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세론’ 앞에 놓인 두개의 리스크

(이천=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5.5.
▲ (이천=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5.5.

 

“이낙연이 왜 그랬을까.” 평소 이낙연 하면 ‘겸손’을 떠올리던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소리이다. 잘나가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 구설수에 올랐다. 총리 재임중 좋은 인상을 남긴데 이어 민주당 총선 압승의 견인차 역할도 해서 대선 주자 지지율 40%대로 들어서며 기염을 토하던 그였다. 하지만 이천 물류창고 화재의 유가족과 나눈 대화 내용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저의 수양 부족이다”,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데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 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제가 국회의원은 아니다”, “장난으로 왔겠나”, “제가 (사람을) 모은 게 아니지 않나”로 이어진 유가족들과의 말씨름은 평소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을 상대하던 총리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맞는 말을 논리적으로 틀린 말 하나 없이 했다. 그런데 왜 이리 소름이 돋냐”고 했던 장제원 의원의 말에 대해 이 위원장은 “장제원 의원의 비판은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답해야 했다. 야당의 비판을 떠나 적지않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그동안 ‘이낙연’ 하면 ‘겸손’과 ‘소통’을 떠올릴 이미지를 그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날의 대화는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이낙연이 아니라, 냉정하고 꼿꼿하게 논리적 말싸움을 하는 정치인의 모습으로 비쳐졌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에는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실수를 깨끗이 사과하는 모습을 칭찬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원래 본모습이 그랬는데 이제야 드러난 것 같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어찌보면 순간적이고 우발적인 말다툼이었음에도 그렇게 반응이 민감하게 확산되었던 것은 이 위원장이 독주하고 있는 대선주자이기 때문이고, 그만큼 여론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를 직접 겪어보지 못한 제3자들이 이번 일을 갖고 이낙연이라는 대선주자를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느 것이 그의 참모습인지는 더 지켜보며 각자가 평가할 일이다. 다만 2022년 대선을 향해 독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위원장의 앞길도 마냥 순탄하지는 않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차기 집권이 확실한 대선주자로 안착하기까지는 아직 두 가지 리스크가 남아있다.

첫째, 갈등이 끊이지 않는 정치 현장의 한복판에서 리더십을 보여주고 인정받는 일이다. 그동안 총리의 자리에 있던 이 위원장은 품격을 잃는 일 없이 좋은 얘기들만 하는 것이 가능했던 환경이었다. 여당 쪽에서 여론의 비판을 받은 현안들이 터져나올 때도 그는 누구로부터도 욕먹을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느냐”는 언론인들의 질문에 대해 “저는 그런 마음 상태는 없다”고 말할 수 있었고, “우리 사회나 공정을 지향하는 시민들께 많은 상처를 줬다”고 성찰하는 모습까지 보일 수 있었다. 민주당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으면서도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관여했다고 말할 정도의 행동은 없었다”고 답하며 책임을 피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니 “오만한 민주당의 버릇을 잡겠다”는 말까지 할 수 있었고, 그런 모습이 인기의 비결이었던 셈이다. 갈등의 정치는 계속되었어도 이 위원장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되는 역할만 해왔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위원장의 인기는 아직 갈등의 현장 속에서의 리더십이 되지는 못한다. 그가 진흙탕 속에서 몸에 흙을 묻혀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비로소 그의 선두 자리는 안정 될 수 있다.

둘째로는 민주당의 지배적 주주인 ‘친문’이 ‘이낙연 대통령후보’에 동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이제는 민주당 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친문’ ‘비문’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견해도 적지않다. 하지만 이는 2002년 대선 이래로 오랜 역사성을 갖고 있는 문제이다. 이 위원장의 당내 기반도 전에 비해 많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민주당 안팎의 ‘친문’이 과연 정서적으로 자신들의 울타리 밖에 있던 인물을 밀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굳이 자신들의 대안을 만들어 내려 할 것인지는 아직 더 지켜 보아야 할 듯 하다. 특히 정치적, 정책적 노선과 관련하여 이 위원장이 ‘친문’의 정서와 다른 결을 보일 경우에도 후보 자리를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기반이 안정적이지는 못해 보인다. 아직은 몇 개의 악재나 실수 정도로도 위치가 흔들릴 수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위원장이 ‘친문’의 정서에 부합하는 선명성을 우선하다 보면 중도확장성이라는 자신의 최대 무기를 내려놓는 일이기에 일종의 딜레마가 될 가능성이 있다.

대세론 얘기까지 나올 정도인 이낙연 위원장은 여러 면에서 이전 주자들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대선주자다. 목소리 높은 선명성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여권 내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여권이 오만하다는 비판이 나올 때면 그것을 성찰하는 겸손한 태도를 보여오기도 했다. 그가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받아온 것은 대선주자로서의 가장 큰 힘인 확장성을 갖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빠’ 문화에 고개를 저으며 민주당에 등을 돌렸던 사람들도 이낙연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인물이 여당의 유력주자가 된 것은 진영간 대결 일변도의 정치구도를 완화시키는데도 긍정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가 관문을 통과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이낙연 위원장이 안팎에 도사리고 있는 리스크들을 과연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 지켜보게 된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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