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또” 고성 주민 ‘망연자실’··· 대피 주민·장병 2200여명 복귀
헬기 39대 일출과 동시에 공중진화··· 경찰, 화목보일러 과열 가능성 수사

[연합뉴스] 85ha의 산림과 주택 등 6동을 태운 강원 고성산불의 주불이 1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산림당국은 산불 발생 이틀째인 2일 오전 8시께 주불 진화 완료를 선언하고 뒷불 감시에 들어갔다.

산불을 피해 밤사이 긴급 대피한 고성 주민과 육군 장병 2천205명도 속속 복귀했다.

산불은 12시간여 만에 주불을 진화했지만, 꼬박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화마(火魔)의 악몽에 시달린 고성 주민 등은 망연자실했다.

경찰은 이날 강원도소방본부,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현장 합동 감식 작업을 통해 화인 조사에 나섰다.

화목 보일러 과열이 화인일 것으로 추정하지만 다른 요인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 등을 살피면서 목격자 등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다.

◇ “몸도 못 가눌 정도”··· ‘소형 태풍급’ 강풍 타고 급속 확산

고성산불은 지난 1일 오후 8시 4분께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에서 난 불이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붙어 시작됐다.

밤사이 ‘양간지풍’(襄杆之風)으로 불리는 태풍급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도원리와 학야리 방면 마을 2곳으로 번졌다.

산불 초기에는 바람은 초속 6m 안팎이었다. 날이 저물면서 바람의 위력은 3배 가까이 강해져 초속 16m(시속 59km)까지 불었다.

시뻘건 산불은 수km까지 띠를 형성한 채 강한 바람을 타고 서쪽으로 번졌다.

마을 주민 이태윤(30)씨는 “1년 전 발생한 고성 산불 때처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산불이 빠르게 번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겨우 몸만 빠져나와”··· 긴박했던 대피 상황

불이 나자 도원리·학야리·운봉리 주민 329명과 육군 22사단 장병 1876명 등 2200여 명이 아야진초교와 천진초교 등 6곳에 나눠 대피했다.

일부 주민들은 겨우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 22사단 장병들은 주둔지 철수 명령이 내려지자 육중한 완전 군장 차림으로 부대를 빠져나왔다.

불이 시작된 도원리와 멀지 않은 학야리에 사는 함모(76)씨와 배모(69·여)씨 부부는 “매캐한 냄새에 연기가 가득 차서 눈을 못 뜰 정도였다”라며 “속초에서 아들들이 와서 겨우 빠져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996년 고성산불 당시 집을 잃은 아픈 기억을 가진 배씨는 “손이 벌벌 떨려”라며 불안해했다.

이번 산불로 주택 등 6개 동이 전소됐고, 잠정 85㏊의 산림이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 전국 헬기 39대 동시다발 공중진화··· 헬기 투입 2시간 30분 만에 주불 잡아

산불 초기 진화의 관건은 역시 진화 헬기를 이용한 공중 진화였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전 5시 28분 일출과 함께 진화헬기 39대와 진화인력 5천134명을 산불 현장에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전국에서 속속 산불 현장에 속속 투입된 진화헬기는 산림청 소속 공중 지휘기 1대의 지휘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진화헬기들이 공중에서 2시간 30여분간 쉴 새 없이 물을 뿌려대자 산불은 맥을 못 추고 사그라들었다.

강한 바람에 좀처럼 기세가 꺾일 것 같지 않던 산불은 바람이 잦아들면서 소강상태를 보였다.

이와 동시에 지상 진화인력 5천134명과 소방차량 500여대도 산불 현장에 투입돼 진화에 나섰다.

소방과 산림당국은 꺼진 불도 다시 찾아 진화한다는 마음으로 화마가 스쳐 지나간 곳을 찾아 방수작업을 펼쳤다.

소방청은 산불의 주불 진화가 완료됨에 따라 타 시·도 소방력 추가 지원을 위해 내렸던 소방 동원령 2호를 1호로 하향 조정했다.

잔불 진화를 마무리한 타 시·도의 소방력도 속속 소속 본부로 복귀하고 있다.

이날 오전 중 잔불 정리를 마무리한 산림당국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뒷불 감시조를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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