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1호 명시한 중도노선 정강정책 개정안 발표
김종인 호남과 정책 행보로 민주 이탈층 잡기
당무감사 통해 ’극우와의 결별‘ 마무리
국민의당 연대‧통합 여부 관심…안철수 서울시장‧주호영 당권 도전 가능성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15 총선 참패로 인해 ‘영남 자민련’, ‘수구 정당’ ‘나이든 정당’ 꼴을 면치 못하게 된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해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8‧15 집회 이후 극우세력과의 연관성 때문에 역풍을 맞으면서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김 위원장 주도의 변화 시도 이후 적어도 민주당의 실수에 기반한 ‘반사이익’을 얻어가는 데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즉 친(親)호남 행보와 중도 행보를 통해 민주당 지지에서 탈락한 중도층들을 잡아내 전국정당을 노린다는 복안이다.

당명 교체‧정강정책 개정 통해 변화 꾀하는 통합당

먼저, 정강정책 개정이 대표 행보다. 당명과 함께 상임전국위‧전국위에서 의결될 통합당의 새 정강정책은 △기본소득 명문화 △자녀 입시비리, 고용 세습비리 근절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보험료 감면 확대 △5·18 정신 및 산업화 정신 계승 △피선거권 만 18세 이하로 하향 △국회의원 4연임 금지 △KBS 사장 대통령 임명권 폐지 △법관 출신 인사의 사직 후 즉시 출마 제한 △권력형 범죄 공소시효 폐지 △기초의회·광역의회 통폐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기본소득의 경우, 가장 처음 명기됐다. 해당 정강정책 개정안은 27일 온라인상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아직 국회의원 4연임 제한 내용과 관련해 한 지역구에서 3선 이후 다른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되는 것에 대한 내용 등 일부 정강정책 내용이 아직 명확히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5‧18 정신 명문화와 기본소득을 1호 정강정책으로 명시하는 것에서 큰 변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명 또한 교체한다. 새 당명의 경우 대국민 공개 당명 공모를 실시했다. 통합당은 “총 16940건의 당명 공모가 이뤄졌으며, 2012년 여당 시절에는 1만여건, 2017년 자유한국당 시절에는 5800여건 정도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화답”이라는 자축의 입장을 발표했다. 당명공모 후보로 가장 많이 포함된 단어는 ‘국민으로, 그 다음에는 ’자유‘ ’한국‘ ’미래‘ 순으로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명사형이 아닌 부사·형용사·동사형의 당명도 제안됐다. 신선함과 새로움을 주기 위해 새 당명에 ’당‘자가 아예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당명 교체와 정강정책 변경은 31일 비공개 의결 후 공개된다. 이후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될 1일 상임전국위와 2일 전국위를 통해 의결될 예정이다. 당색, 로고 등의 최종적인 완성은 추석 전에 이뤄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친(親) 호남 행보 걷는 통합당…김종인 무릎꿇고 5‧18 묘역에 사죄

당명과 정강정책 변화 이외에도, 최근 돋보이는 통합당의 시도는 철저한 친(親) 호남 행보다. 당헌당규에 5‧18 정신을 명기하는 것에 더해, 차후 총선에서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인 20명 안에 5명을 호남 인사로 추천하는 것을 당헌 당규에 담겠다는 것이다. 정운천 국민통합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내놓은 호남 지역 41개 기초단체에 대한 명예 국회의원 위촉안도 파격적이다. 호남지역 시군구 담당 명예 국회의원을 위촉해 해당 지역의 국가예산 및 법률안, 유치 사업 등 각종 현안을 책임지게 한다는 복안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호남 지역에서 미래통합당에 대한 정치 참여 저변 자체가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 지역에서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진입 장벽 자체가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전략적으로 지역 관료 출신 등의 호남지역 저명 인사들이 정치 입문에 있어 통합당을 노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적 비전 이외에도, 호남을 향한 통합당 지도부의 ’진정성 행보‘ 또한 눈에 띈다. 통합당 지도부는 장마 수해 당시 민주당보다 더 빠르게 피해지역인 전남 구례 및 전북 남원 지역 등을 찾아 수재민들을 도왔다. 민주당에서는 ’허를 찔렸다‘는 말이 나왔다.

