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 355일 만에 철탑서 내려와
1991년 해고 후 20여 년간 1인 시위, 단식투쟁 이어가
삼성과 김용희씨 지난달 29일 사과, 복직, 보상 합의
삼성의 건전한 노사 관계 위한 후속 조치에 주목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355일 만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왔다. 건전한 노사관계를 위한 삼성의 후속조치가 주목된다. <사진=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 고공농성 공대위 페이스북>
▲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355일 만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왔다. 건전한 노사관계를 위한 삼성의 후속조치가 주목된다. <사진=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 고공농성 공대위 페이스북>

[폴리뉴스 송서영 기자]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61)씨가 355일 만에 고공농성을 마치고 제자리를 찾았다. 고공농성만 355일이었지, 그에게는 삼성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복직, 보상을 받기 위해 맞선 20여년의 시간이 있었다.

김용희씨는 1982년 삼성항공에 입사한 뒤 노조를 설립하려 한다는 이유로 1991년 해고됐다. 삼성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는 “김용희씨의 노조 설립을 탄압하기 위해 회사의 협박, 감금 등의 횡포가 있었다”고 전했다.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 고공농성 공대위(이하 공대위)는 “회사의 협박에 김용희씨의 부친이 유서를 남기고 실종되기도 했다”고 말한다.

다사다난한 시간 속 해고무효소송 2심마저 패소했지만 1994년 상고 포기 조건으로 그는 복직을 한다. 이대로 끝인가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공대위는 “김용희씨가 1년 간 해외 발령 후 돌아오자 삼성에서는 노조포기 각서를 요구했다. 그가 거절하자 해고통지서 없는 구두 해고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때부터 다시 투쟁이 시작됐다.

삼성 그룹 본사 앞에서 1인 시위와 단식을 이어간 그는 2000년대 까지 명예훼손, 업무방해죄 등으로 여러 차례의 구속과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그 뒤로는 15년 간 무료 노동법률 상담소를 운영하며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일하다 2017년 촛불시위 과정에서 다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삼성본관 서초사옥 앞 해고자복직 투쟁이 이어졌지만 삼성은 묵묵부답이었다. 공대위 관계자는 “김용희씨가 ‘땅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생각에 이르러 지난해 6월 강남역 사거리 교통 폐쇄회로TV(CCTV) 철탑에 올랐다”고 전했다. 하늘에서도 삼성의 답을 듣기란 쉽지 않았다. 1평이 채 안 되는 철탑에서 추위와 더위에 맞서며 세 번이나 단식을 이어갔다.

그 사이 시민단체가 한 뜻을 모았다. 공대위에 따르면 총 62개 노동 시민사회 단체가 전국에서 연대했고 전국건설노조에서 크레인을 직접 몰고 와 연대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김씨가 삼성의 사죄와 복직 및 배상(해고기간 임금)이 이뤄질 때까지 내려오지 않겠다고 밝힌 지 1년에 가까워 온 지난 5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삼성이 “그동안 삼성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는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힌 뒤 김씨와 삼성간의 협상에도 불이 켜졌다.

공대위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 강남역 2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로 355일째 고공농성을 벌여온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가 삼성측의 사과에 합의해 고공농성 투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대위에 따르면 ‘사과‧복직‧보상’ 내용은 비공개다.

이날 소방 사다리차를 타고 내려와 땅을 밟은 김용희씨는 “그동안 응원해주시고 연대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투쟁의 결과로 삼성에 노사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가 땅에 내려와 전한 첫 바람대로 건전한 노사관계를 위한 삼성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1일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사장단을 대상으로 건전한 노사관계에 대한 강연을 열었다.

오는 4일에는 삼성 준법감시위 정기회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노조 문제에 대한 부분도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알려지며 삼성이 ‘건전한 노사관계’ 성립을 위한 의지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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