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경색 지켜봐야
軍대응과 ‘늑장공개’ 文대통령 유엔 연설 두고 야권 공세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가 청와대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가 청와대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연평도 인근 북한 해역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해 남북 긴장국면이 조성되는 듯했지만 정부의 사과 요구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하면서 향후 사태 전개 추이를 지켜봐야 될 상황이다.

지난 24일 군 당국에 따르면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A씨가 실종된 것은 21일 오전 11시30분경이며 하루 뒤인 22일 오후 3시30분 무렵 A씨가 북한 지역에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A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확인 미상의 부유물에 탑승해 있었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군은 22일 오후 4시40분 쯤 방독면을 착용한 북한군이 A씨의 월북 표류경위 진술을 듣는 정황을 파악했고 5시간 후인 9시40분께 실종자에게 총격을 가하고 10시 무렵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파악했다. 군은 10시11분경 북한군이 A씨를 태우는 불빛을 포착했다.

군의 판단에 따르면 이 사건은 두 가지 면에서 충격이다. 첫째, 북한군이 민간인에 총격을 가한 후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운 ‘반인륜적, 비인도적 행위’다. 다음으로 북한군 수뇌부가 A씨 사살과 시신 훼손을 명령한 정황이다. 북한군은 A씨에서 상황을 청취하고 약 5시간 후 사살했다. 북한 군 수뇌부가 ‘반인륜적 행위’를 결정하고 명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국민은 분노했고 정부도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며 북한에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국방부는 24일 오전 북한의 행위를 “만행”으로 규정하고 규탄하면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같은 날 정부 성명에서 “반인류적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에 더해 청와대는 이날 오후에 문 대통령이 북한의 행위에 대해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요구한 것도 전했다. 북한이 A씨에 행한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불러올 남북한 경색국면을 각오하고 북한에 강공을 취한 것이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하루 만인 25일 청와대에 노동당 중앙위 통일전선부 명의로 통지문을 보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중앙위 통전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이 관장하고 있다. 남북한 경색국면은 막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A씨에 대한 총격을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이라고 했고 국민을 분노케 한 시신 훼손 행위에 대해선 총격 후 시신은 발견하지 못했고 방역지침에 따라 기름을 부어 태운 것은 ‘부유물’이라고 주장했다. 경계수칙에 따라 총격을 했고 ‘반인륜적 행위’도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우리 군의 판단과 다른 부분이 있어 향후 상호 검증을 통한 진상파악이 필요한 부분이다. 북한도 통지문에서 사건 경위를 설명하면서 “~이라고 한다”며 단정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당사자 진술을 청와대에 전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는 향후 진상파악을 위한 추가조사의 여지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A씨의 사망사건으로 우리 정부가 북한에 성명을 발표하면서 남북 경색이 예상됐지만 북한이 불과 하루 만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사태 악화는 방지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우리 국민의 대북 적대정서를 자극했다. 따라서 이 문제의 향후 진행은 남쪽의 민심 향배가 더 중요한 잣대가 됐다. 

軍의 사망사건 대응과 ‘늑장공개’ 및 文대통령 유엔 기조연설 두고 야권 공세   

남북한 간의 이러한 판단 차이와는 별도로 이 과정에서의 군과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가 정치적 공방의 소재다. 특히 실종자의 죽음에도 문 대통령이 지난 23일 새벽 유엔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먼저 군이 실종된 A씨가 22일 오후 3시30분경 북한 해상에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도 총격 사망한 오후 9시40분까지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야당의 공격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이 설마 그런 만행을 저지를 줄 몰랐다”며 예상치 못한 사태라고 했다. 당시 A씨가 민간인 신분에 월북했을 가능성을 감안해 상황을 지켜보는데 그쳤다는 얘기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 야당은 당시 특전사라도 투입해야 했다고 지적한 데 대해 군 관계자는 사건이 벌어진 곳이 북한 해역이라 우리 군이 물리력을 동원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군사력을 사용할 경우 ‘전쟁’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위험성을 짚었다.

북한 당국과 통신접촉이라고 해야 했다는 추궁에는 “우리 쪽 첩보 자산이 드러날까 봐 염려된 측면도 있었다”고 했다. 당시 군이 A씨 실종과 관련한 첩보를 수집하는 과정에 북한지역에 대한 통신감청 등의 첩보행위를 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또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군 통신선도 끊겨 있는 상황이다.

군이 A씨 사망을 늦장 공개하며 감추려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A씨 사망이 처음 보도된 시점은 23일 밤 10시50분 무렵이다. 그 취재원은 군 첩보를 취급하거나 보고 받는 인사였을 것이다. 이는 군이 이 시점에 사건 진상을 어느 정도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군은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분석 중이었기에 공개할 수 없었다고 한다.  

북한의 소행에도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에 대한 야당과 언론의 공격이 집중되는데 대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 연설이 방영된 23일 새벽 1시 상황은) 첩보 신빙성을 분석하는 회의가 열리던 중”이라며 “정보 신빙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엔 연설을 수정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A씨 실종을 처음 보고받은 것은 22일 오후 6시36분이다. 그리고 A씨가 사살돼 시신이 훼손됐다는 군의 첩보를 보고받은 것은 A씨가 사망된 지 30분 후인 22일 10시30분이다. 이어 23일 새벽 1시에서 2시 반까지 서훈 안보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등이 참석하는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23일 새벽 1시 26분부터 16분간 진행됐는데 이 회의가 있던 시점이다.

청와대는 또 문 대통령이 유엔 기조연설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아울러 “문 대통령의 연설 영상은 지난 15일에 녹화돼 18일에 유엔으로 발송됐다”며 수정이 불가능하다면서 “이 사건과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연계하지 말라”고 말했다.

A씨 사망을 하루가 지난 시점에 군이 공개한 것을 두고 ‘늦장 공개’라는 비판에 청와대는  “첩보 분석”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도 밝혔다. 

이밖에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A씨의 월북 여부도 군과 해양경찰청은 A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가족 중 친형은 “절대 아니다”며 정부 추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향후 수사과정을 거쳐 진위 여부가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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