화룡점정은 김종인 위원장의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였다. 그는 5·18 민중항쟁추모탑 앞에 무릎을 꿇고 준비된 원고를 읽으며 참회했다. 그는 “오늘의 호남의 오랜 슬픔과 좌절을 쉬이 만질 수 없단 걸 잘 알지만, 5·18 민주 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부디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며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찾아왔습니다”라는 심정을 눈물을 글썽이며 밝혔다.

이에 광주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지난해 5‧18 기념식을 찾았던 황교안 대표를 향했던 비난의 움직임 같은 건 일절 없었다. “당 전체적인 의견이 맞는가” “나중에 도로아미타불 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보이긴 했지만, 대체로는 환영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김종인 위원장을 만난 민주당 소속 이용섭 광주시장은 “김 위원장께서 5월 영령들과 광주시민들께 사죄해주셔서 우리를 뭉클하게 만들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단순한 이벤트성이 아닌 정책적 시도를 중시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지난 총선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천하람 지역위원장은 27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 지역에서도 개별 정책별로는 보수적 판단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수월성 교육을 지지하고, 기업 규제 혁파와 감세를 선호하며, 정부의 다주택 규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이 많다”며 “이런 점이 아마 과거 국민의당의 돌풍 원인이었을 것이고, 통합당이 호남에서 잘해낼 가능성이 있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무시해도 된다”며 극우 세력 절연 나서는 통합당

통합당은 또한 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태극기 세력‘, ’아스팔트 우파‘ 등으로 불리는 극우 세력과의 결별에도 나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승 추세에 있었던 통합당의 지지율이 8‧15 광화문 집회 이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등,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아스팔트 세력과의 접점이 중도층을 잡아야만 하는 통합당의 진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극우 세력을 두고 “무시해야 된다”고 발언했으며, 주호영 원내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소위 극우라고 하는 분들과 통합당은 다르다”며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맞지 않는 주장들 때문에 우리 당 전체가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정당으로 비치고, 그것 때문에 쉽게 지지를 못 하게 하는 점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 또한 “우리 내부의 잘못된 과거는 다 폐기해야 한다”며 황교안‧홍문표‧김진태‧민경욱 등에 대한 징계 조치 필요성에 대해 묻자 “아마 당무감사 때 함께 조사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물론 반발도 존재한다. 당무감사의 대상이자 절연의 대상으로 지목된 민경욱 전 의원은 26일 자신의 SNS에서 “어디서 굴러먹던 하태경, 김종인 따위가 당으로 들어오더니 날더러 극우라네. 극우란다, 극우”라며 “극좌인 너희들 눈에 그렇게 보이겠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진태 의원 또한 “문제는 제1야당의 어정쩡한 자세다. 이렇게 의리가 없으면서 무슨 정치를 하겠느냐”고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몇 통합당의 의원들은 ’태극기 부대‘와 정서적으로 가까운 일부 당원들의 문자폭탄 및 항의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당원게시판에도 항의가 빗발쳤다. “민주당 2중대가 되려는 것이냐”, “광화문 애국단체의 저항을 극우라고 표현하고 내부총질을 자기편에게 하고 있다”, “행동하는 애국자분들을 극우라 매도하는 지도부는 사과하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통합당은 9월께 시작되는 당무감사를 통해 극우와의 전면 선긋기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당무감사의 첫 타깃은 광화문 집회에 나갔던 민경욱·김진태 전 의원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도보수 성향 정치인들 부각될 가능성 높아

