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실무TF, 홍남기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즉각 반대'-재건축 규제 완화해 공급 늘리기
정세균 “해제 신중” - 이재명 “해제하면 투기자산될 것” - 추미애 “해제 안돼, 투기판 된다”

정부와 여당이 서울 주택공급 확충 방안의 하나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검토하기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사진=연합뉴스>
▲ 정부와 여당이 서울 주택공급 확충 방안의 하나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검토하기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내놓은 22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집값 고공행진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심지어 전세값마저 폭등하자 정부여당이 서울시의 반대로 그동안 무산돼 왔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 확대에 나선다.

이에 그 정책적 실효성을 의심하는 비판이 나오고, 여당 내부에서도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앞서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에서 도심 고밀 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등 주택공급을 위한 5가지 기본 방향을 정했지만, 그린벨트 해제나 재건축 완화 같은 대규모 주택 공급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주택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면서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주택공급 확대'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당정청이 추진하는 그린벨트 해제가 부동산 문제의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주택공급 확대 TF 실무기획단 회의 “그린벨트 활용가능성 여부 논의”

홍남기 “그린벨트 해제도 가능성 열어 놓고 있다”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토부와 서울시, 경기도 관계자들이 모인 ‘주택공급 확대 TF’ 실무기획단 회의에서는 서울 시내 신규 택지 확보 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서울 지역의 주택공급 대책이 논의될 때마다 육군사관학교 이전 등 군 부지 활용과 그린벨트 부분 해제 등이 검토됐지만, 관계 부처나 지자체의 반대에 막혀 현실화되지 못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실무기획단 모두발언에서 “첫 회의를 기점으로 지난 7·10대책에서 제시했던 도심 고밀 개발, 유휴 부지 활용, 공공관리 재건축‧재개발 등 다섯 가지 방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도시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15일 저녁 실무기획단 회의 직후 입장문을 내 “그린벨트는 개발의 물결 한가운데에서도 지켜온 서울의 ‘마지막 보루’로서, 한번 훼손되면 원상태 복원이 불가능하다”며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는 14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서울시와의 이견에도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지를 묻는 질문에 “부동산 공급 확대 방안 5~6가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홍 부총리는 또 “주택공급 TF를 통해서 도심 고밀도 개발과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공공시설 이전 부지 활용 방안 등을 논의 중이라며 이번 달 말이면 공급 대책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7.10 부동산 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과열 조짐에 진정세가 나타나고 있다. 정책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그린벨트 해제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해제가 거론되는 강남권의 경우, 그린벨트를 해제한다손 치더라도 2만 가구 정도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지역의 청약 가입자만 600만 명인 현실에서 몇 만 가구 늘리는 정책으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지금 논의되는 그린벨트 해제의 경우 효과를 보려면 4~5년이 걸리는 장기 대책이기에, 이번 정부에서 해제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나 공급이 가능하다고 지적된다.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즉각 '반대' 입장문

대안으로 재건축 규제완화 추진…용적률 완화, 초과이익 환수제 등 거론

박원순 전 시장 시절부터 서울시는 '서울시의 그린벨트 해제'는 전면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당정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 언급에도 서울시는 그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정부여당의 그린벨트 해제 공식화 움직임에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없이 지키겠다'며 즉각 반대하며, 대안으로 ‘재건축 규제완화’ 추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울 대치동 은마, 잠실 주공5단지,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등 그간 속도를 못 낸 재건축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다.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은 추진위원회 구역지정부터 착공까지 약 540건에 달한다.

일단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는 초입 단계의 안전진단 규제 완화나 용적률 완화, 법적 논쟁 끝에 올해부터 시작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이 거론된다. 조합원들이 가장 원하는 규제 완화이기도 하다.

[서울시의 그린벨트 관련 공식 입장 전문(15일 저녁)]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 흔들림 없이 지키겠습니다.
-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관련 서울시 입장 -

서울시는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습니다.

그린벨트는 개발의 물결 한 가운데에서도 지켜온 서울의'마지막 보루'로서, 한 번 훼손되면 원상태 복원이 불가능합니다.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입니다.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마련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TF 및 실무기획단 운영에 있어, 서울시는 개발제한구역이 제외된 '7.10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범주 내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 회의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주택공급과 관련한 심각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책마련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적극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2020. 7. 15(수)
서울시 대변인 황인식

與 대선주자들 그린벨트 해제 '반대'... 비판 목소리 커져

뿐만아니라 여권, 특히 대선주자들 중심으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옳다”며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 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KBS의 한 방송에 출연해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공급대책이 언론에서 앞서가는 측면이 많다. 정부는 뒤따라가기보다는 냉정하게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게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 대권주자로서 주목도가 높은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공급확대 방식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 공급의 핵심은 어떤 주택을 공급하느냐로, 투기 수단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등과 같은 주거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서울 강남 요지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그곳은 투기자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현재 분양가 상한제에 따르면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지은 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크게 낮아서 '로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재 분양가 상한제 제도 아래서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면 집값은 못 잡고 오히려 전국적으로 '분양 광풍'만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 핵심요지 그린벨트를 통한 주택공급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권주자로 꼽히며 서울시장 출마설이 돌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또한 18일 자신의 sns에 “땅에 돈이 몰리면 국가 비전·경쟁력을 놓친다”며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도 안 된다”며 그린벨트 해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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