 건데, 이번엔 정말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것 같아요.” (압구정동 여, 65세)

“태영호 후보가 나와서 뭘 할 수 있을까요. 일할 사람들은 이미 하고 있어요. 보수 진보 진영 논리는 옛날이야기에요. 지역구 후보로 나오려면 그 전에 이미 지역민들과 많이 만나 이야기를 들었어야 합니다. 태 후보는 아니죠.” (압구정동 남, 70세)

“이번에 집을 사고, 식구도 늘고, 세금도 늘다 보니 극보수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코로나로 보건도 뚫리고, 북한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길길이 날뛰니 안보도 뚫렸어요. 세금은 정말 많이 내는 도대체 내가 왜 엄한 남 좋은 일 시키는지 모르겠어요. 피 토하는 심정으로 보수 야권이 제대로 이겼으면 하는데, 왠지 딱 반반일 듯해요” (청담동 여, 28세)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가 역삼초교사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가 역삼초교사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수에서 4선…5선 노리는 김성곤, 지난 20대 총선 강남갑에서 낙마

10일 오전 논현동에 유세 트럭을 세워놓고 지역 주민들과 인사하는 민주당 김성곤 후보(67세)를 찾았다. 김 후보는 이날 기자와 만나 “지금 우리에게 불리해 보이는 여론조사들이 많이 나왔지만, 바닥 민심을 반영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박빙이다.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여기는 그동안 ‘묻지마 투표’를 했던 동네다. 그래서 여론조사가 그렇게 반영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지나면 주민들이 태 후보와 자신을 어떤 사람인지 비교하면서 누가 검증된 사람인지, 지역 현안을 해결할 사람인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비전이나, 경험, 스펙을 보면 답은 명확하다”며 태 후보를 겨냥해 “북한에서 수십 년 동안 외교만 하셨던 분이 강남의 현안을 잘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20년 동안 국회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아 검증이 됐고 여러 가지 국정 경험도 있어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어 “한국에서는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태 후보는 그런 것이 구성되지 않았다”며 “당과 함께 하겠다고 하는데, 지역구 선거는 그렇게만 할 수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또한 그는 4년 전 당의 전략 공천으로 강남갑에 출마해 45%의 지지를 받았지만 안타깝게 떨어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주민에게 마음의 채무가 있다고 생각해 다시 나왔는데 태 후보가 오면서 재미있는 게임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 후보가 한국 사회에서 저보다 인지도가 높지만, 아무리 영화배우가 나와도 지역에 기반이 없으면 떨어진다”고 경계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1호 공약으로 강남 경제를 소개했다. 그는 “강남 경제가 옛날 같지가 않다”며 “강남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케이팝, 케이뷰티, 케이드라마 등 한류 사업을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대한민국의 앞으로 경제는 문화를 먹고 살아야 한다”며 “특히 강남을 한류 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세금 문제는 저뿐만 아니라 이쪽 강남권에 출마하시는 의원들이 다 하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 태구민 후보가 유세 트럭을 타고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송희 기자>
▲ 미래통합당 태구민 후보가 유세 트럭을 타고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송희 기자>

