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 “ESG 리스크 관리 압력 커져…정책·절차 등 개선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7일 청와대에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7일 청와대에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발맞춰 국내 금융그룹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고탄소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축소하는 등 그룹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탈석탄 흐름에 동참하는 방식으로다.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꾀하는 그린뉴딜과 맥이 닿는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최근 ESG경영의 일환으로 ‘제로 카본 드라이브’ 추진을 선언하고, 2050년까지 그룹이 보유한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로 카본 드라이브는 고탄소 배출 기업과 산업에 대한 대출·투자를 줄여나가는 친환경 금융전략이다. 반대로 친환경 기술 기업에 대한 대출지원과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자본투자는 확대한다.

이를 통해 신한금융은 향후 그룹의 자체적 탄소 배출량을 2030년 46%, 2040년 88%까지, 그룹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은 2030년 38%, 2040년 69%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그룹의 탄소배출량 측정 모형을 더욱 고도화하고 배출량 감축 목표를 국제적으로 검증 받기 위해 국제기구인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PCAF’ 가입도 추진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친환경 금융확대는 미래 세대를 위한 금융의 필수적 역할”이라며 “금융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그룹 미션 아래 신한이 선한 영향력을 확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25일 여의도본점에서 개최된 ESG위원회의 (좌측부터) 허인 은행장, 김경호 이사, 윤종규 회장, 오규택 ESG위원회 위원장, 선우석호 이사, 최명희 이사, 정구환 이사. <사진=KB금융 제공>
▲ 지난 9월 25일 여의도본점에서 개최된 ESG위원회의 (좌측부터) 허인 은행장, 김경호 이사, 윤종규 회장, 오규택 ESG위원회 위원장, 선우석호 이사, 최명희 이사, 정구환 이사. <사진=KB금융 제공>


KB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그룹의 탄소배출량을 2017년 대비 25% 감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KB금융의 전 계열사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이들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참여와 채권 인수를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 투·융자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그룹 차원에서는 ESG경영 중장기 로드맵 ‘KB그린웨이 2030’에 따라 현재 20조 원 수준인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 원까지 늘린다. 이사회 내 신설된 ‘ESG위원회’가 이러한 EGS경영 실행 가속화를 위해 움직인다.

엄익중 KB금융 ESG전략부 팀장은 “탈석탄 금융 선언엔 기업의 환경·사회적 책임 실천, 선제적인 기후 변화 대응 및 친환경 금융 추진에 대한 ‘ESG위원회’의 강력한 실천 의지가 담겼다”며 “앞으로도 KB금융은 실질적인 ESG경영 실천을 솔선수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도 석탄산업 투자를 전면 중단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앞으로 석탄 화력 발전소에 대한 직접적 투·융자뿐만 아니라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 목적의 회사채에도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도 석탄 채굴과 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배제 등을 포함한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이달부터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삼성그룹 로고 깃발. <사진=연합뉴스>
▲ 삼성그룹 로고 깃발. <사진=연합뉴스>


이 밖에도 김광수 전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보살피면서 추가적인 투자는 없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탈석탄 금융 동참 의지를 드러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탈석탄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년 감축해오고 있다.

금융그룹들의 이러한 행보는 ESG경영이 글로벌 트렌드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ESG 경영은 재무성과 외에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적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 요소를 반영해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활동으로 유럽연합(EU)과 북미 등에서 중요한 기업 평가척도로 자리 잡았다.

다만 일각에선 ESG경영 리스크 관리가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1일 비영리 국제자연보전기관 세계자연기금(WWF)은 ‘뱅킹부문 지속가능금융 평가 보고서’를 통해 “금융 활동의 ESG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정책 부문과 절차 공시에서는 많은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홍윤희 WWF-Korea 사무총장은 “ESG 리스크 관리를 은행에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압력이 커짐에 따라 지속가능금융의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이라며 “특히 한국과 일본은 정부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과학기반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수립해 탈탄소화 목표를 성취하고 사업 전반을 지속가능하도록 전환하는 것이 생존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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