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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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인천국제공항 사태’(인국공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조금 더 배웠다고 두 배 받는 건 불공정’이라는 김두관 의원의 발언에 청년층의 여론이 들끓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정직원들이 보안요원들의 일괄 직고용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서울 시내에서 펼치는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가짜뉴스로 촉발된 논란이기에 현재의 ‘취준생’의 일자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공정성이라는 가치에 전면 위배된다며, 분노한 청년들의 여론을 청취하는 간담회를 열고 ‘로또취업방지법’이라는 제목을 가진 법안마저 발의하였다.

재미있는 부분은 보통 정치적 통념상, 보수진영의 경우 현실과 이익을 주로 얘기해 왔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공정성’이라는 도덕적 가치를 앞세운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먼저 입장을 내놓은 정치인인 하태경 의원은 “본질은 연봉 아닌 과정의 공정성”임을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취준생에겐 대통령 찬스 쓴 명백한 새치기로, 공정하지 않다’며 이번 사태가 도덕적 가치의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청년층 민심을 잡는 데 실패해 온 보수진영이지만, 이 사안에서 공정성이라는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은 어느 정도 청년층 민심을 잡는 것에 있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언론사가 총선 이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가치를 묻는 질문에 남성(23.8%)과 여성(29.0%) 모두에서 ‘공정·정의’라는 응답이 1위였다. 여권 성향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실제로 “이 주제에선 통합당 말이 맞다”는 반응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청년층이 특히 채용이나 입시 문제에서의 ‘공정성’에 민감하다는 뜻이 된다. ‘조국 사태’ 당시 딸의 교육 문제와 관련한 공분이 컸던 것이나, 과거 국정농단 사건 당시 최순실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 문제에 청년들이 크게 분노했었던 게 그 사례다.

최근 여권에 대한 ‘송곳 비판’과 야권에 대한 ‘뼈때리는 충고’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5일 한 언론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보수정당의 지지자들이 보수정당을 ‘당당하게’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도덕적 명분(moral code)이 보수정당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이 특히 민감한 채용이나 입시 문제에 있어 공정성 기준을 철저히 확립하고, 이를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수진영이 국민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는 뜻이 된다.

그동안 공정성에서 부족했던 보수진영이 도덕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인국공 사태는 보수의 공정성을 시험하는 일종의 리트머스지가 되고 있다.

저명한 도덕심리학자 J.Haidt는 정치는 본질적으로 도덕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정권에서 저질렀던 여러 ‘도덕적 과오’로 인해 여전히 ‘적폐’ 취급을 받는 보수진영이지만, 공정성 이슈에서 도덕적 가치들을 잘 지키면서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다가간다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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