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 다짐한 여야, 코로나19 앞에 ‘협치’ 강조
현안 과제 두고 ‘신경전’ 시작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21대 국회가 오는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여야는 ‘동물국회’, ‘역대 최악의 국회’ 오명을 썼던 20대 국회를 극복하고 협치를 통해 일하는 국회를 구현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대 국회의 의석수 구성은 20대와 사뭇 다르다. 177석 ‘슈퍼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개헌을 제외한 대부분의 법안 처리가 가능해졌다. 야당을 포용하면서 협치를 선택할 수도 있고, 숫자로 야당을 압박하면서 개헌 드라이브에 힘을 실을 수도 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103석으로 여당을 견제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일단 여야는 국회 개헌을 앞두고 ‘협치’를 강조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외의 정치·사회·경제 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민생을 챙기는 것이 최대 과제라는 시각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첫 공식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우리가 코로나19 위기를 잘 극복하고 일자리도 지켜내야 한다”며 “(주 원내대표와) 국정의 동반자로서 늘 대화하고 협의해가면서 국민들께서 기대한 국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도 “코로나19 때문에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국민들이 겪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주도하면 저희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서 국난에 가까운 위기를 극복하는데 같이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8일 두 원내대표와 회동하기로 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24일 브리핑에 따르면 이날 오찬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산업 위기 대응 등 국정 전반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질 방침이다. 또 강 수석은 “이번 회동을 시작으로 협치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일하는 국회를 만들고 속도감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한 상시국회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도 공보실을 통해 “이번 3자 오찬 회동을 통해 여야정 협치와 포스트 코로나 등 당면한 주요 국정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확정된 박병석 민주당 의원도 20일 자신의 SNS에서 밝힌 입장문을 통해 “비상한 상황에 맞는 비상한 국회운영이 필요하다. 국민의 생업과 삶부터 제대로 지켜내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코로나19의 조기종식,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국가 개조 차원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21대 국회 최우선 과제를 ‘일하는 국회’로 잡고 TF를 출범했다. 김 원내대표는 25일 “저와 주 원내대표가 일하는 국회법을 공동 발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으며, 26일 주 원내대표와의 회동 자리에서 “국회혁신에서 제일 중요한건 일할 수밖에 없는 제도와 시스템을 만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일하는 국회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국회는 삼권분립에 따라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인데 일에만 치중하다가 제대로 일을 못하는 게 아닐지 우려도 있다”고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희상 국회의장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구성 협상, 법사위·예결위 두고 난항 예고

다만 여야의 진정한 협치를 향해 가는 길은 가시밭길이다. 당장 돌입하는 원구성 협상부터 여야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밖에도 개헌 이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각종 현안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26일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협상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원구성 법정시한인 6월 8일까지 신속하게 논의를 마치고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등을 속도감 있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일하는 국회의 시작은 국회법에 정해진 날짜에 국회를 여는 것”이라며 “개원 법정시한을 준수하는 것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원구성 협상의 핵심은 상임위원장 배분이다. 그 중 특히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둘러싼 싸움이 치열하다. 

통합당은 관례대로 법사위와 예결위를 모두 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24일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차원에서 보면 법제사법위원회와 예결위원회의 위원장 전부를 전부 야당이 가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두 상임위를 꼭 가져오겠다는 입장이다. 법사위는 개혁 입법 처리에, 예결위는 원활한 추경안 심사와 예산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한편 민주당은 법사위가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지고 일종의 ‘상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혹시 법사위를 야당에 넘기더라도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주장할 전망이다. 반면 통합당은 체계·자구 심사의 순기능을 강조하면서 이에 반대하고 있다. 

 

개헌 논의, 코로나19에 막힐 듯

개헌 논의 여부도 중요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대통령 중임제, 토지 공개념 도입, 국회의 대통령 견제 권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 발의를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사에서 ‘언젠가 개헌이 이뤄진다면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넣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다시 개헌을 언급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지난 21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촛불 혁명의 완수를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며 “다음 대통령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가 2년 남은 지금이 제일 좋다”고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의장은 개헌 방향에 대해 “다시는 비선실세가 국정농단을 하지 못하도록 제왕적 대통령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위해 내각제로 가야 한다”며 “다만 국회에 대한 불신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책임 총리제를 중간 단계로 거치자는 것이 내 주장”이라고 밝혔다.

국회부의장으로 추대된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26일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20대 국회에서 (개헌을) 했어야 하는데 결국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은 여야가 다 공감하고 있다”며 “국회를 책임지고 있는 의장단에서 먼저 물꼬를 틀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야는 당장 개헌을 추진하지는 않을 모양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대응 등 현안이 산적해있는 상황에서 개헌 추진이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총선 직후 개헌 관련 논의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도 18일 광주에서 기자들을 만나 “개헌은 하고 싶어도 쉽게 안 되게 돼 있다”며 “개헌 이야기는 우리가 경제혁신·사회혁신 입법에 영향 줄 만한 시기에 나오기는 어렵게 돼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통합당의 주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지금 개헌 동력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연합뉴스>
▲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연합뉴스>


사면 여부 두고 여야 설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여부를 두고 여야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 의장은 21일 국민통합을 강조하면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점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이어 주 원내대표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며 “대통령마다 예외없이 불행해지는 ‘대통령의 비극’이 이제는 끝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두 분 대통령을 사랑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의 아픔을 놔둔 채 국민통합을 얘기할 수는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시대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해 나가는 일에 성큼 나서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이에 격한 반대입장을 보였다. 김두관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사면은 국론 분열만 초래한다”며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도 몰라 억울한 감정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 달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25일 최고위원회에서 “한 분은 명백히 드러난 범죄도 정치보복이라 하고, 다른 한 분은 재판에 출석하지도 않아 사법부 위에 있는 모습을 보인다. 어떻게 국민 통합을 끌어내는가”라며 “법적 절차가 끝나야 사면할 수 있다. 지금 사면을 이야기하는 건 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장·한명숙 재조사 등 ‘검찰개혁’ 이슈

검찰개혁, 특히 공수처의 후속 입법에 대한 논의를 둔 신경전도 벌어진다. 공수처는 7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여야는 20대 국회에서 공수처 후속 법안 처리에 실패했고, 공은 21대 국회로 넘어왔다.

공수처장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데, 현행법의 인사청문회 대상에 공수처장이 없어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또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위한 규정을 정해야 하는데, 이 법안의 본회의 상정이 불발됐다. 

초대 공수처장 임명을 두고서도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공수처장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의결로 후보 2명을 추려내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인명하게 되는데, 야당 몫 추천 위원이 2명이다. 이들이 반대하면 처장 임명이 늦어지게 되는 것이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2019년 말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와 4시간여 동안 발언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최근 민주당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재조사를 주장하면서 ‘검찰개혁’ 논의에 다시 불을 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정황은 한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 사법 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며 재조사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은 한 전 총리 사건이 공수처 수사 범위에 들어간다고 보고 있지만 통합당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주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24일 “확정된 판결을 변경하는 방법은 재심 청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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