북한 출신 외교관 태영호…지역 현안 해결 가능할까

10일 오후 4시, 태구민 후보는 역삼동에 위치한 영동근린공원을 찾았다. 태 후보는 이날 마이크를 주민들에게 넘기면서 자녀 교육 문제에 대해서 직접 말해달라고 했다. 태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실시간 방송을 함께하면서 문답을 나누기도 했다. 태 후보는 유세 트럭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 유세가 아닌 주민들과의 대화에 초점을 둔 유세를 택했다.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됐던 유세를 마치고 태 후보는 기자와 만나 승리를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강남 주민들을 다 만나 본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분이 저의 생각에 공감을 하신다. 저는 이런 데서 힘을 얻고 이런 방향으로 계속 선거 활동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면서 태 후보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시선에 대해서 “주변에서 강남은 부자촌이고 저들끼리만 어울리고 대단히 폐쇄적인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을 받아들여 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강남의 사람들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한 분 한 분 만나보니 오히려 제 손을 잡고 얼마나 고생했느냐며 이웃집 사람처럼 반기는 것을 보고 외부에서 봤던 강남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며 “강남구민들의 저에 대한 사랑이 4월 15일까지 이어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관 출신인 외교 전문가가 경제 현안에 민감한 강남갑의 지역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있다’는 말에 태 후보는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을 했고, 자유 시장경제를 갈망하며 대한민국으로 왔다”며 “누구보다 사회주의 경제의 실패를 알기 때문에, 당에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인 강남갑으로 직접 공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에서 벗어나고자 대한민국으로 왔는데, 대한민국이 사회주의로 가는 것을 볼 수 없다”며 “경제를 돌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규제를 모두 풀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정책을 다시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생당 정동희 후보가 유세 차량 앞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 민생당 정동희 후보가 유세 차량 앞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 전문가 내세우며 도전하는 정동희…“2020년, 한국 경제는 오후 3시에 접어들었다”

10일 오전 민생당 정동희 후보는 선거 사무소 앞에 세워둔 후륜구동 기반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에서 내리면서 기자를 맞았다. ‘3시 정동희’라는 문구가 눈에 띄어 그 의미를 물었다. 정 후보는 자신이 출간한 책 ‘3시 코리아’를 소개하면서 “한국 경제가 2020년에는 오후 3시에 진입하는 것으로 비유된다고 주장했다”며 “한국 경제는 3지대 실용주의에 대한 자립 기반이 마련되어야만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착안해 ‘3시 정동희’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정 후보는 저조한 지지율에 대해서 “현재 경제 정책으로 인해 강남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강남갑은 단순히 외교 논리나 비경제 논리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며 “저와 같이 경제 논리로 추구해야만 지역발전에 궁극적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제가 공천도 늦게 확정되고 선거에 늦게 참여했지만,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고 밝혔다. 

정 후보가 내세우는 1호 공약은 기업경제 활성화다. 그는 태 후보를 겨냥하며 “외교가가 많은 용산인 경우엔 대사관저가 성북갑에 출마했어야 한다”며 “이곳은 주소를 잘못 찾아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남갑 경제는 20년 만에 보기 드물게 침체되어 있다. 빌딩이나 점포의 공실이 장기적으로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 안보 논리를 가지고 이 경제 활성화를 풀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와 같이 경제 전략가 3시 정동희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현금 흐름으로 봐서는 강남갑이 부진해지고 있다. 부동산이 재개발이 된 것도 아니고, 단순히 가지고 있는데 보유세가 상승하고 전체적으로 상업도 다운되어 있어 실제로는 빈곤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역삼동에 김성곤, 태영호 후보의 선거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 역삼동에 김성곤, 태영호 후보의 선거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강남갑 여전히 보수 아성 증명…통합당 태영호 52.3%, 민주당 김성곤 36.8% 

9일 뉴시스가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남갑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12명을 지나 6~7일 조사한 결과 태 후보는 52.3%, 김 후보는 36.8%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오차범위(±4.3%p) 밖에서 태 후보가 15.5%p 앞섰다. 

후보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 56.3%가 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확신했고, 33.1%는 김 후보를 점치면서, 당선 가능성에서도 두 후보의 격차는 23.2%p 지지율 격차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 선택 요인과 관련해서는 ‘소속 정당’이라는 응답 또한 47.4%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정책 및 공약’ 19.8%, ‘능력과 경력’ 17.0%, ‘청렴성’ 7.7% ‘당선  가능성’ 4.1% 순이었다. 

강남갑 정당 지지도는 미래통합당 49.3%, 더불어민주당 33.3%, 국민의당 4.2%, 정의당 2.0%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의 유입, 집권여당의 인기도 등에 따라 강남갑의 분위기가 조금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유권자들은 보수의 성향을 유지하면서 강남갑을 보수의 아성으로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이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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