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영 “의원 개개인 투표권, 양심에 따라 행사돼야”·
민주·통합 양당, 강제당론제 당헌에서 유지 중
징계 처분의 합헌성에는 견해 대립 있어
낙천자인 금태섭 징계, 비례성의 원칙엔 어긋나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경고’ 단계의 징계를 받자 정당이 소속 의원의 강제당론 위반 행위를 징계하는 것에 대한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통합당 양당 둘 다 당헌에 강제당론을 어기는 행위에 대한 규제 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 조항들이 위헌·위법적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이다.

헌법·국회법, 국회의원의 자율투표를 규정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은 국회의원의 자율투표를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며 국회의원의 무기속 위임을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한다. 국회법 114조의 2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말한다. 선거구민의 의사를 존중하되, 소신껏 표결하라는 취지다.

법조인 출신인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러한 헌법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 114조2는 대한민국 법질서의 최상위 규범인 헌법 제 46조 2항의 헌법상의 가치를 국회법 차원에서 실현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정당 내부의 사실상 강제라는 개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 개개인의 투표권만큼은 스스로 양심에 따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당론에 따르지 않은 국회의원의 직무상 투표행위를 당론에 위반하는 경우에 포함시켜 징계할 경우, 헌법 및 국회법의 규정과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금 전 위원의 징계와 관련한 부분은 정당 민주주의 하에서 국회의원의 직무상 양심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대단히 중요한 헌법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실 정치 맥락상 양 거대 정당에서 명맥을 이어나간 강제당론제도

이러한 헌법 정신이 잘 반영된 것이 2002년 신설된 논란의 국회법 제114조2이다. 1999년 5월, 당시 한나라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은 노사정위원회법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표결에 불참하기로 한 당론을 어긴 이미경·이수인 의원에 대해 각각 당원권 정지와 제명 징계를 내렸다. 이미경 전 의원은 그해 9월 동티모르 파병안에 당론을 어기고 찬성하면서 출당 조치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들을 막기 위해 국회법 제114조2가 입법됐다.

그럼에도 강제적 당론제는 명맥을 이어나갔다. 2005년 열린우리당 혁신위원회는 ‘소속의원의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강제적 당론제를 도입했다.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당시 “앞으로 주요 쟁점법안에 대한 당론을 의원총회에서 공개 표결로 결정하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강제적 당론으로 정한다”고 했었다. ‘이를 위반하면 경고ㆍ당권정지ㆍ출당 등의 징계를 내리며 징계수위는 당 윤리위원회 보고를 거쳐 상임중앙위원회가 결정한다’는 징계조항도 마련했다. 이후 강제적 당론을 정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속 정당이 의원을 징계한 경우는 드물었다.

통합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통합당은 당헌 제 60조 2항을 통해 ‘의원총회에서 의결한 당론에 대해 의원이 국회에서 그와 반대되는 투표를 했을 경우에 의원총회는 의결로서 그에 대한 소명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당론에 어긋나는 의원의 표결을 의원총회에서의 ‘소명’이란 형식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합헌성 판단에는 이견 있으나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나

정치학자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당론투표와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금 의원을 민주당이 징계한 것에 대해 4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이미 공천에서 탈락하지 않았는가. 국회의원 임기 만료되는 시점에 징계를 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행위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통합당의 60조 2항 당헌 규정의 경우, 하나의 권고 조항 정도로 봐야 한다. 상위법이 국회법이고 그 상위법은 헌법 조항이다. 실제로 적용해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헌법학자인 박병섭 상지대 교수는 4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20세기 이후, 많은 나라들은 ‘정당국가’화 했다. 의원이 정당의 대표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며 “정당에 대한 기대를 유권자들이 하게 됐다. 정당의 당론으로 채택된 법안에 찬성하리라고 믿고 의원을 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국가기관이나 국회에서 당론을 어긴 의원을 징계하는 등의 불이익 처분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일종의 민간단체로서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정당은 원칙적으로 징계, 경고, 제명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헌법재판소 역시 2003년 판례에서 당론을 어긴 의원에 대한 정당의 제명 처분이 가능하다고 봤으며, 다만 비례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필요는 있다. 경고 처분 정도면 보통의 경우에는 과하지 않지만, 금 전 의원은 이미 낙선한 상태였다”고 분석했다.

결국 경고 처분에 대한 합헌성·합법성 여부에는 각자 다른 시각이 있으나, 21대 총선 강서갑 지역 경선에서 떨어져 공천조차 받지 못한 금 전 의원에게 굳이 징계 처분까지 한 것은 비례성의 원칙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지나치다’는 것이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 또한 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금 전 의원은 공천에 탈락해 선거에 출마도 못했다”며 “정치적 부관참시인 징계 결정은 (금 전 의원)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간접적으로 비례성의 원칙 위배를 꼬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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