’안철수 서울시장‘ 카드 및 국민의당과의 연대‧통합 가능성

당내 극우파들의 목소리가 잠잠해지면,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이 강한 정치인들이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청년 관련 이슈에 대해 끈임 없이 목소리를 내온 하태경 의원이나, 민주당 출신으로 합리적 개혁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조경태 의원, 통합당이 취약한 수도권 정서를 아는 신진들인 김웅‧배현진‧윤희숙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에는 외부 인사들이 부각되고 있다. 자신의 sns에 의미심장한 글을 올려 화제가 됐던 홍정욱 전 의원이나, 주호영 원내대표로부터 27일 공개 러브콜을 받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부산시장 후보군으로는 기존에 거론되던 이진복‧유재중‧이언주 이외에도 초선인 박수영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안철수 카드‘르 만지작거린다는 것은 통합당과 국민의당과의 연대‧통합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7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저희들과 서울시장든 대선이든 통합된 경선을 치르면 안 대표의 독자적인 지지세력에다 저희 당 지지세력까지 합쳐서 확장력 있고 훨씬 더 선거를 치르는데 도움이 된다”며 “선택은 안 대표와 국민의당의 몫”이라며 연대‧통합이 논의되고 있음을 알렸다. 지난번만 해도 서울시장 출마설에 손을 절래절래 흔들며 부정했던 안 대표이지만, 이번 주 원내대표의 발언에는 특별한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상당한 물밑작업이 이미 진행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대표의 ’중도 행보‘가 국민의당과의 이념적 거리를 좁히기에 연대‧통합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한 통합당의 지지율과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현재 일정한 박스권에 갖혀 있기에 일종의 돌파구로서 양 당 간의 연대나 통합이 고려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총선 전후로는 통합당을 많이 비판했지만 최근에는 통합당을 향한 비판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미 통합당 의원들과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함께하는 공동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이 돌아가고 있으며, 일부 통합당 의원은 자신이 주최하는 행사에 안 대표 참여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주호영 원내대표 또한 하나의 새로운 대안으로 여겨진다. 품격 있는 정치를 편다는 것과 중도적인 노선 및 군사독재정권과의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김종인 위원장이 보궐선거 이후에도 “임기 연장은 없다”고 못박은 이상, 보선 결과와 상관 없이 차기 전당대회의 내년 실시는 필연적이다. 또한 차기 전대의 경우, 바뀐 당명으로 치러질 것이고 국민의당과의 연대‧통합 가능성이 높기에 신당 창당에 준하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호영 전대출마 등 향후 행보에 관심

아직 주 원내대표가 차기 당권 출마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적은 없지만, 내년 있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두 명의 후보를 당선시키는 좋은 성적을 낸다면 국민의당과의 연대‧통합 문제도 걸려 있는 만큼 주 원내대표 체제의 연장을 원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 경우 원내대표 임기 연장이 불가능한 이상 주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이 자의반 타의반 가능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주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 간의 관계는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멀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둘 다 최근 정치의 기본 노선이 문재인 대통령 및 민주당과의 강대강 충돌을 회피하고, 원내 투쟁을 중시하며 반사이익을 노리면서 천천히 당의 기반을 끌어올리는 데 방점을 둔다는 것에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주 원내대표가 효율적인 원내대표직 수행 및 차후 당권 도전을 위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옹립했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종인, 당내 기반 취약해…주호영, TK 결집해야 가능성 있어

걸림돌은 결국 김 비대위원장의 약한 당내 기반에 있다. 일종의 당의 ’손님‘인 김 위원장의 당내 기반은 매우 취약하다. 당장 내년 보선에서 김 위원장의 의중대로 공천이 이뤄질지에도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김 위원장의 지지가 반드시 주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따라서 주 원내대표는 상대적으로 당내 세력관계에서 결집이 잘 되는 TK지역 의원들을 잘 결집해야만 당권 등 더 높은 곳으로의 도전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미래통합당의 경우 TK 지역 의원들이 PK 혹은 수도권, 충청권 등 다른 지역의 의원들보다 상호간의 단합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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