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열린 임시 금통위…미 연준에 이어 한은도 ‘빅컷’ 
코로나19에 사상 첫 ‘한국판 양적완화’…유동성 무제한 공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월 2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월 2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 한 해도 금융권엔 대형 사건과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커졌다. 2019년 터진 사모펀드 부실 문제가 해를 넘겨 이어졌고, 정부의 ‘한국형 뉴딜’이 금융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이에 <폴리뉴스>는 올해 금융권에 영향을 준 5대 뉴스를 선정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올해 한국은행(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전례 없는 유동성 공급 확대 조치를 내놨다.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75%까지 내리고,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자산을 매입해 시장에 돈을 풀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기가 얼어붙고, 단기금융시장 내 자금경색 불안이 커져서다.

12년 만에 열린 임시 금통위…미 연준에 이어 한은도 ‘빅컷’ 

한은은 지난 3월 16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인하했다. 1년에 8번 정례회의를 갖는 금통위가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금리를 내린 건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0%포인트 인하)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0.75%포인트 인하) 두 차례뿐이었다.

한은이 급하게 임시 금통위를 연 건 코로나19 사태가 경기에 미칠 충격이 금융위기 때보다 클 것으로 판단해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3~15일 사이 두 차례의 ‘빅컷(기준금리의 큰 폭 인하)’를 단행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4월 9일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간담회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한국 경제도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며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경기부진을 겪는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훨씬 더 충격 강도가 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일 전망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1%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낮으면 돈을 빌리기 쉬워져 시중에 풀리는 통화량이 많아진다. 이전보다 싼 이자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기업이나 가계는 투자와 소비를 더 많이 하는 등 경제전반에 활력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코로나19에 사상 첫 ‘한국판 양적완화’…유동성 무제한 공급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그치지 않고 ‘한국판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양적완화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시장에 직접 돈(유동성)을 공급하는 경기부양책이다. 3월 26일 한은은 향후 3개월 간 환매조건부채권(RP)을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선언했다. RP는 금융사가 일정한 이자를 주고 되사는 것을 전제로 판매하는 채권이다. 주로 단기적인 자금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발행한다. 일반적으로 한은은 시장에 돈을 풀어야할 때 RP를 매입하고, 반대의 경우 RP를 매각해 돈을 거둬들인다. 결국 RP 무제한 매입은 한은이 금융사에 얼마든지 필요한 만큼 돈을 빌려주겠다는 뜻이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은 파격적인 정책이다.

한은은 4월 2일 은행과 증권사 등으로부터 5조 2000억 원어치 RP를 사들였다. 이후 7월 말까지 16차례에 걸쳐 총 20조 7000억 원의 RP를 매입했다. 이와 함께 국고채 매입도 늘렸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한은은 3~8월 사이 총 4번에 걸쳐 국고채 단순매입을 시행했다. 규모는 각각 1조 5000억 원씩 총 6조 원이었다. 기준금리 인하에 더해 한은이 적극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서자 금융시장은 차츰 안정세를 찾았다. 금융회사의 RP매입 요청 규모도 점차 줄어, 5월 16일과 26일엔 단 1곳도 RP매입 응찰에 나서지 않았다.

한은은 현재도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국고채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 연말까지 총 5조 원 내외의 국고채를 추가로 매입한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대상 RP매입도 금융시장 불안이 재발할 경우 재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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