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여건 개선 불가, 청년 인력 유입 불가 구조
일 따오는 외국인 팀장 늘어 ‘인건비’ 차등 없다
외국인 180만원 월급, 수당 받으면 320만원 현실

노동계는 청년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 이유를 세 가지로 봤다. 부정적인 사회인식, 노동 여건 개선 불가, 고강도 신체 노동 등이다. <사진=연합뉴스>
▲ 노동계는 청년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 이유를 세 가지로 봤다. 부정적인 사회인식, 노동 여건 개선 불가, 고강도 신체 노동 등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최정호 기자] 우리나라 건설 산업은 성장했지만 노동 여건은 퇴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숙련공의 고령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청년 인력은 유입되지 않았다. 최근 <폴리뉴스> 취재에서 우리나라 대형건설사 상당수는 “인력수급에는 차질 없다”고 했다.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웠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건설 노동의 현주소를 알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대건설 대구 ‘힐스테이트’ 건설 현장에서 65세 이상 노동자를 받지 않아 노동계가 반발했다. 같은 그룹 소속 현대엔지니어링은 고령 노동자를 받았기 때문에 반발은 거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안전사고 예방을 우선 시 한다”며 “고령 노동자는 안전사고 위협에 노출돼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청년들이 일할 수 없는 노동 구조

노동계는 청년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 이유를 세 가지로 봤다. 부정적인 사회인식, 노동 여건 개선 불가, 고강도 신체 노동 등이다. 그동안 건설 노동은 미디어에서 소위 ‘노가다’로 불리며 인생의 실패자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일로 묘사됐다. 노동 전문가는 “미디어의 힘이 큰 데 건설 현장의 중노동 현실만 보여줘 노동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더뎌 노동 여건이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근에서야 건설 노동이 ‘4대보험’ 적용됐다. 그나마 지금도 작업장이 바뀔 때마다 재가입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또 민간 보험 가입 시 건설 노동은 직군이 분류가 안돼 가입이 어렵다.   

인터뷰 중인 민주노총 강한수 토목건축분과위원장. <사진=최정호 기자>
▲ 인터뷰 중인 민주노총 강한수 토목건축분과위원장. <사진=최정호 기자>

민주노총 강한수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건설 산업도 성장했지만 노동 여건은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며 “5년에서 10년 동안 내국인 기능공이 부족했지만 대책과 대안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년 인력이 들어오지 않는 구조적 문제 개선과 건설 노동도 사람을 키워낼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청년 인력 간담회인 ‘청춘 버스’를 운영해 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한 청년 노동자는 ‘교통사고 보상 문제로 소득증명서를 받기 어려웠고 소득도 불규칙해 보상 받기 힘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청년노동자는 ‘임금이 좋아져 친구들을 데리고 올 수 있는데 간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열약한 노동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외국인 노동자 증가와 노동계 파장

최근 한 건설 현장에서 국내 노동자들이 파업해 건설사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논란이 됐다.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까지 포함돼 논란이 더 컸다. 

과거에는 국내 노동자들이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했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보조 역할을 해왔다. 현재는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해 현장의 중심 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조선족과 고려족인데 출입국사무소는 이들을 ‘H2’로 분류한다. 또 최근에는 베트남, 몽골 등 동남아 출신 외국인 비중이 늘고 있다. 이들은 ‘E9’으로 분류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숙소가 현장과 가깝다. 건설사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생활해 작업 시간 외에 문제 발생 시 즉시 투입할 수 있어 외국인 노동자를 선호한다. 언어 장벽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작업반장이 오랫동안 체류한 외국인이기 때문에 통역도 가능해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도 많다.

강 위원장은 “건설사들이 이주 노동자들을 많이 쓰는 이유는 고용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건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인건비 삭감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인건비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 외국인 건설 노동자의 현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건비가 저렴해 건설사들이 고용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 외국인 노동자 A씨(팀장급)는 “하도급 업체로부터 일을 도급 받는 구조”라며 “단가가 책정돼 있어 팀장들이 일을 수주하는 방식이라 내외국인 간 임금 격차는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김상길 팀장은 “잡부의 경우 임금이 적지만 숙련 기술직의 경우 내국인과 차이가 없다”면서 “철저하게 팀장들이 도급 받는 방식이라 경쟁 입찰에서 일을 따오느냐 못 따오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숙련공은 흔히 ‘목수’로 불린다. 현장에서 목수는 평균 8~9년 정도해야 실력을 인정받는다. 10년 이후부터는 ‘오야지(팀장)’라 불리며 일을 도급 받아 온다. 외국인이 운영하는 팀의 경우 팀원이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 최근엔 내국인도 외국인 팀장의 팀 합류 비중이 증가했다. 

김 팀장은 “외국인 노동자들도 한국어를 잘한다”면서 “다만 건설 용어가 일본식이라서 ‘다루끼’ ‘오비끼’ 등 이해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 규모가 작은 현장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경우가 있지만, 규모가 큰 현장에는 불법 외국인이 취업할 수 없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도 존재한다. E9, H2 노동자들은 단순노무자다. 이들의 경우 현장에서 기피하는 난 작업에 배치된다. 또 열악한 주거시설에서 생활하면서 과도한 초과노동에 노출돼 있다.  

김 팀장은 “E9인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임 184만원을 받는다”면서 “이들 근로자들이 월 320만원을 받는데 이는 쉬는 날 없이 매일 초과근무 해야 받을 수 있는 액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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