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윤석열 갈등, 대통령의 부재(不在)

10월 22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외출을 위해 경기도 정부 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 국정 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10월 22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외출을 위해 경기도 정부 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 국정 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을 해임할 것을 주장한다. “감찰 결과에 따라 해임건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말에 찬동해서는 아니다. 감찰 결과야 이미 추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자신의 결론을 공언하다시피 한터라, 별 의미가 없다. 내가 윤석열을 이제 그만 해임하라고 하는 것은, 식물총장 한 사람을 둘러싸고 벌이는 집권세력의 총궐기를 더 이상 인내하며 지켜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요즘 상황을 보노라면, 문재인 정부는 마치 ‘윤석열 찍어내기’를 위해 들어선 정부 같다는 느낌 마저 든다.

‘윤석열 형’을 ‘의로운 검사’라고 칭송하던 여권 사람들이 이제는 그를 적폐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이 몰아붙이게 된 사연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수사,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 등을 통해 정권의 사람들을 향해 수사의 칼날을 들이댄 죄값을 윤 총장은 치르고 있는 것이다. 아마 적당한 선에서 정치적 고려를 하며 무난하게 봉합했다면 그는 여전히 집권세력으로부터 ‘의로운 검사’ 소리를 듣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교훈을 박근혜 정부 시절에 몸으로 배웠을텐데도, 새로운 대통령의 말을 믿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것이 윤석열의 죄였다.

윤석열이 아무리 대역 죄인이라 해도, 집권세력의 ‘윤석열 때리기’가 1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국정감사의 하이라이트가 검찰총장이 되는 것도, 법무부에 대한 감사가 윤석열 뒷담화가 되버리는 광경도 정상적일 수 없다. 아무리 검찰개혁이 중요한들, 여당 의원들이 입만 열면 검찰개혁 해야 한다는 주문을 외울 정도로 국운을 좌우할 역사적 과업은 아니다. 더구나 그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이 고작 ‘윤석열 찍어내기’와 검찰장악에 그친다면 말이다.

추미애 장관이 취임하고 윤석열 총장과 사사건건 반목하고 대립해온 것만도 10개월에 이르고 있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 주장하고, 장관은 총장의 상급자가 맞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야당 정치인 수사를 뭉개고 있다며 발동한 장관 지휘권에 총장은 '중상모략'이라고 비판하고, 장관은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정당한 지휘권 발동이라고 반박한다. 추 장관은 그동안 검찰인사를 통해 윤석열을 ‘식물총장’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끝을 모르고 계속된다. 서슬퍼런 추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를 접하노라면, 코로나 사태로 인한 민생 위기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이 나라의 1호 국정과제는 윤석열 퇴출인 것처럼 느껴진다.

사는 것이 힘들고 고달픈 국민들로서는 이 광경 자체가 피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국민은 두 동강이 나버렸다. 조국 사태 때 그랬던 것처럼, 윤석열을 지지하는 국민과 윤석열을 반대하는 국민이 갈라서 버렸고 서로 싸우고 있다. 검찰개혁이 아무리 중요한들, 국민을 둘로 분열시키는 방식이라면 그런 검찰개혁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나라가 둘로 쪼개져서 싸우고 있는데, 나라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추미애 장관을 임명한 것도, 윤석열 총장을 임명한 것도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들에 대한 해임 권한을 갖고 있는 것도 문 대통령이다. 자신이 임명한 두 사람이 국민 앞에서 사사건건 반목하며 대결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국민들도 두 갈래로 찢겨져 싸우고 있는데,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다. 조국 사태 때 장기간 방치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던 모습 그대로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두 사람의 갈등이 다리를 건너 화해 불능의 상태로 된 것이라면, 문 대통령은 추 장관과 윤 총장 가운데 한 사람을 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두 사람 모두 해임하는 방법도 있다.

문 대통령이 나서지 않는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 자신이 악역을 맡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속마음이야 여권세력 전반의 기류처럼 윤 총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가득차있겠지만,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한 자신의 말을 뒤집고 검찰총장을 쫓아내는 모습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을 의식할 것이다. 자칫 ‘쫓겨나는 윤석열’의 장면이 그를 야권의 대선주자로 만들어주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도 신경쓰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이 되고 있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은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윤석열 총장에 대한 감찰 방침을 밝혔다.  추 장관의 기세를 보면 감찰은 윤석열 흠집내기와 망신주기로 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진실 찾기라는 차원에서 보면 의미 없는 감찰이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추 장관을 해임하든지, 예상대로 그럴 생각이 없다면 여권 전반의 생각들처럼 윤 총장을 해임하는 것이 낫겠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국민의 냉엄한 평가를 기다리는 것이 옳겠다. 속내는 이미 다 드러나 있는데, 국민여론을 의식해서 고사(枯死) 전략만 구사하며 혼란을 장기화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비겁한 모습이며,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걱정하는 대통령이라면 진작에 양단 간의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나라는 자고 나면 싸움이 반복되고 있는데,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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