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낳은 ‘이동 자유의 제한’ ... 전세계 곳곳 공장 가동 중단
생산 타격 불가피... 수출 제조 대기업의 새로운 ‘리스크’ 부각

 

지난 11일 오전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광주2공장의 완성차 주차장이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11일 오전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광주2공장의 완성차 주차장이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붕괴라는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중국 등지로 공장을 이전했던 글로벌 기업들은 해당국들이 셧다운 지침을 내리거나, 국경을 통제하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높은 ‘가성비’를 기대하면서 이전시킨 해외 공장들이 코로나19로 새로운 리스크에 맞닥뜨리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를 둔 주요 글로벌 기업에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려는 각국 정부의 ‘셧다운’ 명령에 따라 주요 기업들의 해외 공장 가동이 줄줄이 중단되면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공장 2개를 제외한 10개 공장을 일정 기간 동안 가동 중단했다. 중국공장은 현지에서 한창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월에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삼성전자 TV공장과 LG전자 에어컨 공장도 중국 정부 지침에 따라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자동차완성협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부분의 공장이 2월부터 순차적으로 부분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특히 중국공장 중단 영향을 크게 받아 전체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9% 감소했다”고 말했다.

해외 공급처로부터 부품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 공장 생산이 중단된 경우도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월 중국 ‘와이어링 하니스’를 생산하는 협력 업체의 공장들이 중단되면서 국내 모든 생산라인을 멈춰야 했다.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의중국 의존도가 상당했던 탓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의 경우 국내 완성자동차기업의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80% 이상이다. 현대자동차측은 지난 7일 산업통산자원부가 한국생산관리학회와 개최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 민관 합동 화상 심포지엄’에서 수급 차질로 국내 완성차공장이 가동이 중단됐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집중 발주 위주의 자재 조달 방식을 개선하고 수급 안정성, 표준화와 플랫폼 공유를 통한 복원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입국제한’결정을 내린 국가들로 엔지니어 현지 공장 출장이 제한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중국 우시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가동해온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중국이 갑작스럽게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면서 현지 특별기로 엔지니어를 보내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오랜 협상을 거쳐야 했다. 중국 광저우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공장을 세운 LG디스플레이도 전세기를 띄워 현지로 엔지니어를 직접 이송하기도 했지다. 해외 주요국의 급작스러운 입국 제한 조치에 따른 생산 리스크가 부각된 것이다.

글로벌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 사정도 동반 악화됐다. 9000여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업계가 대표적이다. 부품기업의 경우 주로 완성차산업의 실적 저하 추세에 연동되는 경향이 높다. 완성차 시장의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납품단가 인상 폭 또한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자동차 부품업체 96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감소한 곳이 절반에 달했다. 매출이 30%이상 줄어든 업체는 27.1%, 20~30% 감소한 곳은 22.9%였다. 부품업체의 93.8%가 유동성의 애로를 겪고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해외 공장이 중단되면 생산량 차질은 어느정도 될까. 한국무엽협회는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공장이 6-15일간 멈추면 생산이 144만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는 자동차 생산의 주요 공급처인 중국 비중을 제외한 수치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세계 제1의 자동차 생산기지로 부상했는데 무역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의 29.1%가 중국에서 11.9%가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중국 생산능력은 전체 생산대수의 4분의 1인 211만대를 차지한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저임금’이나 ‘시장성’등을 이점으로 해외로 공장 이전을 선택해온 기업들의 ‘오프쇼어링’ 전략의 합리성이 약화되고 있는 지점이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은 경기 전망을 역대 최악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조사한 결과, 올해 4월 BSI지수 전망치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이동제약으로 소비 위축과 전 세계 국가들의 조업 차질로 인한 공급 충격이 겹치면서 기업 체감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이번 경제위기는 전염병이라는 비경제적인 원인으로 인해 종식 시점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향후 체감경기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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