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타이’ 차림 오찬·산책...뼈있는 농담도
文, 국회 협조 당부...일하는 국회·추경·안보 등 국정 전반 논의
주호영, ‘정무장관’ 신설 건의...文 검토 지시
기업 규제 완화·고용유연성 등 건의에 대통령도 동의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지고 코로나19 및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회동은 지난 2018년 11월 5일에 열린 여야정 상설협의체 이후 566일만이다. 이날 회동은 낮 12시 1분부터 오후 2시 37분까지 156분간 진행됐다. 현 정부 들어 네 번째 원내대표 회동이다. 

문 대통령을 만난 주 원내대표가 “날씨가 좋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예. 반짝반짝”이라고 화답했다.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김 원내대표가 “오늘 대화도 날씨만큼 좋을 것 같다”고 기대하자 주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잘해주면 술술 넘어가고, ‘(18개 상임위원회) 다 가져간다’ 얘기하시면...”이라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네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공개 모두발언 없이 자리를 옮겼다. 민주당과 통합당 양쪽 관계자 모두 배석하지 않았으며, 청와대에서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으로 배석 인원을 최소화했다.

오찬에는 화합을 상징하는 계절 채소비빔밥과 한우 양념갈비, 민어맑은탕, 능이버섯잡채, 어만두 등 한식이 올랐다. ‘노타이’ 차림으로 만난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오찬 회동 이후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국정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외교·경제·탈원전 문제 등 폭넓게 논의
文 “국회 제때 법안 처리해주면 업어드리겠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원구성과 관련, 문 대통령이 두 원내대표가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분들이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김 원내대표가 오찬을 하고 산책이 30분 정도 경과한 시점에서 문 대통령에게 ‘시간을 많이 비워두셨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고 웃으면서 “국회가 제때 열리고 제때 법안 처리를 해주시면 업어드리겠다”는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 당시 특임장관을 맡았던 주 원내대표가 대통령에게 ‘정무장관’ 신설을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이에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논의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야당은 청와대 출신이 많아지면 꺼려하는데 정무장관은 의원들이 맡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과 거리낌 없이 만날 수 있고, 소통이 강화되기 때문에 법안 처리 양이 많아진다”는 취지로 정무장관 제도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주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5시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 따르면, 이날 문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에게 상생 협치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따른 국회에서의 신속한 협조를 당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저희들도 상생 협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야당을 진정한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하시면 저희들도 적극 돕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또 “좋은 판결이라도 나쁜 화해보다 나쁘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생과 협치를 하면 정책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정책의 집행력도 높아지고, 갈등도 줄어들기 때문에 (청와대가) 상생협치를 할 자세와 준비가 돼 있으면 저희들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안보·외교·경제·탈원전 문제, 이천 화재 참사 수습 문제, 대학생 등록금 문제, 국민 통합 문제, 위안부 문제 해결까지 여러 문제를 말씀드렸고 각각 제 말씀에 관해 대통령님 의견을 듣는 그런 과정이었다”며 “중간 중간 김태년 대표도 이야기 했고 탈원전 문제와 이천 화재 참사에 대해서는 노영민 비서실장도 답변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태년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를 주로 주장했고, 그래서 회의는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열리게 하자,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없애자는 주장이 있었다”며 자신은 일하는 국회가 졸속입법으로 연결되서는 안되며,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의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코로나19 대응 경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확장재정과 즉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주 원내대표가 “한 해 들어 3번이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집행)해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인지, 추경이 필요하다면 어느 항목에 필요하고 효과는 어떤 것이며 재원 대책은 어떤 것인지 국민들이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야당으로서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이며, 추경을 하게 되면 그런 점들을 국회에 자세히 보고하겠다”고 반응했다고 말했다.

또한 주 원내대표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 글로벌 기준에 맞는 세제, 고용 유연성 유지 등에 문 대통령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최근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민주당 당선인을 놓고 벌어진 논란과 관련, 주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에서 국가가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에 대해 부작위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이 있었고, 지난 정권에서 합의가 있었는데 이 정권이 그 합의를 무력화하면서 3년 동안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며 “보상과 관련한 할머니들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문제들과 관련해 ‘윤미향 사건’도 나왔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7월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위해 공수처장 인사청문법안 등의 조속 처리를 요청하자 주 원내대표는 “공수처법은 여당이 하려고 하는 법이었는데 많은 국민들과 저희 당은 검찰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수처를 만드는 것으로 인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180일을 채우지 못하고 58일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서로 결연관계가 돼서 진행한 절차상의 위법도 있고, 지금 와서 인사청문제도도 정비되지 않은 채 지금 해달라는 것 자체가 졸속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당이 추천하게 된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위원 두 명은 민주당이 법 제정과정에서 야당에게 비토권을 준 것이기 때문에, 그 두 명이 반대하면 마음대로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을 누차 강조했기 때문에 그 점을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문 대통령과 김태년 원내대표도 야당 두 명이 반대하면 사실 임명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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