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40대 기수론 거론하며 인적쇄신 신호탄
5·18 망언 사죄한 주호영, 고용보험 확대에도 동조
기본소득제 대안 제시 하려는 김종인
비대위원에 청년·외부 인사 할당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왼쪽)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 회의에 밝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왼쪽)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 회의에 밝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곧 발족을 앞두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와 주호영 원내대표 체제가 정쟁만으로 점철됐던 20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여야 ‘협치’에 성공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합당의 경제노선을 대 전환해 기본소득 담론 등을 인정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어느 정도의 발재간 맞추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다만 가장 첨예하게 대립 중인 개헌·공수처·검찰개혁 같은 부분에서도 협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여야 갈등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이슈는 협치에 빨간불이 켜지게 하는 요소다.

27일 오후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에서의 표결과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는 차기 대선에 나설 대선주자 발굴과, 청년 등용을 통한 세대교체 그리고 당과 정치 혁신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의 임기는 내년 재보궐 선거까지로, 그 성공 여부는 선거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언급된 임무 중, 김종인 내정자는 3040세대 ‘김종인 키즈’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세대교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야권의 대선주자군을 놓고 “미안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검증이 끝났고 시효가 다했다”는 발언이 이러한 사실을 유추하게 한다. ‘40대 경제 전문가‘ 언급에는 ”40대 기수론을 강요할 수 없다“며 김 내정자 본인이 선을 그었지만,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있을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주호영, 반성과 경제정책 노선 전환으로 원내 협치 이끈다

한편 주호영 원내대표의 행보는 그야말로 ‘협치’ 및 ‘반성’에 제대로 방점이 찍혀 있는 모습이다. 518 묘역을 적극 방문하고, 과거 있었던 ‘518 막말 사건’에 대한 사죄를 통해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고 가려는 제스쳐를 보여줬다. 주 원내대표의 사과에 광주시장이 공식 사과를 환영한다며 통합의 정치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 패스트트랙 사태 당시의 투쟁 일변도 정치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주 원내대표는 퇴임하는 문희상 의장에게 ”작년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저희들은 섭섭한 점도 많지만 국회에서 퇴임하는 의장님이 평생 정치하다 퇴임하시는데 인사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제대로 당에 설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통합당으로부터 패스트트랙 사태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지적을 받던 사람이다.

28일 있을 문재인 대통령과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회동도 ‘협치’를 우선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 통합 차원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한편,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고용보험 확대에 전격적으로 동조한다는 복안이다.

원 구성 협상에 있어 민주당의 양보와 통합당의 협조 또한 요구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윤미향 의혹’ 등 정국의 핵심적인 이슈이면서 정쟁의 여지가 있는 호전적 이슈는 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경제노선 왼쪽으로 대전환하려는 김종인

중도보수 성향의 김 내정자가 당의 경제정책 노선을 대폭 왼쪽 방향으로 ‘대전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범여권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기본소득제’ 등의 구상을 통합당에서 먼저 선제적으로 합리적인 개편안을 제시해 중도층을 포섭한다는 복안이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도 “(김 내정자의) 기본소득제에 대한 선제적 입장 표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다른 버전의 기본소득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내정자를 제외한 통합당 내부에서도 ‘기본소득 연구모임’이 결성되는 등 보수진영만의 복지 아젠다를 연구하고 실현해 보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는 ‘경제 살리기’에 있어 ‘한국판 뉴딜’ 구상을 내놓은 문재인 정부에게 큰 그림에서는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게 한다. 경제통으로 분류되는 송석준 통합당 의원은 “아이디어는 좋다. 특히 디지털 산업에서의 새로운 일자리는 일상화된 환경 조성이 우선이기 때문에 선제적 투자와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차적으로는 정부여당의 구상을 지지한 셈이다.

이렇게 민주당과 경제 및 민생 영역에서는 상호 스텝을 맞춰가면서, 김 내정자는 ‘태극기 부대’라고 불리는 극우 강경파들을 멀리할 전망이다. 김 내정자는 지난 2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태극기 부대’와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 관계는 이번 선거에서 명확히 드러났다”며 선을 긋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 송파병 지역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 또한 26일 “극우 강경세력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균형감각 있고 품격있는 온건 보수, 중도보수의 노선과 태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태극기 아스팔트 세력의 진정성과는 별도로 이제 통합당은 중도성향 국민들이 관심갖고 호감을 보낼 수 있도록 우클릭이 아닌 중도클릭이 (김종인 비대위의) 절대절명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청년 정치인 등용해 이미지 쇄신하려는 통합당

세대교체를 위한 대규모의 청년 등용도 이뤄진다. 27일 인준된 ‘김종인 비대위’에는 3명의 830세대 청년 정치인이 포함된다. 33세의 김재섭, 32세의 정원석, 38세의 김병민이 그들이다. 전부 80년대생이다. 김재섭 후보는 서울 도봉갑에 출마했다 낙선했고, 김병민 후보는 서울 광진갑에 출마했다 낙선했으며 정원석 후보는 공천을 받지는 못했지만 전직 강남을 당협위원장이었다.

청년들의 대대적인 등용의 배경에는 ‘탄핵’, ‘꼰대’, ‘수구’ 등의 부정적인 당의 이미지를 소위 세탁하고 젊은 당으로 쇄신하고자 하는 의도 뿐 아니라, 젊음 특유의 ‘유연한 사고’를 기대하는 측면도 크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비대위원의 유력한 후보군 중 하나였던 천하람 변호사는 지난 16일 “우리 당이 오랜 기간 5·18 민주화운동과 호남에 대해 무관심했죠. 호남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여러 이야기들과 막말을 했다”며 “그것을 한번에 해결한다는 건 교만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헌 이슈에서는 ‘타협할 수 없는’ 지점들이 있기에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통합당은 여권에서 주장되는 ‘토지공개념’, ‘이익공유제’ 등을 통합당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통합당이 개헌 저지선에 해당하는 의석 수는 확보하고 있기에 여당이 개헌을 단독으로 추진하려 한다면 강력한 강대 강 대치가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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