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늘렸지만 부실채권 대응력은 하락…하나는 100% 이하

<사진=강민혜 기자>
▲ <사진=강민혜 기자>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하나은행의 대손충당금이 국내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커진 만큼 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2705억 원으로 지난해 말(2256억 원)보다 20%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사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위험(대출 부실화)에 대비해 쌓는 돈이다.

4개 은행 중 가장 많은 충당금을 쌓은 건 신한은행이다. 2019년 4분기 759억 원이었던 충당금 적립액은 올해 1분기 968억 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부실채권 대응력은 오히려 낮아졌다.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적립률(NPL커버리지비율)은 115.4%에서 113.3%로 1.1%포인트 감소했다.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불확실한 부실채권 비중이 커졌기 대문이다. NPL커버리지비율은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NPL) 잔액 대비 충당금 적립액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비율이 100%보다 낮으면 대출 부실화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1분기 말 연체율은 지난해 말 0.26%에서 0.31%로 올랐고, 총여신 대비 부실채권 비중을 보여주는 부실채권비율(NPL비율)도 0.45%에서 0.46%로 상승했다. 또 최근 신한은행은 비아파트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철회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가계대출 증가에 부담을 느껴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일부 전세자금대출 중단을 검토한 건 증가속도를 조절하려는 취지였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분기에 충당금을 늘렸지만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 증가해 NPL커버리지비율이 낮아졌다”며 “특히 부실채권의 상각·매각 규모를 줄여서 타 은행 대비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의 1분기 말 충당금 적립액은 787억 원으로 4개 은행 중 2위를 차지했다. 직전 분기 357억 원에서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부실채권 잔액 증가폭이 충당금 증가폭을 소폭 웃돌아 NPL커버리지비율은 하락했다. 1분기 126.7%로 2019년 말(129.8%)보다 3.1%포인트 낮아졌다. 연체율(0.24%) 변동은 없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실채권비율은 0.36%로 전분기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수치를 보면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잔액이 약 400억 가량 늘었다”며 “NPL커버리지비율이 떨어졌지만 통상 120%를 넘기면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은 4개 은행 중에 가장 높았다.

충당금 적립액 기준 4개 은행 중 3위인 우리은행은 1분기 590억 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직전 분기 280억 원에서 2배 가량 늘렸다. 그러나 같은 기간 연체율이 0.30%이 0.31%로 오르는 등 부실채권 발생 위험이 증가했고, NPL커버리지비율 역시 121.8%에서 120.7%로 1.1%포인트 나빠졌다.

다만 우리은행 관계자는 “1.1%포인트 정도의 NPL커버리지비율 감소는 은행 건전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1분기 충당금 적립액이 4개 은행 중 가장 낮았다. 지난해 말 860억 원이었던 충당금을 360억 원으로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NPL커버리지비율도 95.1%로 4개 은행 중 꼴찌였다. 직전 분기(94.1%)보다는 1.1%포인트 올랐지만 당국 권고치인 100%에는 못 미쳤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타 은행에 비해 NPL커버리지비율이 낮은 건 우량담보 대출이 많아서 (부실 우려가 적기) 때문”이라며 “100%에 못 미치긴 하지만 개선세를 보이고 있어서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37%로 신한‧우리보다 낮았고, 연체율도 0.21%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최저 수준이었다. 다만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은행 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지는 만큼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1분기 은행권 실적 발표와 관련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담보 및 보증 확대를 단행하며 리스크 대응 체력을 높이긴 했다”면서도 “여전히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가 높으므로 은행들은 충당금 적립액이 높지 않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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