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일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유턴 기업 지원 정책 방향’ 발표
기존 유턴법 문턱 낮추고 ... 각종 유인책 추가 제시
국내 수출 제조기업 시장 ‘해외’ 고려하면 ‘더 과감한 규제 개혁‧지원 강화’ 필요

지난 4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지난 4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정부가 1일 리쇼어링 활성화를 위한 각종 유인책을 제시했지만, 경제계는 아직 부족하단 반응이다.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생산 라인을 국내로 회귀시키기 위한 리쇼어링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로 각국의 수출길이 협소해진 가운데, 생산 차질 리스크도 부각되면서 각국에서 자국 중심 공급망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더해진 것이다.

한국도 리쇼어링을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유인책을 추가 제시했다. 다만 내수 시장이 협소한 국내의 여건을 고려하면, 각종 규제를 보다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일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해외로 진출한 기업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 기업 지원 정책의 방향을 발표했다. 우선 유턴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대폭 늘린다. 기존에는 해외사업장 생산량 50% 이상을 감축하고 돌아온 유턴기업에만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해줬다. 앞으로는 해외사업장 생산량 감축 요건을 폐지하고, 생산 감축량에 비례해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수도권으로 돌아온 기업에는 제공되지 않았던 정부 보조금도 지원해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수도권 유턴 기업은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수도권에 첨단산업이나 연구개발(R&D) 개발 센터를 세울 경우 최대 150억 원의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비수도권으로 리쇼어링한 기업 당 100억 원 한도에서 지급하던 보조금은 200억 원으로 확대했다. 또 수도권 총량제의 범위 내에서, 해외에 공장을 세웠다가 국내로 돌아온 유턴 기업에는 수도권 공장 부지를 우선 배정한다.

경제계 반응은 뜨뜨미지근하다. 실질적으로 국내로 유인하려면 보다 과감한 리쇼어링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로 돌아오면 광대한 내수시장이 기다리고 있는 미·중국과 달리 한국은 작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서 돌파해 왔다. 국내 기업들은 리쇼어링으로 해외 소비 시장과의 접근성이 멀어지면 물류비가 늘어나는 등 구조적 제약 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일부 보조금 지원 강화를 넘어 과감한 규제 완화‧지원 등을 통해서 회귀의 실효성을 전폭적으로 높여야 회귀가 실질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로 들어올 때에 이익이 실질적으로 체감 가능해야 더 많은 기업들이 리쇼어링을 택할 것이다. 게다가 적어도 해외시장 근접성 때문에 돌아올 유인이 매우 작은 기업은 차치하더라도, 국내의 고강도 규제로 나간 기업들을 회귀시키려면 고강도 규제나 법인세 등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유턴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인건비, 각종 규제, 높은 법인세 등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는 것을 막으려면 경쟁국 수준의 규제환경 조성과 투자 유인체계 재구축”이 필요하다고 봤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의 규제환경을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보면서, “정해진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이 아닌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의 도입, 규제 one-in, one-out의 규제비용총량제 등을 담은 규제개혁특별법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봤다.

법인세 인하도 주요 요소로 꼽힌다. 한경연은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지방세 포함 24.2%→27.5%)이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를 6조 7000억 원 늘리고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를 3조 6000억 원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내의 전반적인 규제 환경을 손보는 한편, 리쇼어링 기업을 특구를 조성해 해당 영역에서만큼이라도 집중적인 혜택을 몰아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고용위기지역과 연계한 유턴특구 지역을 선정해 좀 더 파격적인 지원책을 강화한 리쇼어링 2.0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해외진출기업 요건을 완화하고 세액감면, 입지 설비 보조금 지원 뿐 아니라 복귀를 희망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도 관련 컨설팅 비용을 보조해주고, 중소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동반 복귀시 해당 대기업에도 보조금과 세액 감면 혜택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장총량제를 풀어 수도권 내에서 보다 자유롭게 공장 입지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경기에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해두고 이 범위 안에서만 연면적 500㎡ 이상 공장 신·증설을 허용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경기도 산업단지의 수도권 규제를 철폐할 경우 투자를 유보한 417개 기업이 총 67조원에 달하는 투자와 14만7000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서 공장총량제 내에서 리쇼어링을 택하는 기업에 수도권 부지를 우선 선정하도록 하겠다고 봤다.

국내의 높은 인건비를 상쇄할만한 노동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지난 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 우리나라 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상품 1개 단위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비용)은 한국 기업이 진출한 10여개 국가 중 평균을 넘은 상승치를 보여줬다. 반면 한국이 주로 진출한 10개국의 단위노동비용은 평균 0.8% 감소했다. 한경연은 “한국의 단위노동비용 증가는 1인당 노동비용이 노동생산성보다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봤다. 코트라도 2018년 해외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해외 설비의 국내 이전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절반 이상의 기업(52.1%)이 ‘인건비 등 생산비용 증가’를 꼽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300인 미만 중소기업까지 넓어진 주52시간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탄력근로제 최대 단위기간이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를 조속히 통과하고, 연장근로 사유가 발생할 때마다 고용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근로시간 연장에 대한 규제 등도 완화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정부는 국내 유턴 기업 지원 확대와 함께 생산기지 다변화 지원 방안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 ‘와이어링 하네스’를 전량 의존해 국내 공장을 전면 중단해야만 했던 현대자동차 등의 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중국 시장에 편중된 생산기지를 동남아 등 중국 이외 국가로 투자를 늘리도록 유인하는 전략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일본은 기업이 동남아 국가로 생산설비를 다변화할 때에도 해당 기업에 혜택을 제공하는 방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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