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이 -1.4%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 23일 서울 종로의 업체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이 -1.4%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 23일 서울 종로의 업체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코로나19 충격에 1분기 한국경제가 역성장했다. 문제는 2분기 성장률이다. 정부와 금융업계에선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출과 제조업생산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2020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하고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1.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위기를 겪었던 지난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다.

1분기 역성장 배경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이 있다. 전기 대비 6.4% 감소했는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13.8%)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민간소비는 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항목이다. 통상적으론 분기별 변화폭이 크지 않다. 실제로 1분기 민간소비 감소폭은 전체 실질 GDP를 3.1%포인트나 끌어내렸다.

생산 측면에선 서비스업(-2.0%) 감소폭이 컸다. 특히 운수업(-12.6%),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6.5%),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6.2%) 등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코로나19 여파에도 투자와 수출은 비교적 선방했다. 1분기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늘어 0.2%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1.3% 늘었다.

수출은 2.0% 줄었지만 민간소비와 비교하면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자동차, 기계류, 화학제품 수출이 감소한 반면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지속해 감소분을 상쇄한 탓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가 예산을 조기집행하면서 당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정부소비도 0.9% 증가했다. 이는 1분기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정부와 금융업계에선 1분기 역성장 폭이 예상보다 적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해 말부터 잠시 이어졌던 투자·수출 회복세가 1분기 성장세 둔화를 다소 완충해 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정부 소비와 고정자산 투자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다”며 “민간소비 급감에도 여타 지출항목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경제성장세 추가 위축이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도 “1분기 GDP가 역성장했지만 예상보다는 선방했다”며 “이번 실적엔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 영향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5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5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 2분기에 더 커질 듯…대외충격 본격화

문제는 2분기 성장률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시기라 국내 경제에 미칠 충격이 1분기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4일 “경제활동 위축이 최근 일부 완화되는 조짐이 있지만, 3월부터 본격화된 고용 충격으로 빠른 속도의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홍 부총리도 전날 “2분기부터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실물・고용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도 장차 역성장 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1분기 성장률 하락세를 방어했던 투자와 수출지표가 2분기엔 대외충격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그나마 양호했던 투자와 수출이 2분기에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2분기는 1분기보다 GDP 역성장 폭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국제적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 유동성 경색 등을 우려한 기업이 설비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크고, 건설투자도 부동산 가격 조정 등의 영향을 받아 부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과 유럽 등의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3월 중순부터 본격화 되었다”며 “경제 재개 시점까지 시간이 소요되므로 2분기 국내 수출부문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실제로 수출 둔화세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이 전년 대비 26.9% 급감했는데, 반도체(-14.9%), 승용차(-28.5%), 석유제품(-53.5%), 무선통신기기(-30.7%), 자동차부품(-49.8%) 등 주요 수출품목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23일 서울 종로구 먹자거리. <사진=연합뉴스>
▲ 23일 서울 종로구 먹자거리. <사진=연합뉴스>


3분기부터 경기 반등세…내수 회복과 정부 재정정책 효과

다만 1분기에 위축된 국내 민간소비는 2분기부터 다소 회복될 전망이다. 정부가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나 추가경정예산 집행 효과가 소비증가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민간소비 부진은 일시적 중단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2분기 소비의 반등 강도는 다소 강할 것”이라며 “특히 서비스 소비의 성격상 습관적‧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 1분기 소비부진은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 반등세는 대체로 3분기 이후를 점쳤다. 내수 회복세와 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이 코로나19 충격을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이승훈 메리츠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GDP성장률은 2분기가 저점일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후 내년 2분기까지 빠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4분기 이후 주요국 지역봉쇄 조치가 완화되고, 국내외 정부정책 대응의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특히 내수와 수출의 (한국 경제) 성장기여도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가 1차 11조7000억 원 추경에 이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7조6000억 원 이상 추경을 국회에 제출했고, 6월 초에도 최소 10조 원대 3차 추경을 예고했다”며 “선진국 수요 회복과 정부의 부양정책에 따라 성장세 반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충격이 2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에 대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전날 “위기관리대책회의를 한시적으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로 확대 전환해 매주 목요일 회의를 열어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했다.

이어 “4∼5월에는 고용 충격 대응, 위기·한계기업 지원을 집중 점검한 뒤 6월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3차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집중적으로 챙기겠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경제 중대본을 통해 민생의 근간인 일자리부터 경기회복을 위한 한국형 뉴딜정책 추진 등 종합적인 위기 대응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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